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언제나 긍정적인 마음으로!

댓글: 1 / 조회: 1326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7-05, 2015 04:36에 작성됨.

 썼긴 썼는데, 이벤트 주제로 [축하]하는 걸을 까먹었네요. 그래서 이벤트 글은 아닙니다.


 방 안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심호흡으로 긴장감으로 무거워진 마음을 가볍게 만든다. 다음엔 이런저런 표정을 지으며 굳은 얼굴을 풀어본다.
 휴대폰 액정으로 얼굴을 비춰 딱딱했던 표정이 제대로 풀어졌는지 확인한 것을 마지막으로 평소와 다르게 무겁게 느껴지는 손을 움직여 눈앞에 있는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노크소리가 왠지 모르게 되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단 신호처럼 느껴진다.
 “나야. 안에 들어가도 돼?”
 “……응, 들어와.”
 조금 늦게 들려온 허락에 나는 마지막으로 마음을 다잡고 문고리를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
 살짝 넓은 느낌이 나는 분장실, 그곳에 들어간 나는 금방 분장실의 한 구석에 앉아 날 바라보고 있는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인형 같은 작은 체구와 묶어 올렸음에도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검은 장발이 눈에 띄는 소녀가 날 보자마자 한없이 어색한 미소로 나를 반겨준다.
 그녀를 발견하고 어렵사리 입가에 미소를 그려 밝은 표정을 보이며 가볍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내 인사에 그녀가 똑같이 손을 흔들어주었는데, 정말 멋쩍기 그지없었다. 미소를 지은 입가가 부들부들 떨리고 손을 흔드는 모습은 뻣뻣하기만 하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그녀의 미소가 사그라진다. 이윽고, 도망치듯이 내게서 시선을 돌리더니, 고개를 떨어뜨리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왜소한 체구인 그녀인데, 움츠려 들어버리니 마치 화가 잔뜩 난 부모님 앞에 선 꼬마아이의 모습과 겹쳐보였다.
 “긴장했어?”
 “조금이라고 하면 안 믿을 거지?”
 “글쎄? 히비키가 하는 말이라면 믿어 줄 수도 있는데.”
 진심으로 한 말이었는데, 그걸 농담으로 받아드린 건지 그녀가 피식 웃더니 고개를 들어 자신을 비추고 있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에는 어리게 보이는 소녀가 긴장감과 불안함에 한가득 겁에 질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바보고 있다.
 “이길 수 있을까?”
 “이길 수 있어.”
 “정말 그렇게 생각해?”
 대답하는 대신 나는 그녀의 옆으로 걸어가 빈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여전히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만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아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한 눈에 봐도 마음처럼 되지 않아보였다.
 “이렇게 네가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오랜만이네.”
 그 말에 그녀가 살짝 움찔거리더니 슬그머니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원래 너라는 애는 이런 아이였지.”
 “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아니, 그냥. 잊고 있던 네 모습이 떠올라서.”
 그래, 잊고 있는 그녀의 원래 모습 말이다.
 매우 밝고 활기찬 것 같지만 잘 보면 외로움을 잘 타고, 카리스마 넘치고 강인해 보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 아이 같고 마음이 여리며, 활발하고 자유분방한 선머슴 같지만 사실은 그 나이 때의 여성스러움을 누구보다 잘 갖춘 소녀.
 그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소녀가 가지고 있는, 모두가 잘 모르고 있는, 오직 나만이 알고 있는 모습이다.
 “아마 데뷔 오디션을 받을 때 지금처럼 무지 긴장했었지?”
 “아마도…….”
 “정말이야. 나도 긴장하긴 했었지만, 넌 정말 가관이었지.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던 일이 있었는데, 그게 뭐였더라?”
 “기억 남는 일?”
 앵무새처럼 내 말을 따라한 그녀가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얼굴을 잔뜩 붉히며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아마도, 내가 언급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것 같다.
 어떻게든 내가 말 못하게 막고 싶은 모습이었는데, 이미 늦었다. 이미 허파에서 방출된 숨은 목구멍을 지나쳐, 혓바닥에서 언어로 변환되어 입 밖으로 나왔으니까.
 “화장실에 숨어있었던 거! 맞아, 그거였지.”
 “우갸─────!”
 수치심이 잔뜩 섞인 비명이 분장실을 가득 채운다. 힐끔 쳐다보니,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그녀가 나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눈길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면 나는 진작 죽었을 그런 눈빛이다.
 “이, 잊고 있었는데! 그 부끄러운 기억, 간신히 잊었었는데!”
 그녀의 반응에 낄낄 웃고 있는데, 갑자기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오감이라는 것이 따끔거리는 무언가를 감지하고는 내게 위험하단 경고를 내리기 시작했다.
 감지한 것은 다름 아닌 살기라는 것이었다.
 기름칠 부족한 로봇마냥 삐걱거리는 목을 억지로 돌려 살기의 근원지를 바라보았다. 대충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기에 시선을 돌리기 위해선 꽤나 큰 용기가 필요했다.
 시선이 향한 곳에는 이제 막 지옥문에서 튀어나온 한 마리의 도깨비가 있었다.
 “다 웃었어, 프로듀서?”
 “저기, 가능하면 말로 합시다.”
 “거절한다!”
 그 한 마디와 함께 노기를 토해내며 도깨비가 나를 덮쳤다. 무기는 다름 아닌 날카로운 손톱과 송곳니로 상처에 비해 큰 고통을 안겨주는 무시무시한 것들이었다.
 회피동작에 들어가려 했지만, 늦고 말았다. 내가 의자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그녀가 몸통박치기로 나를 넘어뜨렸다.
 의자와 함께 패대기쳐지듯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는데, 그 순간 내 배 위에 그녀가 올라탔다.
 “이, 이것은 마운트 포지션!”
 “용서 못 해! 절대로 용서 안 할 거라고!”
 잔뜩 성이 난 살쾡이 한 마리가 내 몸 위에 올라타 있다고 느낀 것은 착각이었을까? 그게 착각일지 아닐지는 몰라도, 일단 공격은 진짜였다.
 고양이과 동물들의 그것에 지지 않을 정도의 할퀴기가 얼굴에 난무되기 시작했다.
 “악! 아파, 아프다고! 사과할 테니까, 할퀴지 마!”
 “나한테 창피를 주며 웃었던 입이 달려 있는 게 이 얼굴이냐!”
 그녀의 난동은 체력이 한계의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도중에 스태프 한 명이 난동소리를 듣고 찾아오지 않았다면, 그 날 난 재기불능이 될 뻔했다.

 “쓰라려.”
 얼굴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프로듀서가 자초한 일이니까, 사과 안 할 거라고.”
 “알긴 아는데, 이건 너무하잖아. 너 만큼은 아니어도 내 직업도 나름 얼굴로 먹고 사는데.”
 불평을 하면서 나한테서 거리를 두고 떨어져 방구석에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삐졌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지 난리법석을 떨고 나서부터 계속 저러고 있다. 어떻게든 마음을 풀어주고 싶었는데, 당장 떠오르는 방도가 없었다.
 좀 난처한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과하고 내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그려졌다. 그러다가 살짝 웃음소리를 냈는데, 그게 그녀의 귀에 들린 것 같았다.
 계속 나를 무시하던 그녀가 슬쩍 이쪽을 바라본 것이다.
 “왜 웃는 거야?”
 “그냥, 네가 기운을 차려서.”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하던 나는 그냥 솔직히 속마음을 꺼내놓기로 했다.
 “아까는 기가 죽어서 걱정했는데, 이젠 괜찮아진 것 같네.”
 “그건…….”
 내 말을 들은 그녀가 나지막이 말을 중얼거렸는데, 뭐라고 한 것인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무슨 말을 했는지 물어보았는데, 그녀가 우물쭈물하다가 내게 향했던 시선을 휙 돌려버렸다.
 처음에는 그런 그녀의 행동에 의문을 가졌는데, 얼마 가지 않아 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움츠려 들은 그녀의 모습이 내게 답을 가져다주었다.
 기운이 차렸다고 느낀 것은 내 착각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불안함으로 떨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벌린 거리를 좁혀 그녀에게 다가갔다. 내 걸음소리에 그녀가 움찔거리며 반응하더니, 피했던 슬쩍 시선을 다시 내게 향했다.
 하지만, 곧 그 시선을 다시 다른 곳으로 돌려버린다.
 “다가오지 마, 바보 프로듀서.”
 “거절하지. 아이돌의 멘탈케어는 엄연히 프로듀서의 일이니까.”
 아까 전의 난동으로 쓰러졌던 의자들 중 그녀 가까이에 있는 의자 하나를 세워 앉은 후, 나는 그녀의 머리를 장난스럽게 툭툭 건드렸다.
 “계속 시선 피하지 말고, 나 좀 봐봐.”
 나와 눈을 마주치려 하는 그녀였지만, 내가 손가락으로 머리를 툭툭 건드리는 게 신경 쓰였는지 마지못한 표정으로 어렵게 나를 바라보았다.
 간신히 그녀가 나를 마주봐주자 나는 웃으면서───
 “응? 그 손은 뭐…… 으갹!”
 ───그녀의 이마에 힘껏 딱밤을 먹였다.
 저릿한 통증이 손가락에 느껴지는 걸 보니, 상당한 고통이 그녀에게 전해졌을 거라고 믿었다.
 그 증거로 지금 그녀는 이마를 부여잡은 채 신음을 흘리고 있다.
 “뭐냐고! 갑자기 왜 때리는 거야!”
 “언제까지 벌벌 떨고 있을 거야? 그렇게 기가 죽어서야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겠어?”
 “어쩔 수 없잖아! 이번 상대는…….”
 “너보다 역량이 몇 배나 뛰어나지.”
 “그럼, 알잖아! 이게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승부라는 걸!”
 그녀의 부정적인 자세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역시 딱밤 한 대로는 부족한 모양인 것 같다. 한 대 더 먹여주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이행해주었다.
 탁, 하고 찰진 소리가 나지막이 퍼지고, 미약한 신음소리가 그 뒤를 따라간다.
 “그러니까, 아프다고! 왜 때리는 거야!”
 “아프라고 때린 거다, 바보야. 그리고 때린 이유는 네 부정적인 사고 때문이고.”
 이마를 부여잡은 채 뾰로통한 얼굴로 날 노려보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뜩 지금 그녀의 모습이 그때와 겹쳐 보인다고 느껴졌다.
 데뷔 무대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풋내기 프로듀서한테 발견된 소녀 말이다. 살짝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 그 소녀는 울먹이는 눈으로 날 노려보고 있다는 거다.
 “데뷔 무대에서 네가 도망친 날, 내가 해준 말 기억해?”
 “부, 부끄러운 기억 들추지 말라고!”
 “딴 소리 하지 말고, 내가 물은 질문에 답이나 해. 힌트는 네가 자주 하는 말이야.”
 답을 알고 있는 걸까? 그녀가 우물쭈물 거리다가 갑자기 시선을 피했다. 그러다가 잠시 후───
 “완벽하다고 생각하라고…….”
 ───옹알이 같은 목소리가 간신히 내 귀에 닿았다.
 “잘 기억하고 있잖아. 그럼, 다른 말도 기억해?”
 “어떻게 봐도 실패할 것 같아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좋아. 거기까지 기억하고 있으면 마지막 말도 기억하겠네?”
 “그렇게 하면 어떻게든지 된다고…….”
 중얼거리듯이 나지막하게 들려오던 목소리에 조금이지만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녀가 피했던 시선을 다시 내게 향한다. 아까까지만 해도 얼굴에 가득하던 불안함이 어느 정도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없던 자신감이 조금씩 채워갔다.
 “첫 데뷔 무대 때랑 지금이랑 어떤 게 더 중압감을 느꼈던 것 같아?”
 “아마도, 지금인 것 같은데.”
 “틀렸어. 당연히 데뷔 무대 때지. 첫 도전이라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너도 잘 알잖아, 안 그래?”
 오답의 벌칙으로 그녀의 미간에 손가락을 튕겨주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나랑 히비키 같은 경우에는 첫 도전이라는 것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숨을 쉴 때마다 극도의 긴장감에 헛구역질이 나고, 모든 행동에 잘하고 있는지 의심이 간다.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해서 뭘 해야 되는지 모르고, 부정적인 사고만이 감정을 지배한다.
 아마도 이것이 그녀가 첫 데뷔 무대 때 엄청난 중압감과 함께 느꼈던 감정일 것이다.
 “너 말이야, 압도적인 상대와 겨룬 적 없었어?”
 “……있었어.”
 “늘 있었잖아. 왜냐하면, 언제나 너보다 몇 발자국 앞서 걸어갔던 사람들이 꼭 있었으니까.”
 그녀가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그것은 만능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도 그녀처럼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고, 그게 아니면 그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경험으로 그녀를 압도할 때도 있었다.
 “이건 첫 도전이 아니야. 넌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고 있어, 안 그래? 불안함에 억눌릴 필요 없단 말이야.”
 “……응, 맞아. 프로듀서 말이 옳아.”
 그렇게 수긍하는 그녀의 얼굴이 어느 정도 밝아진다. 아까와 다르게 마음을 다잡은 모습에 조금이지만 안도감이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지금 그녀의 모습은 완전히 중압감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겠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언제나 짓던 맑고 활기찬 웃음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유는 대충 알고 있다. 마치 거울에 비춰진 것처럼 나랑 똑같은 부정적인 사고를 가진 그녀인데 어째서 모를 수 있을까?
 “실패할까봐 두려워?”
 분위기가 좋아졌을 때 갑자기 엉뚱하게 꺼낸 말이었지만, 그걸 들은 그녀는 내가 보일 정도로 크게 움찔거렸다.
 아니라고 변명이라도 하고 싶은지 얼른 날 노려보는 그녀. 한 마디 하려는 듯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결국 입을 다문 채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내게 질문을 던졌다.
 “있잖아, 프로듀서. 자신이 여기까지 오는데, 프로듀서도 고생 많이 했지?”
 “물론이지. 너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고생했어.”
 “그렇다면 반드시 이겨야 되겠지?”
 “그건 아니야. 뭐, 이기면 좋지만, 꼭 이길 필요는 없어.”
 “……어째서?”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니까.”
 그녀가 나를 바라본다. 의문을 띤 시선이 내가 꺼낸 말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프로듀스를 하면서 내가 늘 보고 싶었던 것은 그게 아니야. 내가 보고 싶은 건 미소라고, 미소.”
 “……미소?”
 아까 전에 그녀가 내게 물었던 대로, 그녀만큼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오기까지 나 또한 많은 고생을 했다.
 그녀를 위해 일거리를 얻어오고, 여러 레슨을 준비하고, 그리고 그것들을 그녀에게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일정을 조절하느라 늦게까지 사무소에 남아있을 때가 번번했다.
 사무소에서 하루를 지샜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녀에게는 비밀이지만 피로 때문에 지쳐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 됐던 적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고생을 했어도 나는 그녀에게 어떤 보답도 바라지 않는다. 혹시나 바라는 게 있다면 바로───
 “───행복과 기쁨이 그려내는 아름다운 미소,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무대 위에서 노래고 춤추며 눈부시게 빛나는, 반짝이는 그녀의 미소를 볼 수만 있으면 나는 승리 따위에 억매이지 않는다.
 그랬기 때문에 이곳에 도달하기 전에 있었던 쓰라렸던 패배들은 졌다는 이유로 그녀가 분해해하고 슬퍼했던 것 때문에 내 마음이 울적해진 것만 제외하면 아무렇지도 않았다.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야. 네가 이 무대를 즐기는 것, 그거뿐. 이기든 지든 그런 건 상관 안 해.”
 “……정말이야?”
 “그래, 정말이다. 그러니까 말이야───”
 그녀가 다시 환히 웃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나는 손을 살며시 그녀의 머리에 얹어 쓰다듬어주었다.
 “───승리니 뭐니 그런 것에 너무 억압되지 마.”
 “……머리 쓰다듬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는 그녀였지만, 내 손을 내치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내가 한 말이 위로가 된 건지 그녀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그려진다. 언제나 보여주는 밝고 활기찬 웃음이 아닌, 조용하고 부드러운 미소였다.
 하지만, 그 미소가 만들어낸 게 아닌, 본심에서 우러난 걸 난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그녀가 진심으로 미소를 지었다.
 “있잖아, 프로듀서.”
 “오냐, 왜 부르냐?”
 “고맙다고, 정말로.”
 활짝 웃으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그녀를 보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히쭉거리는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거두고, 주먹 쥔 손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정말로 고맙다고 생각하면 최고의 무대를 나한테 보여줘, 알겠어?”
 “응, 기대라하고.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무대를 보여줄 테니까!”
 자신감이 묻혀나는 활기찬 목소리로 장담한 그녀가 벌떡 일어나 주먹 쥔 손을 내밀어 내 주먹과 맞부딪쳤다.
 그래, 이래야 한다. 이게 내가 알고 있는, 그리고 내가 보고 싶은 그녀의 모습이다. 필요 없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쳐나면서 누구보다 밝고 활기찬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소녀, 가나하 히비키다.
 똑똑똑
 노크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스테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장실로 들어온 스테프는 곧 차례가 다가오니까 준비를 해달라고 전해주고 곧바로 나갔다.
 스테프를 보내고, 나는 그녀를, 히비키를 바라보았다.
 “차례라네. 아직도 떨려?”
 “떨리긴 하는데, 아까랑 다른 이유로 떨려. 흥분감이랄까?”
 “좋네. 대신 너무 흥분하지 마. 잘못하다간 실수를 해버릴 수도 있으니까.”
 “걱정 말라고, 프로듀서. 자신은 완벽하니까, 실수 같은 건 절대로 안 한다고. 그리고 말이야, 실수해도 어떻게든 되겠지, 안 그래?”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장난기가 섞인 목소리로 당당하게 말한 히비키가 분장실의 출입문 쪽으로 걸어갔다.
 “다녀와라, 히비키.”
 “반드시 이길 테니까, 기대하라고!”
 “아, 그래. 이기고 와. 난 축하파티를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히비키가 내게 활짝 웃은 후, 분장실을 떠났다.


 하루 빨리 써야한다는 급한 마음 때문에도 이상한 느낌입니다. 거기에다가 하루에 짧으면 몇 줄 길면 한 장 정도씩만 써서 내용이 여기 따로 저기 따로 노는 느낌이네요. 이벤트 글이 안 됐다는 사실이 조금 아쉽지만, 이렇게 글 하나 올렸다는 사실은 뿌듯합니다. 바쁜 일은 어느 정도 끝난 것 같네요. 슬슬 먼지 쌓이고 녹슨 엔진을 닦아줘야할 것 같습니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