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가키 카에데로 잡아보고 싶었던 관계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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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6, 2020 00:52에 작성됨.

타카가키 카에데의 주절거림(가제)

이제 막 아이돌 부서로 와서 프로듀서와 만나고, 새로운 시작을 하려 하지만

홀로 모델 일을 버텨오던 그녀의, 결코 부드러워질 수 없던 그녀의 술기운을 빌린 비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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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에요..."

 

타카가키 카에데는 뒷좌석에서 쪼그리고 앉은 채 궁상맞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방금 전 실수로 신데렐라를 한 잔 마신 이후, 무언가 체념한 듯 연달아 양주를 위장에 쏟아 붓더니 생각까지 자포자기가 돼버린 것 같다.

 

"프로듀서 씨, 저 말이에요. 살아있을 가치가 없는 쓰레기 같지 않나요?"

 

"... 취하셨으면 그만 하시죠."

 

술을 마시면 어지간히 성격이 변하는 타입이었다. 그녀가 가방에서 꺼내 -아마도 술은 집에서 홀로 마시는 듯 했다- 손에 쥔 맥주캔을 빼앗으려고 들자 화를 냈다.

 

"이게 취한 얼굴로 보이나요? 프로듀서 씨의 눈은 스케줄표를 훑는 데밖에 쓸모가 없나요?!"

 

맙소사. 아직은 빈말로도 깊은 관계라고 할 순 없었지만 내가 지금까지 봐온 그녀의 성격에 이 정도로 격하게 화를 낸다는 일은 없었다. 포장이 만연한 연예계라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그녀는 악의나 부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단 말이다.

 

나는 재차 한숨을 쉬고는 일단 센카와 씨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문자를 보냈다. 그 사이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꿍얼거리기만을 반복했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요... 모델 일에 노래와 춤 연습만 하기도 바쁜데 예능쇼 같은 데나 나가서, 아무래도 좋은 질문에 웃으면서 리액션 취해주고, 바보같이 미소나 지으면서 앉아 있으면 인기는 오르고, 돈은 들어오고... 저기, 이건 쓰레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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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말이에요. 적어도 그 아이들만큼은 비웃을 거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예요."

 

열심히 할 말을 계산하던 나는 순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필사적으로 생각을 이어가며 나는 말없이 차를 몰았다. 그리고 그 사이 그녀는 취기 어린 얼굴로 조곤조곤 말을 이어갔다.

 

"알고 있나요? 이건 진짜 비밀이지만요. 전 친구가 하나도 없어요."

 

"학창시절에도요. 그 때는 정말 누구에게도 밉보이지 않고 착하게 굴었는데도 안 되더라고요. 솔직히 내가 안 보이는 게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리고 고등학교에 가서는 괴롭힘의 한가운데에 들어갔죠. 전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감정으로 대한 적이 없었어요. 그 아이들에게 왜 저를 이렇게 괴롭히냐고 물었더니, 그냥 꼴보기 싫어서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어이가 없었어요. 그리고 싫었어요. 대체 왜? 내가 뭘 잘못했는데? 대체 왜?”

 

“그래서 졸업하자마자 상경해서 모델이 됐어요. 왜 모델이었는지는 저도 아직 모르겠지만요. 내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아니면 그냥 멋져 보였는지...”

 

"어렸을 때부터 모델을 꿈꾸고 있었다는 거 말이에요. 사람들은 인고의 세월이니 자신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었느니 말하지만, 그럴 리가 없잖아요? 무슨 신화나 전설처럼 용이 나타나고 길한 조짐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매달릴 게 필요했던 것뿐이에요. 슈코 양이 단순히 먹고 살 길이 없어서 미시로에 쳐들어왔다고 했죠? 저도 비슷해요. 그 아이들에게 한 방 먹여줄 방법이 그것밖에 생각나지 않았어요."

 

"저는 말이에요. 그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거에요. 나는 여기에 있다. 그 밑바닥에서 아득바득 거기까지 기어 올라온 내가 그 타카가키 카에데다. 너희들이 해온 건 전부 헛된 짓거리다ㅡ 그렇게 말해주고 싶은데."

 

하지만, 하고 그녀는 말을 멈췄다. 멍하니 시선을 올린다.

 

"왜일까요. 그렇게 열심히 여기까지 왔는데 결국 쓰레기의 산만 쌓아 올리고 있는 것 같은 건."

 

나는 깜박이를 켜고 차를 후진시켰다.

 

"그래서 저는, 그냥 평범한 모델 활동이나 인터뷰는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 게 저랑 맞는다는 것도, 인기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뭔가 조금이라도 특이한 걸 하고 싶어요. 평범한 걸 하고 있다가는 그 아이들이 비웃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그래서---"

 

"그래서 저였습니까?"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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