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나이트 - 백야Белые ночи 후일담 +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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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01, 2017 23:04에 작성됨.

 “……라고 했던 거. 기억 안 나요? 프로듀서.”

 “…….”

 태연하게 아이스커피를 마시려다 아나스타샤와 눈이 마주쳤다. 고개를 돌리니 청명한 눈이 쫓아왔다. 졌다, 졌어. 아무 맛도 안 나는 커피를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얘도 참 많이 컸군.

 “기억나.”

 “전부?”

 “하나도 빠짐없이.”

 갑자기 쪽팔림이 몰려왔다. 미친 새끼, 지가 뭐라고 마이클 잭슨을 입에 담아. 쓸데없이 확연한 기억이 뇌를 장악했다. 망상까지 보였다. 열 살 차이나는 소녀에게 홀려서 순정만화 남주인공도 하지 않을 대사를 치는 멍청이를 보니 위장이 뒤틀렸다. 이젠 안 돼, 퀸시 존스 씨, 죄송해요, 저 같은 버러지가 감히 당신이 되려 했네요, 근데 얘는 왜 갑자기 몇 년 전 일을 들쑤시는 걸까요. 아예 두 눈을 감아버린 나에게 아나스타샤가 말했다.

 “프로듀서. 입만 살았었네요?”

 “뭐? 야. 너 어디서 그런 못된 말 배웠어?”

 “프로듀서한테요.”

 아나스타샤가 물은 빨대의 색이 진해졌다.

 “바른 말 고운 말 쓴다는 약속도 못 지키는 프로듀서한테서요.”

 또박또박 강조하더니 새침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안 그래도 꽉꽉 조인 위장이 터질 것 같았다. 스파씨발, 모르겠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우리 서로 막 나가자. 그럴 때도 됐지. 너무 늦었어. 너도 그냥 편하게 욕 써.”

 “치히로 씨한테 이를 거예요.”

 “이르든 말든 알아서 하세요. 막 나가기로 했는데 내가 귀신이 무섭겠습니까, 악마가 무섭겠습니까, 녹색 정장이 무섭겠습니까. 나도 짬 먹을 만큼 먹었다고요. 아예 사장한테 일러서 해고해 버리시죠?”

 입에 걸레 물은 프로듀서가 엿 같아서 같이 일 못하겠다고 하세요, 아님 AK-47로 쏴버리시거나. 아예 의자에 눕다시피 나가자 카페 안 사람들이 슬쩍슬쩍 쳐다봤다. 아나스타샤가 음료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제 딴에는 불만의 표시인 것 같은데 알게 뭐람. 신경전을 이어가던 중 아나스타샤가 또 뭔가를 떠올렸다.

 “그 다음에 했던 대화도 생각났어요.”

 “네가 러시아어로 아무 말 대잔치 벌인 거?”

 “아무 말이나 한 거 아니에요. 러시아어도 별로 안 썼고요.”

 “그럼 뭔데.”

 “프로듀서가 저를 아냐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요.”

 아, 그거. 얼음을 씹으며 나도 회상에 잠겼다. 망할 놈의 망상이 바라지도 않는 3D 상영을 시작했다.

 프로듀서, 왜 저를 아냐, 라고 부르지 않나요? 그건…… 별 이유는 없어, 그냥 좀 껄끄러워서. 아냐랑 친해지고 싶지 않은 거예요?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럼? 한국어로 ‘아냐’라는 말이, ‘아니다’라는 뜻이라, 왠지, 좀 그래.

 “……라고 했었죠?”

 “지금도 좀 껄끄러워.”

 “프로듀서는 재밌는 사람이에요.”

 “내가 원래 위트가 넘치지.”

 남은 커피를 들이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일정은 인터뷰와 신곡 녹음, 내일은 사인회, 시간이 되면 홋카이도 관광지 순회를 하기로 했다. 먼저 나간 아나스타샤가 나를 불렀다. 하늘을 가리키며 내 예보가 또 맞았다며 반가워했다. 그야 그렇겠지.

 “태어나서 감이 틀린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

 먼 길을 돌아 다시 이곳에 돌아온 것을 축복하듯 반가운 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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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느라 한 3주 정도 걸렸네요.

팬픽 쓰다 아나스타샤에게 빠진 뒤로 아나스타샤 이야기 써야지, 써야지, 했는데 이렇게 썼습니다.

꽤 길게 나와서 상편, 하편으로 나눴어요.

 

요약하자면 '어두운 세계에서 일하던 사람이 프로듀서를 시작하면서 아나스타샤라는 인간의 아름다움에 빠져드는 이야기' 입니다.

더 요약하면 '주기적으로 담당돌 성분을 보충하지 않으면 무기력증, 파괴 충동, 망상 장애에 시달리는 인간의 이야기'가 되겠군요.

미친 놈이에요, 아주.

 

다음 이야기를 생각 중인데 정말로 쓸지 안 쓸지는 모르겠습니다.

되도록이면 쓰고 싶어요.

 

네, 그러합니다.

 

왠지 길고 복잡한 후기보다는 이 정도로 끝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혹시라도 궁금하신 점 같은 게 있으시다면 물어봐 주십시오.

할 수 있는 한에서 친절히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근데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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