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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미시로 프로덕션 ~요리대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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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30, 2016 14:13에 작성됨.

[달콤함은 상냥함, 달콤함은 정의] - 하얀 마녀의 가르침 中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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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이여, 그 이름에 새겨진 죄 깊은 원초의 쾌락이여. 인간이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 이유는, 사탄이 알려준 관능적인 쾌락을 접해 다시는 그걸 몰랐던 때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임이 틀림없다. 인간에게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 악을 자처한 검은 뱀이, 눈물을 삼키며 전해 준 그 선악과는 단 맛이었음에 틀림없다. 그 죄악은 낙원에서 추방당해 인간의 역사와 함께 세상을 떠돌며, 이 먼지보다 작은 행성에 환희의 세계와 그를 지탱하는 시체산을 만들어왔다.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달콤한 것을 취급하는 모든 자들, 그 악마들을 저주하리라. 그 자손의 자손까지 영원히 진실로 저주하리라. 핏기 없는 자들이 어디 있건 그들을 부를 것이니.

 

"선하기 위해 노력? 흥, 웃기지도 않는 소리야. 이 살기 속에서 만들어지는 건, 달콤한 죽음 뿐이라고. 자기 죄악에서 눈을 돌려, 그것을 극복했다고 자부하는 멍청이들에겐 단맛의 진실이란 너무 과분한 법이지."

 

혼자서만 잘 나간 유이의 동료인 시오미 슈코의 말 대로였다. 단맛의 옥좌를 노리는 셋은 한 곳에 붙어 있었고, 그렇기에 셋의 살기는 끝을 모르고 강해지기만 했다. 눈이 멀고 코가 뚫려버릴 듯 한 강렬한 달콤함이 셋이 있는 곳에서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크윽...... 너무 달달해...."

 

"미친 년들..... 제정신이 아니야."

 

슈토 아오이가 강렬한 단맛의 기색에 인상을 찌푸리고, 자이젠 토키코가 나지막히 폭언을 내뱉었다. 마유의 사랑조차 덮어 지워버릴 달콤함이, 시키의 두뇌조차 태워버릴 단맛이 죄악을 품은 전염병처럼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지금 앞질러 가 둘까...."

 

참고로 이건 요알못 린의 생각이다. 여기서 우리는 린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아이돌이니까 최고의 요리사가 되라는 말은 안 하겠는데, 적어도 남의 수준을 알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되셔야지. 노스텔지어고 뭐고 미원 같은 걸 쓰는 시점에서 요리사 자격이 없단 말이다 이 배신자야. 오오츠키 유이도 그런 짓은 안 한다고.

 

"그런 말을 한 들, '요리사'라고 하는 것들이 알아듣기나 할까요? 달콤함을 자기들 요리에 묻어나오는 부품 취급하는 멍청이들이?"

 

미무라 카나코가 말했다. 응? 아닌 것 같다고? 니들이 아는 미무라 카나코는 좀 더 폭신폭신하고 말랑말랑한 착한 아이라고? 마쉬맬로우 처럼 달콤한 아이었다고? 그러면서도 섹시하고 참한 처자였다고? 개소리! 잘 봐라. 이게 바로 [쇼콜라☆티아라]의 파동에 눈을 떠 단맛의 사도로 변한 미무라 카나코다. 맛있으니까 괜찮아! 를 연호하는 미식의 여인인 그녀조차, 실은 가슴 속 깊숙한 곳에 단맛의 우월성을 신봉하고 있던 것이다! 인간이 서로에게 행하는 추악함은, 서로의 높낮이를 비교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일까.

 

"알든 말든, 아~무런 상관도 없잖아. 안 그래? 어차피 저런 유상무상 어중이떠중이 같은 것들, 이 즐거움을 누릴 자격조차 없는 것들이 뭐라 재잘대든든 의미없는 울부짖음에 불과하지."

 

아이리에 이르러선 동등한 인간으로조차 취급하지 않고 있었다. 단맛에 의한 궁극의 혐성. 궁극의 혐성이 이곳에 있었다. 아, 평소엔 착한 아이들입니다 지금은 왠지 이런 모양이지만 진짜로 착한 아이들이에요 믿어주세요 빌리브 미 플리즈.

 

"크흐흐...."

"우후후...."

"아하하...."

"카메라 돌려!!!"

 

상무님이 비명을 내지르며 지시를 내렸다. 물론 카메라는 이미 저 셋에게서 떨어진 뒤였다. 예능계의 저런 어두운 모습을 노출시킬 것 같으냐. 아이돌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에가오를 주는 존재라고. 저딴 모습을 노출했다간 전 세계의 팬들이 자살해서 큼지막한 사회 문제가 될 거라고. 아이돌은 자살을 권유하는 사신인가?! 업계에 만연한 자살 마케팅을 파헤친다! 같은 식으로.

 

"아, 이거 실례..... 둘 다 진정해. 촬영중이라고."

 

가장 먼저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은 시오미 슈코였다. 평소에 립스 일로 광기에 노출되고 잠식당해 있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반대로 평정을 금방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립스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다. 선거조작이라곤 해도 나름 신데걸 먹었다는 시오미 슈코가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집에서 쫒겨난 다음에 만사태평하게 미시로로 걸어들어온 그 멘탈갑 시오미 슈코가 말이다.

 

".....에, 아! 그, 그랬지.... 아하하..... 우린 행복함을 뿌리는 전도사라고! 달콤한 곳의 전도사!"

 

이제서야 어색하게 웃는 미무라 카나코. 그래봤자 넌 왜곡된 성욕이야. 쵸코케잌인지 쇼콜라케잌인지에 쵸코 좀 더 넣는다고 해 봤자 네 쓴맛이 감춰질 것 같냐. 멍청한 돼지고기 카나코 샌드위치가 생각할 법 한 어리석은 발상이다. 관계자석에 앉아서 지켜보던 치에리가 카나코의 진정한 모습을 묵도하고선 졸도하고 있다. 음 일어나면 기억이 사라질 거야. 비바 기억상실증.

 

"카나코~ 슈코~ 촬영 중이니까 조심해야지~"

 

방금 전 까지 다른 사람들은 같은 인간 취급도 안 하던 주제에 자기만 쏙 빠져나가려고 하는 아이리 인격 클라스 좀 보소. 네 성우가 그리 시키더냐. 양심과 인격을 기르는 데 쓸 영양은 전부 가슴을 기르는 데 써 버린 듯 싶다. 그렇다고 거유=쓰레기라고 치기엔 오이카와 시즈쿠의 큼지막한 마음이 넓은 가슴이 질량이 말이지.

 

"하얀 마녀의 가르침을 받드는 사람들은, 항상 달콤함을 베풀어야 한다고~?"

 

베풂, 혹은 동정은 타인에 대한 우월감에서 기인하는 걸까. 선행과 선의 속에 숨은 서슬퍼런 우월감을 칼날은 결코 달콤함의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다. 달콤함에 감싸여서 스스로의 암흑조차 보지 못한 자들은 자신의 안쪽에 어두운 칼날이 있는 것 조차 알지 못하리라.

 

"저기, 왠지 어디선가 비방이랑 중상이랑 모략을 당하는 듯 한 기분인데?"

 

"정말이네..... 어디서 누가?"

 

비방중상모략이라니......

유이는 사실을 전할 뿐이라고. 다들 크로네니 립스니 하는 걸로 바쁜데 왜 유이의 존재감만 없는 거야. 스노우윙즈? 그거 뉴제네 이벤트였잖아! 유이는 안 나빠! 세상 따윈 멸망해 버리라지! 애초에 서술자가 유이로 바뀐 것도 눈치 못 챘지?! 눈치 못 챘을거야!

 

"흠, 이 기척은 패션의....!!"

 

"아니, 이건 크로네의 기척....."

 

그래봤자 안 무섭다고! 어차피 유이한테는 아무도 신경 안 쓰니까 유이를 찾으러 올 사람도... 사람도... 으에에에에에엥 너무해에에에!!!! 기껏 후미후미한테 책 빌려가면서 어려운 말들 좀 익혔는데!! 솔로곡도 나왔는데!! 왜 유이는 불우한 취급인거야?! 라디오 새드!

 

"신경쓸 건 없어~ 그런 데 신경쓰고 있다간, 이 언니가 먼저 나가버린다?"

 

어? 아이리가 큼지막한 컵에서 퍼낸 저거 새하얀 연기가 흐르네? 뭐지? 게다가 꺼낼 때 두꺼운 장갑을 낀 채로 꺼내고.... 혹시 저거 하얀 연기가 나오면서 불타는 건가?! 유이 들은 적 있어! 메탄하이드레이트라는 거지 저거?!

 

"호오, 액체질소인가..... 이치노세 시키의 기술을 흡수한 거로군."

 

.....에? 어라? 그러고보니 액체네? 아! 유이 저거 본 적 있어! 시키가 분자요리 어쩌구 하면서 쓰던 거 맞지? 그 엄청 차가운 거. 그런데 왜 저걸 쓰는 거지? 유이도 제빵제과에 저런 거 안 쓴다는 것 정도는 안다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려 하는 걸까요? 이 카와시마 미즈키, 지금까지 많은 요리를 봐왔지만 저런 기법은 처음인데요. 상무님, 뭔가 알고 계시나요?"

 

"전무다. 토토키 아이리가 만들려 하는 건 애플파이로군. 파이 생지 위에 냄비 위에서 종류별로 끓고 있는 사과잼들을 얊게 바를 생각이다."

 

"하지만 단순히 바르는 것 뿐이라면..... 애초에 섞일 텐데요? 재료의 맛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일부러 따로 끓이는 건가요?"

 

"반은 정답이다. 잘 봐라."

 

카와시마 작은왕언니의 궁금증은 금방 해소되었다. 토토키 아이리는 파이 생지 위에 사과의 형체가 안 남을 정도로 뭉근해진 사과잼을 얊게 바르곤, 그 위에 액체질소를 뿌린 것이다! 게다가 그 위에 노란 크림 비슷한 걸 뿌리고 다시 위에다가 앒게 핀 반죽까지! 어째서?!

 

"액체질소를 이용한 급속냉각과.... 드라이아이스까지 동원한 탄산화인가? 그 위에 얊은 커스터드 크림까지.... 상당히 복잡한 단맛을 추구하네."

 

에, 유이 방금 시키가 뭐라했는지 이해 못하겠는데. 상무님 해설 부탁해요~

 

"전무다. 우선 토토키 아이리가 준비한 여러 종류의 사과잼부터 설명하지. 각 냄비에 들어간 사과는 서로 다른 품종의 사과다. 최상의 맛을 내는 조건은 각각 다를 수 밖에 없지. 한 냄비에 섞어버리면 그 맛을 살릴 수 없으니 따로 끓인 거다."

 

에, 설마 유이의 독백에 무의식적으로 딴죽을 넣은 거야? 다시 한 번! 상무님 좀 더!

 

"전무다. 그리고, 끓어오른 사과잼들 고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복잡한 방법을 택한 거로군. 우선 사과잼을 깔아놓은 다음, 액체질소와 드라이아이스를 사용해 급속도로 냉각시킨다. 이걸로 고체의 층을 하나 만들어 낸 셈이군. 탄산화를 통한 식감의 향상은 덤이고. 그 후, 커스터드 크림과 파이 반죽을 잼 위에 깐 후 다시 냉각시키는 걸로 한 개의 층을 만든 거다. 이 위로 똑같은 작업을 반복해서 단맛의 고층건물을 쌓아올리는 거지. 파이 반죽을 발효시키지 않기 위해 차가운 곳에서 작업하는 사람이 있다곤 들었지만...... 설마 내용물을 얼려 층을 만들기 위해 위해 분자요리를 동원할 줄이야."

 

음. 뭔가 대단하다는 건 알겠어! 그리고 상무님 괭장해!

 

"그, 그거 우리 프로덕션에서 취급해도 되는 건가요?"

 

"엄밀히 말하자면, 이치노세 시키와는 협력관계니까 말이지. 사실 화장품 브랜드 사업 아니었으면 저 매드 사이언티스트를 쓸 일도 없었어...... 나보고 얼빠라고 한 놈들 다 나오라고 해."

 

와오, 유이 왠지 들어선 안 될 뒷사정을 들어버린 것 같아. 그리고 유이는 안 나와도 되겠지? 얼빠 상무님 덕분에 아이돌이 된 거니까!

 

"자자, 진정하시고. 그럼 저 셋 중에서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토토키 아이리라는 건가요?"

 

"그건" "이런이런, 미즈키 언니.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여기 와서 성장한 건 토토키 아이리의 가슴 뿐만이 아니라고."

 

에? 슈코쨩 성장했었어? 전혀 몰랐어. 자타공인 갸루인 유이도 질릴 정도로 근성이 썩어빠진 기생충인 시오미 슈코가 성장했다니, 유이 몰랐어! 역시 선거조작으로 신데걸 자리를 꿰찬 사람은 다른 거구나! 유이도 주작만 좀 받으면 신데걸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라이벌 프로젝트의 미츠보시랑은 다르게 말이야!

별 관계는 없지만 카에데 언니 죄송합니다.

 

".....헤에, 화과자를 만드는 가업이 싫어서 반쯤 도망쳐 온 주제에 잘도 그런 말이 나오는구나. 그런 축복받은 환경 속에서 도망치다니, 제정신이야?"

 

"흥, 여기까지 와서도 양과자라는 좁아터진 카테고리 안에서 허우적대는 성우디버프 씨가 그런 말 해도 되나?"

 

아, 이거 살인난다. 엄청 험악해졌어. 그러니까....

달콤한 죄악 앞에선 부모형제조차 적으로 돌아서는 것이 순리지. 이전까지 생판 남이었던 자들이, 미시로 프로덕션이라는 느슨한 결속을 끊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어때? 유이 왠지 멋진 말 하지 않았어? 그렇지?

 

"진짜 성장이라는 건, 이런 걸 뜻하는 거야."

 

슈코가 끓어오르는 냄비에 무언가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시럽이었다. 저거 슈코가 기숙사에서 만들던 거 맞을 거야. 유이가 옆에서 레몬 집어먹다가 슈코한테 한 대 맞았으니까. 슈코 말로는 설탕물에 레몬을 집어넣은 특별할 것 없는 시럽이라는데..... 왜 카나코랑 아이리는 저렇게 놀라는 거지?

 

"......로쿰? 터키 과자라.... 머리 좀 썻네. 하지만 슈코의 테마는 오리엔탈리즘을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슈코는 동양인이라고. 애초에 단 맛에 국경이 존재하나?"

 

아이리의 도발을 멋지게 반격한 슈코! 그런데 로쿰? 뭐지? 자쿰 친척인가?

 

"로쿰인가. 하지만 차갑게 식히기엔 시간이 부족할 텐데? 아직 숨겨놓은 게 있겠지?"

 

"역시 상무님. 보는 눈이 있으시다니까~"

 

"전무다."

 

슈코는 대답하지 않고 냄비 속에서 덩어리를 퍼올렸다. 장미 색의 뭉근한 덩어리가 국자에 담겨 탱글거린다. 국자 밑에 깔린 하얀 거름종이 같은 게 국자와 덩어리가 결합하는 걸 막아주고 있었다.

 

"마술은 지금부터라고. 분자 요리를 접한 게 아이리 뿐이라고 생각해?"

 

아. 그러고보니까 립스 일로 시키랑 자주 만날 거고, 그러면 당연히 분자니 화학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도 나올 것이고, 그렇다면 미시로 프로덕션의 단맛 장인 중 한 사람인 시오미 슈코가 이를 놓칠 리 없을 테고. 애초에 시키랑 자주 붙어있는 만큼 분자요리라면 아이리보다 더 자세할 테고.

 

"냐하하~ 시키는 호랑이 새끼를 키웠습니다~"

 

"난 구미호라고~"

 

슈코가 노즐이 달린 긴 호스를 꺼내, 가느다란 노즐을 장미빛 덩어리 안에 박아버렸다.

 

"우선 압축공기를 쏴서 안쪽에 빈 공간을 만들고."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덩어리가 부풀어오른다.

 

"그리고, 안쪽을 액체질소로 냉각시키는 거지."

 

와, 니들 액체질소 참 좋아하는구나. 왠지 뒤늦게 첨단 과학기술을 접한 다음 그걸 자기가 잘난 듯 마냥 지껄여대는 재수없는 인간들을 보는 것 같아. 유이는 저 여자들보다 더 멍청하고 친숙한 서민적인 컨셉을 지향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안쪽에 팥앙금을 집어넣는 거야. 미리 말해두지만, 딸기 찹쌀떡 같은 거랑은 질감이 완전히 다르다고."

 

그 말을 끝내고, 슈코는 자신의 작품을 그릇에 옮겨 냉장고에 집어넣었다. 시식 전까지 충분히 얼릴 생각인 것이다. 아아, 이 얼마나 치밀한 계획인가. 그런데 아이리의 얼굴에 섬짓한 미소가.....?!

 

"겨우 그 걸로, 여기서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성장한 건 인정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이는데?"

 

아이코의 도발!

 

"아직 끝났다고 한 적 없는데?"

 

그리고 슈코의 응수! 슈코는 새로운 재료들을 꺼냈다! 그런데 저것들은?

......어, 진짜 뭐지?

 

"아직 남은 시럽과 대추.... 중국의 꿀대추절임인가? 확실히 인터내셔널이로군."

 

"대추를 구해서 말리느라 고생했다고~ 반건조라는 거 의외로 어렵네~ 거기에 그 뿐만이 아니지."

 

여러 가지가 끓고 있는 동안, 슈코가 만들어놓은 다른 과자가 드디어 카메라의 시선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의 유밀과.... 약과로 불리는 물건이군. 게다가 층이 있는 건 설마......"

 

"반죽은 미리 만들어와도 되는 거 맞지? 사실 접어서 가공하는 것까지 해오고 싶었지만 그 이상 하면 룰 위반이라길래. 개성약과는 어렵구만~"

 

아, 이 대회 룰 있었구나. 미원 나온 시점에서 그딴 거 없는 줄 알았는데. 것보다 슈코가 의외로 진지한데? 유이 저런 슈코 처음 봤어. 아니 진짜로. 저 패러사이트한테 저런 면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

 

"거기에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솜사탕 헬와랑......"

 

슈코가 새로운 반죽을 꺼내, 하얀 분말 위에서 굴려가며 수타면 뽑듯 수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1,2,4,8,16,32,64,128..... 아몰라 유이 공부 안 할 꺼야. 유이는 수포자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베이스로 쓸 투명한 와라비모찌."

 

".......설마?!"

 

에, 전무님이랑 아이리랑 카나코 왜 경악하는 거야? 유이 모르겠어. 누가 가르쳐 줘! 설마 저기서 안미츠라도 튀어나오는 거야? 상무님 대답해줘!

 

"전무다! 설마 마지막에 와서..... 화과자로 돌아갈 줄이야....."

 

"정답. 다국적 오리엔탈리즘 안미츠가, 이 슈코 님의 비장의 무기라고."

 

"슈코....."

 

"사에, 난 이 달콤한 애증을 버릴 수 없었어."

 

슈코가 이쪽을 보면서 말했다. 그런데 이쪽? 설마 유이가 여기서 보고 있는 걸 들킨 거야? 린이 눈치채기 전에 빨리 도망"슈코오오오!!!!!!"아, 사에가 바로 옆에 있었구나. 미안, 전혀 눈치 못 챘어.

 

"오오츠키 유이 공! 슈사에는 진리이옵니다!"

 

"에엑?! 잠깐만 조용히 해! 아이올라이트한테서 겨우 도망쳤단 말이야! 유이는 사에슈든 슈사에든 응원하니까 치나츠 성대 붙여줘! 유이치나 만세!"

 

유이치나 만세! 유이치나 만세! 유이치나 만만세!!!

옆에서 '따분하기만 한 가업을 그리도 싫어했던 슈코가 어느 새 본가의 실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진정한 장인으로.....'니 뭐니 하면서 중얼거리고 있는 사에는 없는 거 치자. 그나저나 진짜 불꽃튀는 대결이네. 마치 슈코와 아이리가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는 라이벌처럼 보이..... 어라? 뭔가 이상한데? 왜 저 둘이 싸우는 거지? 아이리가 뛰어넘어야 할 벽은, 그녀가 생각하는 진정한 벽은.....

 

"......그럼, 마지막 남은 한 명을 볼까."

 

한창 뜨거워졌던 둘을 내버려두고, 홀로 묵묵히 무언가를 주무르며 만드는 그녀가 있었다.

 

"달콤함은 상냥함. 달콤함은 정의. 하얀 마녀의 가르침입니다. 모든 것이 달콤해질지어다."

 

".....카나코?"

 

그제야 아이리도 자신의 진정한 적수가 누구였는지를 떠올린 듯 하다. 그랬다. 그녀의 진정한 적수는 속이 시커멓게 썩은 선거조작 교토여자 따위가 아니다. 그녀의 적수는 [쇼콜라 티아라, 달콤한 왕관의 여제] 미무라 카나코다! 공주는 눈 앞의 적에 눈길을 준 나머지 여왕에게서 눈을 돌린 것이다! 아마 1화 쯤에 나왔던 것 같은, 아이리가 카나코를 경멸하며 했던 말이 그대로 자기에게 돌아와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하얀 마녀의 가르침을. 슈가 파우더의 낙진이 이 세상을 덮을 거라는 것을."

 

그러나, 그녀는 미소지었다. 이 세상 모든 어리석음을, 그 근원조차 껴안아 줄 달콤한 사랑의 이름으로.... 에, 방금 유이가 한 독백 아니야. 사에도 아니고. 슈코랑 아이리도 아니고.

.......그럼 대체 누가 유이 시점에 끼어든 거야?!

 

어설프군요. 이능력이란 본래 이차원의 힘. 스스로의 세계를 구축하여, 자신을 제 4의 벽 바깥으로 추방하는 것이 이능력의 첫걸음입니다. 당신이 그렇게 두려워하는 아이올라이트 또한, 그러한 이능력을 다루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 중 하나죠.

 

에엑?! 설마 지금 유이의 머리 속에 말을 걸고 있는 거야?! 어째서!? 말도안돼!! 아무리 우리 미시로 프로덕션이 광인에 괴인들이 활보하는 곳이라곤 하지만 이런 일은 지금까지.....

 

지금까지 없던 일은,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라는 뜻입니다. 사실 아이올라이트는 블루는 위험하고 치명적인 이계의 힘들 중에서도 안전한 편에 속합니다. 현재 쿨 타입 아이돌들 중 일부에게 전해지는 아이올라이트 블루는 체계적인 학습 방식을 갖춘 엄연한 학문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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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안돼에에에에에 유이가 고자라니이이이........"

 

"유이는 정말 세상 모르고 자는구나....."

 

린은 혼절할 것 같은 정신을 잠의 물결 속에서 건져내고선 말했다. 그녀도 유이처럼 쓰러지고 싶었다. 모든 것을 잊고서 저 달콤함에 몸을 맡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관능의 쾌감과 사랑의 달콤함이 영원한 행복으로 그녀를 유인하고 있었다.

 

"하얀 마녀의 가르침인가........"

 

슬슬 하얀 마녀가 실존인물이었냐는 클레임이 걸려올 법 하지만 그런 질문에 답변하는 것은 피하는 게 올바르지 못한 어른이라는 거다.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건, 미무라 카나코가 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크윽....... 어째서?!"

 

"하얀 마녀님....."

 

슈코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아이리가 감격한 듯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았다.

 

"달콤함은 상냥함. 달콤함은 정의. 서로를 상처주고, 자신의 우월감을 핥는 것은 하얀 마녀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그 분께서 이 세상에 전한 가르침은, 진정으로 전하려 했던 달콤함은 어둠의 산물이 아닙니다. 달콤함은 상냥함. 달콤함은 정의, 그리고 달콤함은 빛이자 깨지지 않을 행복의 언약이오 모두에게 공평하고 무한한 즐거움입니다. 우리 모두 미숙했기에, 그 가르침을 잠시 잊었을 뿐입니다."

 

축하합니다!

아이돌 미무라 카나코는 달콤한 곳의 전도사 미무라 카나코로 진화했습니다! 그런데 이거 축하해도 되는 건가.

 

"사랑의 형태는 무한하며, 열락의 형태 또한 끝없을지어니....."

 

달콤한 곳의 전도사 미무라 카나코가 품에서 검은 가루를 꺼냈다. 그녀는 미리 만들어 둔 반죽 위에 그것을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의 정체를 깨달은 미시로 상무가 놀라서 소리쳤습니다.

 

"전무다! 것보다 양귀비 씨앗?! 재료 리스트에 그런 건 없었어! 설마 본인이 직접 구한 건......"

 

잊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다시 한 번 말하겠다. 재료비는 전부 미시로 프로덕션이 낸다. 그리고 최종 결재자는 미시로 상무이며 모든 재료는 그녀가 보증한다.

직접 준비한 재료를 빼면 말이다.

 

"양귀비 우유로 만든 반죽에, 양귀비 씨앗과 흑설탕을 섞어 볶아 만든 소를. 대마 기름을 발라 겹겹이 문질러 층을 만들어 호박 속에 채워넣자꾸나. 모든 것은 달콤한 황홀로 이어질지어니."

 

"멈춰라 카나코!"

 

상무가 자리를 박차고 나와 그녀를 제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슈퍼아머가 걸린 그녀를 막을 수는 없었다. 애초에 카나코부터가 눈이 맛이 가 버렸다. 눈동자에 달콤한 하트가 들어선 게 러브 앤 피스 할 것 같은 눈빛이다. 아리우라 칸나가 몰래 구해다 준 재료들이 드디어 빛을 발한다! 약이다! 약이 내려온다! 약이 온다! 미시로를 파멸로 이끌어갈 약이!

 

"크으윽......"

 

압도적인 약기운에 지금이라도 혼절해버릴 것 같다. 쓰러지면 편하겠지. 미무라 카나코는 그녀에게 마지막 일격을, 아니, 마지막 전도를 위해 달콤함의 결정체를 들고갔다. 위험한 거 아니다. 결코 위험한 거 아니다. 그러니까 경찰에서 오면 우린 그런 거 모른다고 발뺌해라.

 

"자, 이 달콤함을 받아들이세요. 상무님."

 

아무래도 하얀 마녀라고 하는 건 심각한 약쟁이였던 게 분명하다. 아마 마지막엔 온 몸이 썩어들어가면서도 약을 찾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겠지. 그리고 미시로 상무도, 인간이 알아선 안 될 달콤한 쾌락에.....

 

"......무다."

 

".....예?"

 

"전무다, 미시로 전무다! 상무가 아니라 전무다!"

 

......분노와 증오는 너무나도 쓰지만, 그 깊은 곳엔 근원에 다가선 감미로움이 숨어있다. 그것을 한 번 맛 본 인간은, 세상 모든 달콤함과 행복에서 눈을 돌리곤 오직 그것만을 탐한다.

 

"미시로의 이름으로, 이 곳을 폭염으로 정화하겠다!"

 

왠지 어둠에 삼켜질 것 같은 미시로 상무님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아이돌 소환술! 방금 촬영 끝난 IED를 이곳에 불러온다!! 불러올 대상은-------"

 

 

 

 

 

 

 

봄바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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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번엔 널 쓰러트리지 못했네. 내 패배야."

 

"아니에요, 이번 승부는 무효에요."

 

뭔가 좋은 분위기다. 이 난장판을 벌여놓고서 끝이 좋으면 만사 장땡이라는 안일한 사고방식이 엿보인다. 갑작스러운 원자폭.... 아니, IED.... 가 아니라 포지티브 패션의 등장에 난장판이 된 회장에서 둘만 좋은 분위기 만들어봤자 뭐가 되냐고요.

 

"그런..... 가?"

 

"오늘 이긴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카나코의 말은 옳았다. 오늘 이긴 요리사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패배자였다.

 

"카나코....."

 

"치에리......"

 

"돌아가자. 신데렐라 프로젝트로."

 

카나코는 고개를 끄덕이곤 치에리의 손을 꼭 쥐었다. 달콤했던 광기의 유혹은 이미 떨쳐내었다. 약 따윈 없었다. 순수한 우정과, 서로를 인정하는 뜨거운 결투의 약속은 오늘의 상처를 메우고도 남았다.

아 참고로 말해두지만 카나코가 쓴 것은 마약성분이 없는 품종이다. 또한 이것은 건전한 작품이며 마약은 일절 없다. 알겠지? 대답은 앗 하이로 통일한다!

 

"흑.... 흐윽..... 어째서......"

 

카나코와 아이리가 한창 좋은 분위기를 풍기는 와중에 린은 회장 구석에서 울고 있었다. 마유가 조용히 린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마유도 울고 싶었지만, 눈물을 꼭 참았다. 마유는 자신의 프로듀서에게 인정받은 것이다. 그녀에겐 그것만 있으면 된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프로듀서는..... 왜......"

 

그렇기에,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프로듀서에게 선택받지 못한 린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하고 있기에, 아무 말 없이 눈물만을 닦아주고 있었다.

 

"너, 너무해에..... 슈코는 그저 사실만을 말했을 뿐인데에......"

 

"거기 닥쳐요."

 

.......만일 린과 자신의 입장이 반대고, 슈코가 '헤이~ 배신자~ 기분이 어때YO~ 신데걸 슨배님~ 프로듀서한테 차인 슨배님~'이라는 말을 자신에게 했다간 슈코를 찢어죽일 자신이 있던 것이다. 역시 마유는 마유다. 무서워.

 

"크로네랑 신데프로도 배신해가면서..... 프로듀서한테.... 으아아아아앙......."

 

비통한 눈물이 린의 마음을 적셨다.

 

 

 

 

이렇게, 각본가를 끌어내서 화형시켜 마땅할 대회가 끝났다. 모두의 가슴에 상처를 남겨버린 이 대회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아마 처음부터 잘못되었던 게 분명하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워도 고칠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이 비극의 결말을 소개하도록 하지.

 

"최종 우승자, 타치바나 아리스!"

 

"이것으로 타치바나류의 우월함이 증명되었습니다. 아니라고요? 네 논파."

 

미시로 프로덕션 아이돌 사업부 요리대회 최종 우승자 - 아인헤리아 대표 타치바나 아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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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3시 좀 넘어서 자서..... 6시 조금 전에 일어났습니다. 어떻게든 다시 잘려 하는데 잠이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막 완성했습니다.

졸려 미치겠다 살려줘요....... 약빨이 안 먹혀....... 충격적인 엔딩이라고 생각해서 넣었는데 이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충격적인 건지 아닌지 구분도 안 가.... 살려줘어어어어.......

 

진짜 수면 패턴이 완전히 꼬여버려서 큰일이네요. 여기서 잤다간 더 꼬이니까 일단 오늘 밤까지는 버텨야 하는데 이거 버틸 수 있을지..... 

 

누가 약 좀 줘요...... 존나 쎈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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