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세계 아이돌] 청소부 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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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5, 2017 21:46에 작성됨.

이가라시 쿄코의 특기이자 취미는 청소다.

취미가 반증하듯이 가정적인 그녀는 누군가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사람이다.

그 대상은 주로 자신의 동생들이다.

 

돌아가신 부모님, 많은 동생들, 당연히 가난한 집, 도움을 구할 수 없는 세상.

불행한 인간의 요소를 모두 모아놓은 것 같은 삶을 살면서 그녀가 버틸 수 있던 것은 오로지 동생들 덕이었다.

 

자기가 아니면 동생들을 돌볼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녀는 억지로라도 웃었다.

그런 마음을 알고 자신을 도와주는 동생들 덕에 진정으로 웃을 수도 있었다.

언젠가는 희망이 보일 거라고 믿으며 그녀는 동생들을 돌봤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웃음을 거두는 때는 '청소'를 할 때다.

사전적인 의미의 청소가 아닌 은어로서의 '청소.'

아무도 수습해 주지 않을, 그래서는 안 되는 시신의 '청소.'

 

우발적 혹은 계획적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들이 그녀에게 연락하면 그녀는 장비를 챙겨 장소로 향한다.

동생들에게는 적당히 둘러댄다.

 

참혹한 현장에서 떨고 있는 의뢰인을 진정시킨 뒤 대피, 알리바이를 마련하게 한다.

그 후에는 작업에 들어간다.

썰고, 닦고, 지우고, 녹이고, 파고, 옮기고, 묻는다.

그녀가 다녀간 현장에는 흔적이라는 것이 남지 않는다. 의뢰인은 '과연 일류 청소부다!' 라며 찬사를 보낸다.

 

현장도 의뢰인의 말도 모두 역겹다.

무엇보다 역겨운 것은 갈수록 이 모든 것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는 자기자신이다.

 

관두고 싶지만 이 일이 아니면 동생들의 생활비를 마련할 수 없다.

사실 이미 가난과는 거리가 먼 액수가 통장에 들어있으나 미래를 위해서라도 더 모아둘 필요가 있다.

희망이란 것이 반드시 찾아온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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