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해서 오늘까지 파바박 적어버린 노 근본 au 하루치하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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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7, 2020 16:58에 작성됨.

페르마타 인 랩소디아 노래를 바탕으로 이런 극중극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트위터에 썰 형식으로 적은 걸 모아서 올려봅니다


.....


원작 요소 1도 없는 au 하루치하 떠올랐다


뭐 극중극 또는 MV라는 편리장치가 있으니까. 우선 떠오르는 건 새하얀 눈밭에 흩뿌려지는 피. 그냥 시체가 된 하루카(ㅠㅠ)와 그 앞에 서 있는 아르카나 치하야쨩일까나.


크큭....아직도 중2병을 못 고쳤다고 해요. 너무 뻔한 이야기이지만 둘이 우정을 쌓다가 그만 거스를 수 없는 운명 뭐시기에 휘말렸다고 해야지


원래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은 다르다고 하잖아. 그리고 그 신조차 어떻게 할 수 없는 게 운명이라고 하고. 설령 운명의 신이라고 해도 말야. 하여튼 그래서 치하야가 슬픔을 억누르고 두둥실 떠오르는 영혼의 새를 손수 날려보내는 거 보고 싶다


때는 n천년 전....아직 신과 인간의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았을 무렵....산 속 작은 마을 소녀 하루카는 어느 날 할머니 이야기를 통해 들었던 운명의 여신님을 만나게 된다던가.


한 편 그 여신님 입장되는 치하야는 올망똘망한 눈으로 자길 보는 하루카의 미래-종착점. 죽음을 바로 스캔해버리거나 했스면. 하루카는 길을 잃어 집에 못 돌아가던 상황이었음. 그냥 무시하고 지나쳐도 상관은 없지만 반대로 도와줘도 미래는 변하지 않아서 치하야가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줬음


선배격 되는 아즈사나 타카네한테 사람들에게는 친절하게 대하라고 교육받은 탓도 있을 거임. 굳이 왜 그래야하는 건지 치하야로서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도와주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어쩐지 들꽃이나 과다 같은 공물이 자주 들어온다던가하면 좋겠다.


과자다 과자....하여튼 왜 자꾸 이런 게 들어오는 걸까 의문을 품고 있던 치하야가 마을 안 작은 사당에 슬쩍쩍 들어왔을 때 이제 막 꽃을 두고 있던 하루카를 현장검거했으면 또 좋겠다. 하루카가 제단에 꽃을 두자 뿅하고 실시간으로 치하야 눈 앞으로 전송되는 이름 모를 들꽃 한 송이.


그대로 발 밑으로 툭 떨어지려는 걸 얼떨결에 붙들어놓고 있으니 하루카가 환한 얼굴로 다다다 달려와서는 정말로 와주셨구나! 하고 말하는 거임. 지금까지 자꾸 뭘 바치고 그런 건 귀찮게 해서 불러오려는 것이었나? 그렇게 생각한 치하야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려는 순간


그런 의도 하나도 없어보이는 맑고 순수한 웃음에 우선 표정관리라는 걸 하게 됨. 하루카는 이렇게 하면 신님이 정성에 감복해서 찾아와주신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함. 진실을 정정해줄까 생각하는 치하야였지만 일단 뒤로 미루고 왜 자신을 불렀냐고 물어봄.


이유야 뭐 직접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는 뻔한 걸로 해둘까. 만약 거기서 쭉 길을 헤맸다면   얼어죽었을지도 몰랐다면서 막 고마워하는데 치하야로서는 어차피 죽을 운명 그렇게 안 고마워도 되는데....싶음. 뭐 하여튼 감사 인사를 듣고는 이제 끝났으니 가려는 치하야에게


잠깐만요! 하고 하루카가 불러세움. 치하야가 ? 하고 돌아보자 저는 신님이 저랑 똑같은 또래일 줄은 몰랐다면서 씩 웃었으면 좋겠다. 확실히, 겉모습은 그렇지만....신으로서는 가장 말단인 자신이긴 해도 그동안 지내온 세월은 인간의 세월을 아득히 넘고 있는데....그런 걸 헤아리던 치하야에게


하루카가 저랑 친구가 되어주시면 안될까요? 하고 어설프게 웃으며 말하는 거임. 치하야는 엥 그게 무슨 소리? 하는 식으로 바라보는데 하루카가 멋쩍은 듯 뒷통수를 긁적이면서 여긴 제 또래가 한 명도 없거든요...하고 중얼거림. 원래도 적었고, 그 적은 애들도 다들 죽거나 떠나거나 해서.


그 말에 치하야는 자기 손을 거쳐 날아갔을 수많은 영혼의 새들을 떠올림. 하루카가 말한 죽은 아이들도 어쩌면 그 안에 있었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는 와중에 하루카가 역시 안되나보네요....하고 지레짐작해버림. 사람들에게 친절하라는 건 어디까지 친절하라는 걸까. 치하야는 문득 생각함.


조금 생각해볼게. 치하야는 그 말을 남기고는 사당 밖으로 슥 사라져버림. 하루카는 순진하게 네! 하고 대답하면서도 만약에 신님이 계속 나타나지 않으면 또 어떻게 부를까 이번에는 풀잎반지 공세를 해볼까 하고 조금 못된(?) 생각도 함. 그 사이 치하야는 아즈사하고 타카네에게


인간 여자애가 저한테 친구가 되어달라고 하는데 이걸 어쩌면 좋나요? 하고 상담함. 아즈사와 타카네는 호호 웃으며 잘 되었네 치하야쨩(치하야) 또래 친구가 생겨서 하고 농담함. 치하야는 얼굴을 붉히며 저하고 그 애 는 이미 몇 백년간 격차가 있어요 하고 막 따지는데


아즈사가 슬쩍 정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한 번 친구가 되어주는 건 어떻겠니? 그 편이 너한테도 좋을 거고. 하고 슥 던짐. 치하야는 ? 뭐가 좋은 건가요? 하고 되물음. 아즈사는 싱긋 웃으면서 여러가지를 알 수 있게 된단다. 하고 좀 뭉뚱그린 대답을 함. 그러니까 그 여러가지라는 건 대체....


치하야가 끝까지 따져물으려는 순간, 그쯤 해두시지요.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는 것도 있으니까요. 하고 타카네가 제지함. 둘과 헤어진 치하야는 고민하다 하루카랑 친구라는 게 되어보기로 함. 그렇게 해서 알 수 있는 거란 뭘까. 인간에게서 대체 뭘 배울 수 있는 걸까. 궁금해하면서.


마침내 치하야가 답장하러 마을로 슬쩍 들어왔을 쯤, 사당으로 들어가려는 하루카를 발견해 살며시 뒤를 쫒음. 하루카는 어디서 만들어왔는지도 모를 풀잎반지를 잔뜩 품에 안고서 하나하나 제단에 올리기 시작함. 저 애, 뭘하는 걸까...설마! 치하야의 안좋은 예감이 적중했음. 하루카가 두 손을 모음


파워 공물배송이 시작됨. 우수수하고 치하야 머리 위로 떨어지는 풀잎반지들. 생각보다 참을성이 없는 아이구나. 치하야가 속으로 꽁해있을 때 하루카가 치하야를 발견하고 반가워함. 이번에도 또 기도가 통했다면서. 치하야는 앞으로는 절대 제사를 지내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 게 좋을까 생각하면서


그렇게 일부러 부르지 않아도 갈 생각이었다고 고함. 앗, 그랬나요. 보채서 죄송해요. 하루카가 고개 숙여 사과함. 급 공손해진 태도에 치하야가 얼떨떨해하고 있는 사이 하루카가 그치만....벌써 열다섯밤이나 지나갔다구요. 하고 투정을 부림. 치하야로서는 그게 뭐? 하는 정도의 흐름이지만


하루카, 인간에게는 그렇지 않음....여기서부터 삐걱임을 느끼는 치하야. 그러고보면 이 애, 언제 끝을 맞이하더라. 일순 차가운 눈으로 하루카를 쏘아보며 운명의 실이 끊어지는 그 때를 찰지하는 치하야. 약 1년 남짓 후, 눈 내리는 숲에서 피투성이로 숨을 거두는 소녀의 모습이 머리 속을 스침.


앞으로 1년. 자신에게는 그야말로 순간이나 다름없겠지만 이 애한테는 어떨까. 자신을 기다렸던 열다섯밤보다는 꽤 긴 나날. 그러나 보통 인간들이 살아가는 것보다는 상당히 짧은 생애. 그 시간동안 자신과 함께한다는 건 의미있는 일일까? 모르겠지만. 그래도 원한다면야.


저기, 나랑 친구가 되고싶다고 했지? 좋아.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루카가 치하야의 두 손을 꼭 붙잡고 방긋 웃는다. 고마워요! 와아, 그런데 신님도 저처럼 따뜻하네요! 하고 감탄함. 치하야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가봅다 하고 가만 있는데 하루카는 아, 이제 우리들 친구니까 이름을 알아야겠네요


하고 통성명을 시작함. 저는 하루카! 신님은 무슨 이름이에요? 치하야가 치하야. 하고 자신의 이름을 밝히자 예쁜 이름이네요(파워 클리셰)하고 또 역시 감탄하는 하루카. 치하야가 대강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하루카 혼자 신나서 키득거리다가 문득 뭔가를 생각해냄.


이제 우리들은 친구인데 존대를 할 필요가 있나!? 싶은 것. 그 생각 바로 하루카가 저, 저기 치하야....? 하고 이름부터 불렀다가 님을 붙여야하나 고민 스타트. 치하야는 딱히 그런 걸 신경 안 써서 존대든 반말이든 마음대로 하라고 한다. 응. 그럼 역시 반말이 좋아. 하루카가 쾌활하게 웃었음


자, 이렇게 해서 친구가 된 건 좋은데 이제 뭘 하면 좋을까. 하루카는 너무 오랜만에 또래(겉모습만)와 함께 있어서 뭘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헤맨다. 막 같이 꽃 구경하러 갈래? 아니면 우리 엄마한테 가서 간식 얻어먹을까?(과연 치하야를 보고 놀라지 않을지는 둘째치고)


마을 장로님한테 옛날 이야기 듣기는? 아니면 거기 놀러가면 그림책이 있는데 그거 읽을래?  다른 책들도 많지만, 다 어려운 글자라서. 아, 그렇지. 혹시 치하야가 읽을 수 있으면 읽어줘! 아니다, 치하야는 어쩌면 책 싫어할지도 모르겠네. 그럼 술래잡기?


뭘 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는 하루카에게 저기....일단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진언하는 치하야. 그러자 하루카는 한참 생각하더니 그럼 엄마한테 가자! 새 친구가 생겼다고 자랑해야지! 하고 대뜸 치하야의 손을 잡고 그대로 자기 집으로 직행.


기어코 엄마를 놀래켰다고 한다. 그 뒤로 며칠 후. 하루카가 말했던 걸 하나씩 같이 해보는 치하야. 의미는 없지만 간식도 먹어보고(아 이게 공물로 나온 그 과자) 꽃 구경도 하고 그 김에 꽃점도 쳐보고(치하야에게는 특히 별 의미 없었다) 책도 읽고. 하루카가 말했던 그림책에는


생명, 죽음, 영혼....끝없이 반복되는 윤회가 아이에게도 이해하기 쉽도록 그려져있었다. 하루카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새가 되어 하늘로 돌아가면 다시 땅으로 내려와 새로운 싹을 튼다는 대목을 손으로 짚으며 정말 그러냐고 치하야에게 물어봄. 맞는 말이라서 치하야는 고개를 끄덕임.


헤에, 정말 그렇구나~ 끄덕끄덕하고 혼자 납득하던 하루카가 그럼 그 애들도 새가 되어서 날아가서, 또 다시 태어났겠네. 그리고, 그리고 어쩌면, 나도. 언젠가는. 치하야는 그 말에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음.  앞으로 머지 않아 올,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으니까.


나도, 죽어. 죽으면 새가 되어....아, 그런데 잠깐. 하루카가 급히 치하야를 부름. 치하야가 무슨 일? 하고 묻자 내가 새가 될 때도 치하야는 곁에 있어주는 거야? 하고 물어봄. 음....치하야는 자신이 신으로서 하는 일을 떠올림. 누군가 숨을 거두면, 거기서 영혼을 거두는 건 아즈사. 그리고


그 영혼을 거두어 하늘로 높이 날려보내는 게 자신. 마지막으로 그 영혼이 태양의 빛으로 태초의 순백으로 돌아갔을 때, 다시 지상으로 인도하는 것이 타카네. 잠깐밖에 같이 있을 수 없네. 치하야가 그렇게 툭 내뱉자 하루카가 눈에 띄게 아쉬워함


그렇게 걱정할 건 없어. 어차피 다시 태어날 때는 모든 걸 잊게 될 테니까. 네가 누군가의 자식이었다는 것도. 이 마을에 살고 있었다는 것도. 너와 내가 친구였다는 것도. 전부. 치하야는 어쩐지 마지막에 가서는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음. 하루카는 그런 치하야를 빤히 바라보다가


치하야~ 혹시 쓸쓸해진 거야? 하고 슥 떠봄. 보기 좋게 걸려든 치하야는 그, 그렇지는. 하고 신의 위엄이 무색하게 새빨간 얼굴로 헛기침함. 하루카는 정말 나, 다시 태어나게 되면 치하야를 새까맣게 잊어버리는 걸까? 어떻게 해도? 하고 치하야라면 해결해줄까, 하고 기대를 걸어보지만


그건 나도 어쩔 수 없는 거야. 나뿐만이 아니라 타카네도. 아즈사도. 하고 씁쓸함이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말함. 하루카는 그제서야 그렇구나. 하고 아쉬운 채 물러나면서 그러면 대신, 내가 최대한 안 까먹도록 노력해볼게. 하고 말함. 이상은 좋지만 실현은 절대 안될 발언에 치하야가 헛웃음을 짓고


좋을 대로 하렴. 하고 대화를 마침. 이 뒤로도 하루카와 치하야는 친구로 항상 붙어다님. 처음에는 아이고 신 님 하고 기겁하던 마을 사람들마저 아 오셨나요 하루카라면 저기 있어요할 정도로 익숙해짐. 그렇게 봄여름가을겨울 1년이 지나, 마침내 치하야가 보았던 운명의 그 날이 코 앞으로 다가옴.


치하야는 이제서야 하루카가 죽게된다는 걸 실감하고 처음으로 운명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됨. 그래서 몇 번 하루카를 불렀다가, 또 거기서 멈춤. 운명은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다는 걸 아니까. 인간보다 상위에 있다는 신이라도 생명이 정해진 때 태어나 죽고 하는 건 바꿀 수 없는 섭리


실상 신이라는 것도 결국 그 섭리의 작동에 필요한 부속품에 불과한 것. 그 또한 알고 있지만 견딜 수 없어진 치하야가 이제 막 다른 누군가의 죽음을 자애롭게 지켜보던 아즈사를 찾아감. 그리고는 당신은 제게 이런 걸 배우게 하려고 그 애랑 친구가 되라고 말했나요 따짐


음....틀린 말은, 아니네. 아즈사는 여전히 웃는 얼굴을 치하야에게 내보였음. 더욱 분노가 치솟아오르려는 치하야에게, 아즈사는 누군가의 시체에서 영혼을 거두어 치하야에게 넘김. 자, 이제 날려보내야지. 지금까지는 관성적으로 걍 날려보내던 영혼의 새는 이제 너무나도 무겁게 느껴짐


날려보내지 못하고 영혼을 끌어안은 채 주저 앉은 치하야를 아즈사는 무심하게 내려다봄. 그리고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있지, 그러고 있으면 그 사람은 다시 태어나지 못해.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니? 하고 압박함. 치하야는 그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모든 걸 잊고 다시 태어나, 다시 또


죽는다. 경험과 지혜, 추억은 전부 사라진다. 이 아무 것도 남지 않는 윤회에는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죠? 치하야의 질문에 아즈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지기 때문. 이라고 답함. 그건 또 무슨....하고 아연해하는 치하야에게 아즈사는 자, 빨리 그 사람을 자유롭게 해주렴. 하고 재촉함.


그 말에 품 안을 내려다보니 잔뜩 움츠러든 하얀 새 한 마리가 보였음. 치하야는 입술을 꾹 깨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처음으로 새에게 말을 걸었음. 가고 싶니? 새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치하야는 새를 창공으로 멀리 날려보냈음. 새가 점점 작아져, 마침내 태양빛에 녹아들듯 사라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치하야는 물방울이 맺힌 눈으로 아즈사를 돌아보며 이걸로 된 건가요? 하고 물어봄. 아즈사는 말없이 작게 수긍함. 치하야는 울음을 참는 얼굴로 아즈사 옆을 스쳐 지나감.


그리하여 이제, 운명이 점지하는 그 날. 아직 눈이 한바탕 쏟아지는 그 때. 하루카는 집에만 있는 건 심심하니까 땔감으로 쓸 나뭇가지라도 좀 주워오겠다며 가족에게 밝게 손을 흔들고는 숲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남몰래 지켜보고 있던 치하야는 그런 하루카의 뒤를 따른다.


숲 속 깊이 발을 들여놓고 나서야 생각보다 눈이 많이 내리네....그냥 집에 있을 걸 그랬나. 하루카는 후회하면서도 손을 후후 불며 눈이 가득 쌓인 바닥을 살피며 가장 메마른 나뭇가지를 찾으러 두리번거린다. 눈이 계속해서 내린 탓에 가지들은 다 젖어있어서 별로 소득이 없다. 아, 정말.


빨리 돌아가는 게 좋겠어. 이러다 전처럼 길을 잃어버리겠네. 그러고보면 그 때 길을 잃었기에 치하야를 만날 수 있었는데. 지난 날의 우연스러운 첫만남을 기억해낸 하루카가 키득거리며 웃음. 이번에도 혹시, 그런 만남이 생기는 게 아닐까. 하루카는 조금 기대를 담아 우거진 숲을 바라본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번뜩이는 안광이 존재하고 있었다. 하루카가 별다른 경계없이 그곳에서 등을 돌렸을 때, 순간 버석거리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커다란 그림자가 훌쩍 눈 밭을 뛰어넘어 순식간에 하루카와의 거리를 좁혔다. 하루카가 뒤늦게 뒤를 돌아보자, 보이는 건 흉포한 짐승의 이빨이었음.


오랜 추위에 시달려 독기밖에 남지 않은 송곳니가 바로 하루카의 어깨를 물어뜯었음 추위를 대비해 나름 두텁게 옷을 갖춰입었지만,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무용지물이었음. 새하얀 눈에 물감처럼 번져나가는 새빨간 피. 급소를 노린 정확한 공격에 하루카는 순식간에 절명해 차가운 바닥에 쓰러졌음


이 모든 것을 치하야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전부터도 알고 있었다. 맨 처음 자신이 하루카를 봤을 때부터 보이던 장면이었음. 이제 저 짐승은, 늑대는 굶주림을 채우려다 다른 누군가가 버스럭거리는 소리에 지레 놀라서 다 잡은 먹이를 놔두고 도망칠 것임. 이런 부분까지 예측했었는데.


예측한대로 되었는데. 치하야는 놀라서 그늘 깊숙한 곳으로 후다닥 모습을 감추는 야윈 늑대의 뒷모습을 무정하게 바라봄. 그러다 새하얀 눈에 흩뿌려진 붉은 피를 보고, 그 피의 진원지인 자신의 친구를 바라봄. 진작에 숨이 끊어져, 식어서 굳어지는 몸. 이제 곧 영혼을 거두러 아즈사가 온다.


3, 2, 1. 이 또한 예측한대로였음. 아무런 징조도 없이 원래 있었던 것처럼 그 자리에 나타난 아즈사가, 하루카에게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고는 영혼을 거두어, 치하야에게 내밈. 날려보내야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는 치하야. 아즈사는 사자에게 보였던 미소를 싹 거두고는 치하야를 봄


그 순간에도 치하야는 후회에 후회를 거듭하고 있었음. 하루카에게 오늘은 숲에 가지 말라고 일러줄 걸. 아니면 하루카에게 찾아가서, 처음 만났을 때처럼 돌아가는 길을 일러줄 걸. 그것도 아니라면, 늑대가 하루카를 덮쳤을 때 빨리 쫒아낼 걸. 아니, 애초부터, 그 애랑 친구가 되는 게 아니었는데.


그러면 이런 괴로움 몰랐을텐데.....그런 치하야에게 아즈사는 알고 있잖니? 하고 짧게 말함. 그 말대로였음. 치하야는 이제 알아버렸고, 이제 몰랐던 때로는 돌아갈 수 없음. 친구가 되는 게 아니었는데, 라고 후회하지만 반대로 친구가 아니게 된다고 해도 이 역시 후회할 것임.


치하야는 떨리는 손을 뻗어 아즈사가 넘기는 영혼을 받아들음. 서서히 새의 형태를 갖춰나가는 하루카의 영혼. 마지막으로 날려보내기 전에, 치하야가 작게 속삭임. 나는 너한테 많은 것을 배웠어. 그러니 잊어버리지 마렴.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을 바람을 전하고는 새를 저 하늘 끝으로 날려보냄


새는 한 순간 뒤를 돌아보는가 싶더니 바로 태양을 향해 날아가버림. 그렇게 친구를 떠나보낸 치하야는, 눈물이 고인, 그렇지만 어쩐지 온화함이 느껴지는 눈으로 아즈사를 바라봄. 아즈사는 그런 치하야를 꼭 안아줌. 이 둘의 모습을 원경으로 비추면서 end. 헥헥 끝 어이 빨리 이걸로 극중극 내놔


페르마타 인 랩소디아 극중극으로 내놔라~! 크헉헉


.....

개인적으로는 정말 극중극 식으로 앨범의 드라마파트 내용이 이런 느낌으로 비슷하게 전개되었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그러나 이미 cd는 나온 지 꽤 되었죠...그런 줄거리도 좋습니다만 좀 더 노래 분위기에 맞는 환상적인 내용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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