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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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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7, 2019 22:19에 작성됨.

 "느아아아아아------"

 고개를 잔뜩 젖혀 소파 등받이에 온몸을 기댄 채, 메구미는 말꼬리를 한도 끝도 없이 길게 늘였다. 시호는 무심한 척 저 말꼬리가 몇 초 동안 늘어질지 궁금해 마음속 스톱워치를 켰다. 일 초, 이 초, 삼 초, 사 초.

 "메구미. 시끄럽잖아."

 "냐핫"

 육 초에 못 미쳤네. 뭔가 십 초까진 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코토하에게 멋쩍은 미소를 보내는 메구미를 슬쩍 본 시호는 의미 없이 쯧, 혀를 한 번 찬 채로 스마트폰의 잠금 화면을 풀었다. 메인 화면이 뜨자 손이 멈췄다. 딱히 뭐 할 게 없다.

 "시호. 방금 그 쯧. 은 뭐였어?"

 아까처럼 늘어지지는 않았지만, 메구미의 물음에는 행위에 대한 궁금함보다는 본인의 무료함이 다닥다닥 달라붙어 있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그냥 들리니까 물어본 거다.

 "딱히, 아무것도 아녜요."

 호기심 없는 물음에 맞는 답이라 생각했다. 다시 스마트폰 화면을 쳐다봤다. 엄지손가락이 액정 위에서 그대로 멈췄다. 결국 고민하다가 터치한 건 카메라였다. 방심한 상태로 훅 들어오는 셀카 모드의 공격. 치명적인 로우앵글에 놀라 못 볼 걸 본 것처럼 재빠르게 카메라의 모드를 바꿨다. 각도 때문인지 메구미의 발만 카메라에 잡혔다. 시호는 조금 각도를 높였다. 소파에 한껏 기대 축 늘어진 메구미의 모습이 완벽하게 카메라 앵글에 들어왔다. 굳이 찍지 않아도 좋은데, 이 좋은 각도를 본능은 놓치기 싫어했다. 모르는 새에 엄지손가락은 정적을 깰 짧은소리를 만들어냈다. 찰칵-!

 "시호?"

 사진에 찍힌 당사자보다 앵글 밖의 제3자가 더 놀라 반사적으로 시호의 이름을 불렀다.

 "어.. 코토하씨를 찍은 건 아녜요."

 "뭐야뭐야. 그럼 날 찍었다는 거잖아?"

 조금 전 무기력함은 어디로 날아갔는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난 메구미는 단 몇 발자국 만에 시호의 옆에 달라붙었다. 시호의 폰 안에는 거의 대 자로 뻗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자신의 모습이 박제되어 있었다.

 "냐하하하! 이래서 혀를 찼구나!"

 우렁찬 메구미의 웃음소리에 궁금증이 동했는지 슬그머니 코토하도 시호의 옆으로 다가왔다. 푸흣. 보자마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걸 왜 찍었을까. 시호는 괜스레 후회되었다. 그 후회는 엄지손가락을 휴지통으로 이끌었다.

 "아니, 잠깐. 이 좋은걸!"

 시호의 의도를 단박에 눈치챈 메구미는 시호의 폰을 삽시간에 강탈해갔다.

 "저..!"

 "라인 비밀번호 뭐야?"

 "0118.. 아니. 딱히 보낼 필요 없잖아요?"

 "0118. 시호 생일이네."

 "코토하씨. 그걸 굳이..."

 "냐하하. 귀여워라. 하긴 나도 라인 비번 되게 간단해!"

 "메구미는 비번 없잖아?"

 "맞아! 엄청 간단하지? 비밀번호 같은 건 폰 비번으로 족하다구."

 "메구미. 우리는 아이돌이야. 개인 프라이버시는 중요하다는 걸 몇 번이나 얘기하는데."

 "냐하하. 하지만 코토하처럼 폰 비번에 라인 비번에 이 비번에 저 비번까지 하긴 귀찮단 말이야."

 라인 비밀번호를 내어 준 덕에 굳이 알 필요 없는 메구미와 코토하의 개인 폰 프라이버시의 사정을 습득한 시호는, 아아. 짧은 한탄의 소리를 냈다. 이토록 자질구레한 동료의 비밀이라니. 이런 건 알아봤자 버라이어티 토크 에피소드로도 살리지 못한다.

 "아, 미안 시호. 너무 우리 얘기만 했지?"

 와중에 시호의 눈치를 살펴오는 코토하까지.

 "아뇨. 코토하씨. 절 딱히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그보다 메구미씨. 제 폰이나..."

 "아직 전송 안 했단 말이야. 좀만 기다려줘! 아아. 혹시 개인 메시지 읽을까봐 그러는 거야? 전혀 읽지 않을 거니까 걱정 말라구!"

 "네네. 정말 믿음 가는 말씀이시네요."

 "우와. 말에 영혼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어."

 "정말. 메구미. 얼른 보내고 줘. 시호가 폰을 기다리고 있잖아."

 "폰을 막 기다리고 있는 것도..."

 폰을 기다리고 있다는 표현이 꼭 애가 먹을 걸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으로 다가와 시호는 코토하의 말을 반사적으로 부정했다. 빨리 이 상황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삽시간에 머릿속을 지배했다.

 "전송은 완료!"

 완료 되었다는 말과 함께 메구미의 폰이 지이잉-. 하고 울렸다. 그 뒤 이어 코토하의 폰이 띠롱 하고 청아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또 영문 모를 폰의 소리가 뾰롱. 하고 울렸다. 지이잉. 띠롱. 뾰롱.

 "메구미. 단체방에 보냈구나."

 코토하가 자신의 폰을 확인하며 말했다. 52명이 그득그득한 단체 채팅방에 늘어진 메구미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전송되었다. 시호의 프로필로.

 '시호쨩! 메구미씨랑 같이 있어?'

 '뜬금없이 뭐얔ㅋㅋㅋㅋ'

 '이야아!!! 재밌어보여!!!!!'

 '백퍼 이거 시호가 보낸 게 아니네.'

 사진을 본 숫자가 줄어드는 만큼 채팅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메구미와 같이 있느냐 물어보는 카나. 뜬금포가 웃긴 모양인 아유무. 뭐가 재밌어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재밌다는 우미. 상황 추리에 성공한 사요코.

 "자!"

 메구미는 기분 좋게 웃으며 폰을 시호에게 쥐여주었다.

 "네?"

 쏟아지는 물음들이 하나둘씩 쌓여가는 현상 앞에서 시호는 얼빠지게 반문했다.

 "답은 이제 시호의 몫이야!"

 이게 무슨 말이래. 시호는 끊임없이 올라오는 채팅들의 쓰나미와 메구미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자기는 이제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 다시 소파로 다이빙하는 메구미를 보자 절로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아무거ㅅ도 안ㅣ에오'

 다급하게 친 문자들이 오타투성이란 걸 보내고 나서야 알았다.

 '아무것도아니에옹'

 재차 고친 문자는 또 다른 오타를 만들어냈다. 생각하는 뇌의 스피드보다 타자를 치는 손의 스피드가 빨라 그대로 전송 버튼을 눌러버렸다는 게 문제였다.

 "에옹이 뭐야..."

 자기가 봐도 어이없는 오타였다. 옆에서 코토하와 메구미의 쿡쿡거리는 웃음소리가 귀 끝을 살랑살랑 간지럽혔다. 시호는 푹 고개를 처박았다. 귀에서 스팀이 오르고 있었다. 무섭도록 울려대는 라인방의 알림 소리는 차마 채팅창을 쳐다볼 엄두를 내지 못하게 했다.

 "냐하하하. 시호. 미야가 지금 고양이 사진을 잔뜩 보내고 있어."

 "고양....이 사진이요?"

 이미 자체적으로 K.O를 맞은 시호의 앞으로 메구미는 자신의 폰을 친히 눈앞에 가져다주었다. 급하게 고개를 홱 돌렸으나 피한 시선에 보이는 건 방긋 미소짓고 있는 코토하였다. 답지 않게 장난기가 가득한 미소가 불길했다.

 "보, 볼게요. 제가. 제 걸로."

 다리를 길게 뻗으며 의자를 뒤로 쭉 밀었다. 의자 끄는 소리가 스크래치처럼 고막을 할퀴었다. 그 대가로 메구미와 코토하에게서 안전거리를 확보한 시호는 뒤집은 채 봉인한 자신의 폰을 다시 뒤집기 시작했다. 운명이 걸린 패를 뒤집는 주인공 같은 느낌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만끽하게 된 건 덤이었다. 폰을 뒤집어 액정을 위로하게 하고, 화면을 밝혔다. 잔뜩 올라온 고양이의 사진들을 하나 터치했다.

 "아...."

 탄식과 동시에 머리를 짚었다. 고양이는 고양인데 고양이의 탈을 쓴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 인간이란 지금 머리를 짚고 있는 자기 자신이었다.

 "미야씨 사진을 이렇게 많이 찍었었나..."

 혼잣말과 함께 윗니로 한 번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어딘가의 세계관 속 세 자매 카페에서 냐아 거리고 있어야 할 싯뽀가 52명 앞에서 라인 방을 활개 치고 다니고 있었다. 이때 분장 탓인지 미야 탓인지 평소라면 상상도 못 할 사진을 많이도 찍었더랬다. 미야씨 블로그가 조용하길래 안심했는데......

 "냐하하. 시호. 완전 셀카 마니아였구나-."

 "하긴 가끔 보면 분장실에서 셀카 찍는 걸..."

 "세, 셀카는! 저만 찍는 게 아닌..."

 무슨 말을 해도 말려 들어가는 느낌에 차마 말끝을 맺지 못했다. 귀 뿐만 아니라 온몸이 달아오른다. 시호는 몇 분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그 많고 많은 스마트폰의 기능 중에 카메라의 기능을 선택한 자기 자신을 말리고 싶었다. 아마 그림책처럼 영혼을 그릴 수 있다면 탈탈 털린 내 영혼은 머리 위 모공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지 않을까. 한숨과 함께 뒤로 젖혀진 고개를 제자리로 돌릴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그 순간

 찰칵.

 1초도 안 되는 효과음은 시호를 단발성 에너자이저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벌떡 일어난 시호는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메구미는 양어깨를 들썩이며 모르겠다는 몸짓을 보냈고, 그 옆의 코토하 역시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자신의 폰을 가리키며 자기가 아님을 어필했다. 이 안에는 분명 세 명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메구미도 아니고, 코토하도 아니라면 누가 찍었단 거지? 설마 탈출한 영혼이 재가 된 게 아니라 사진을 찍으러 간 게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에 폰을 확인하려던 시호는 시선에 못 보던 신발이 스쳐 지나간 것을 알아챘다. 바로 고개를 쳐들었다. 아수라 백작의 느낌처럼 반쪽은 얼굴인데 반쪽은 카메라인 누군가가 렌즈를 이곳을 향해 겨냥하고 있었다.

 "누, 누구..?!"

 찰칵. 이번에는 플래시까지 터졌다. 시각 테러에 확 눈을 감았다. 조심스럽게 눈을 뜨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시호는 그대로 멈춘 채 눈을 여러 번 깜빡였다.

 "누구세요?"

 당혹스러운 건 메구미와 코토하도 마찬가지였는지 코토하가 조심스럽게 플래시 테러범을 향해 물음을 던졌다. 반만 보이는 입술의 입꼬리가 잔뜩 올라간 걸 보니 웃고 있는 게 분명했다. 범인은 카메라를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눈만 보였을 뿐인데 메구미가 달려나갔다.

 "치하야!"

 "치하야쨩?"

 치하야씨라고? 믿을 수 없어 회복이 덜 된 눈으로 재차 쳐다보았다. 저 이목구비는 아는 이목구비였다. 헤어스타일도, 옷 스타일도 자신이 알고 있는 치하야와 백 퍼센트 일치했다.

 "재밌게 놀고 있길래 보기 좋아서 찍었어."

 부정하고 싶은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찍은 걸 빨리 보여달라는 성화를 비집고 말을 할 틈이 보이질 않았다. 어느새 코토하도 치하야의 옆으로 슬그머니 와 기대감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정말,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거람.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외면했다.

 "우와-! 시호 이거 대박 잘 나왔어!"

 딱 들어도 회유하기 위한 감탄이었다. 모를 줄 알고. 시호는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여기에 넣어놓은 것 같은데. 꼼지락거리다 목적한 바를 찾고는 쑥 빼 들었다. 잔뜩 한데 엉킨 이어폰이 그 자태를 뽐냈다. 아으아. 귀를 막을 용도였는데 다른 용도로 사용해야 할 것 같다. 이를테면 머리가 쑥쑥 좋아지는 매듭 풀기 같은 용도로다가. 몇 번 엉킨 매듭을 건들다가 용 콧김과 함께 털썩 테이블에 던졌다. 그 와중에도 우와-. 멋져-. 귀여워-. 같은 감탄사가 멈출 줄을 몰랐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호, 브이!"

 때를 놓치지 않는 메구미가 시호에게 벼락같은 명령을 했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정확히 손으로 브이만을 그려낸 시호를, 치하야는 놓치지 않았다. 찰칵. 흐흫. 모르게 너털웃음이 튀어나왔다.

 "와. 잘 나왔어. 시호쨩."

 다른 누구도 아닌 코토하의 칭찬이었다. 슬금슬금 시호는 무리로 향했다. 그리고 슬쩍. 어깨너머로 뷰파인더를 훔쳐보았다. 이렇게 표정이 없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브이를 정확히 캐치해 박제한 치하야의 실력은 포토그래퍼 그 이상이었다. 묘하게 맘에 들어 시호는 움찔했다.

 "하아-? 항복하는 거야?"

 메구미가 시호의 옆구리를 툭 찔렀다.

 "애초에 항복하려고 한 적도 없어요."

 뷰파인더에 시선을 고정하며 시호가 말했다.

 "저기, 치하야씨. 가능하다면 저 말고 메구미씨와 코토하씨도 잔뜩 찍어주시겠어요?"

 결심한 듯, 시호는 치하야에게 단호하게 부탁했다. 이왕 이렇게 되었다면 나만 당할 수 없다.

 "그거야. 뭐, 어렵지 않아."

 카메라를 들어 올린 치하야를 향해 시호는 고개를 저었다. 치하야의 손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건넸다. 치하야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웠다.

 "제 걸로 찍어주세요. 그래야 바로 올릴 수 있어서..."

 찰칵. 거래를 하는 사이에 누군가의 스마트폰이 촬영음을 내었다. 누가 낸 촬영음이지 이거. 치하야도 덩달아 범인을 찾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세로로 들고 있는 코토하가 수상했다.

 "코토하씨. 설마 이 촬영음..."

 "나 아니야."

 두 사람이 너무나도 진지해 코토하는 당황하며 폰을 돌려 액정을 둘에게 보여주려 애썼다. 급하게 보여주려다 보니 한 번 손이 미끄러져 폰을 떨어뜨릴 뻔한 위기상황까지 겪으면서 당당하게 보여준 액정. 치하야와 시호는 그 액정에 얼굴을 붙이고 가까이 들이댔다. 그리고 픽-. 동시에 웃음이 터트렸다.

 "왜, 왜 그러니?"

 "오해했어요. 더 많은 사진을 찍으셔도 되겠네요."

 치하야의 말에 의아해하며 화면을 제 쪽으로 다시 돌린 코토하는 화면의 상태를 보고 꺅! 경악하며 두 사람에게서 연신 손사래를 치기 시작했다.

 "저기, 아니야. 나 그냥 들고 있었던 건데 왜 셀카 모드로 이게..."

 "부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꽤 나르시시즘을 소유하고 계시네요."

 "시호쨩. 아니라니까?"

 "그치. 어쩐지 셀카 금지는 대기실에 안 붙여져 있더라구."

 "치하야쨩마저!"

 실없는 농담이 오가는 사이 지이잉. 띠롱. 뾰롱. 각자의 스마트폰이 개성 있게 울렸다. 단체 라인 방에 올라온 채팅이었다. 당장 폰을 가지고 있던 코토하의 양옆으로 시호와 치하야가 붙었다. 라인 방에 올라온 것은 동영상이었다. 긴 로딩 끝, 활성화된 재생 버튼을 폰 주인인 코토하가 터치했다.

 

 '제껄로 찍어주세요. 그래야 바로 올릴 수 있어서...'

 '찰칵'

 '코토하씨. 설마 이 촬영음...'

 '나 아니야.'

 '풋' '풋'

 '왜, 왜 그러니?'

 '오해했어요. 더 많은 사진을 찍으셔도 되겠네요.'

 '저기, 아니야. 나 그냥 들고 있었던건데 왜 셀카 모드로 카메라가...'

 

 메구미!!! 메구미씨!!! 토코로씨!!! 각자의 애칭이 튀어나왔다. 그 사이에 라인 방은 동영상을 시청한 갤러리들의 시청 소감으로 한바탕 난리 통을 이루고 있었다. 벌써 어디론가 튀었는지 메구미의 흔적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얘 분명 패미레스 가고 있을 거야."

 코토하가 짐을 부랴부랴 챙기며 말했다.

 "코토하씨. 패미레스요?"

 그 인과관계가 너무 뜬금없어 치하야는 되물었다.

 "이렇게 일을 저지르고 그냥 집에 갔을 리가 없어."

 확신에 차 있었다. 치하야도 어영부영 짐을 챙기고 카메라를 목에 걸었다. 그 와중에 시호는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시호. 뭐 찾는 거야?"

 치하야가 물었다.

 "저기. 치하야씨. 죄송하지만 라인 한 번만 확인할 수 있을까요?"

 치하야는 끄덕이며 자신의 폰으로 채팅창을 보여주었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새 메시지들을 거슬러 올라가 동영상을 올린 이를 확인했다. 동영상을 촬영해 보낸 프로필 옆 이름에는 '시호' 두 글자가 선명했다.

 "아아. 메구미씨...."

 냐하하. 시호, 네 폰은 나한테 있어! 찾고 싶으면 코토하 따라서 오라구! 조금 잠잠해진 라인방에 뜬 메구미의 메시지에 시호는 두 손 두 발 다 들며 순순히 코토하의 뒤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예정에도 없었던 패미레스 일정은 그렇게 생겨버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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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밖에서 자기들끼리 찍는 사진은 분명 의미도 없고 내츄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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