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감이 안 잡히는 싸이버펑크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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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6, 2020 14:58에 작성됨.

때는 2019년. 해가 가기 전 마지막으로 받아보고 싶었던 그림 리퀘스트 글에는 종료 전의 기준으로 세개의 리퀘가 달리게 된다.


1. 이케멘 치하야

2. 로켓런처 레이나님

3. 비맞는 4차 아스카


시간 안에 댓글이 적혔더라도 그리고 싶은 소재가 아니면 받지 말아야지 다짐했는데 딱히 그럴 필요는 없었다.

새해 맞이 그림으로는 카코를 그리고자 했었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그릴 순번에서 밀려난 셋이지만, 그릴 순서는 정해두었다.

아스카(가장 그리고 싶은)->치하야(가장 익숙한)->레이나(그리고싶은 방식은 있으나 익숙하지 않은 방식) 순으로 그려 공개는 리퀘를 받은 순서대로 하는 것이다.


그렇다. 분명 아스카로 시작했었다.



qUMN5xV.jpg
-1차 시기-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행복충이었다.

그리고는싶었으나 쓰알 의상이라 무서운 디테일을감추고 있을 의상도 그럭저럭 잘 그려졌고

이미지는 수정 전이지만 수정 후의 채색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메디방이 가동 약 2주일만에 스스로 꺼지기 직전까지는 말이지


bno2vcl.jpg

[참고 자료]

그나마 채색은 날라가도 스케치는 남아있다는 점이 위안이다.

자료가 남아있는 이상 언젠가 손대고 싶을 때는 손을 대겠지만 

한동안 이 아스카에 손댈 일은 없을 것이다.




이 무렵, 나는 아스카 이후에 시작했지만 이미 1차 완성은 해둔 치하야를 이미지로 저장한 상태였고

자잘한 부분 외에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던 치하야를 빡침에 홧김에 업로드하게 된다.


왜냐면 이 사단이 2차완성한 치하야를 저장하다 생긴 일이기 때문이다.

2차완성된 파일을 폰으로 전송하는데, 폰으로 받은 파일은 1차완성본이었고

당황한 내가 컴퓨터를 확인하자 메디방은 꺼진 상태였다.



어쨌거나 이 일로 그림은 조금 쉬었다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TE3gxsr.jpg

<러프>

아스카를 버리고 새 아스카를 그리기로 했다. 

비맞는 아스카가 세상에서 버림받은 느낌으로 비를 '맞아내는' 것을 그리고 싶어서 고개를 드는 포즈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른쪽 얼굴은 저장을 못한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왼쪽 얼굴로 시작했다.



그런데 새옹지마라고 사실은 이 아스카가 조금 더 마음에 든다. 이전의 그림에서 이미 깔끔하게 해버린 스케치가 아까워서 갈아엎지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비에 젖은 머리카락이다. 다시 1차 시기를 보면 머리카락이 아무리 봐도 보송보송하기 때문에, 표정은 비참해보여도 다소의 아이러니함이 느껴진다.

비록 러프지만 이번 그림의 머리카락은 수직으로 아래로 뻗쳐있다. 이미 비에 젖어 축축함을 머금은것이다.



e6hbvPQ.jpg

젖은 머리카락을 묘사해본적이 없어서 스케치 없이 바로 시작했다. (뒤에 보라색은 색칠할 부분을 마크해둔 것임. 현재는 없음)

모니터에 먼지는 ㅈㅅ


여기까지 좋았다.


아니 사실 그 이후까지도 좋았다. 얼굴 묘사는 즐겁다.

지금, 인물 즉 아스카는 완성했다고 할 수있는 상태다. 그 상태로 약 1~2주 가량 숙성되었으나 (*숙성: 이미 완성된 그림을 기간을 두고 지켜보면서 수정할게 없나 살펴보는 과정)

현재로서는 수정할 것이 전혀 없어보인다.



그러나 정말 문제는 배경이다.


나에게는 두가지 선택이 있었다.

1) 네오도쿄 풍의 미래도시
2) 싸이버 펑크 재팬 (현재지만 조명 등의 이유로 SF느낌이 물씬 나는 느낌)

이 중에서 아직도 갈팡질팡을 하고 있다면 믿어지십니까?

나는 내 자신을 알기에 믿어진다. 두개가 뭔 차이냐고 묻는다면 스토리의 문제다. 1은 비교적 자연스럽지만 아스카가 어느 환경의 어떤 세계에 있는지를 상상해야하고, 2는 익숙한 환경이긴 한데 어떤 연유로 쓰알 복장을 입고 어울리는 곳을 배회하는 지를 상상해야한다.

자고로 싸이버펑크와 어울리는 것은 네온사인과 화려한 조명이다. 조명은 인류의 사치와 발전을 상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빼먹을 수 없는 장치다.

그런 빛이 나는 곳에서 고독을 씹고 뜯는 아스카, 물론 좋은 소재다. 그러나 빛도 없는 어두운 골목길에서 비참하게 비한테 두들겨맞는 아스카도 포기하기 어려운 것이다.



감정선과 인물은 있지만 배경은 없는 상태, 나로서도 정말 답답하다.

그냥 아무거나 랜덤으로 골라서 하라고 할 수도 있다.



해봤다.



평소 동경하던 빗속의 씬을 그리려고 비오는 날 찍어둔 사진들을 참고해 영화 속 교통사고같은 씬을 연출하려고도 해봤고,

아예 블레이드 러너같은 영화 속 배경을 베끼려고도 해봤다.


영 느낌이 안 오는거다. 실력, 역량부족 맞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완성이 된 인물 아스카라고 모든 부분이 쏙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다. 물론 마음에 든다. 들지만 1-2년 후에 꺼내보면 수정할 부분이 없지는 않을거아냐.

근데 나는 없는 한계까지 발악해서 1-2년 후에 꺼내봐도 수정할 부분이 아예 없을 그림을 그리는게 아니다. 지금의 내 실력 내에서도 만족하고 좋은 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할 만한 그림을 그리려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이 배경없음 사태는 치명적이다. 그림과는 이미 타협을 두는데도 안 되는거다. 내가 납득할만 한 스토리나 배경을 만들어야만 하는 건가. 근데 그게 어디 쉽냐고. 안 쉽다.


구도도 어렵다. 

이 그림은 대략 핸드폰 가로로 펼치면 나오는 그 익숙한 비율이다. 가로로 약간 긴거.
그 중간에 아스카의 얼빡이 있는거다.

그럼 여기서 문제. 배경을 어떻게 넣어야 자연스러울까요?




모른다.

몰라 몰라 모른다고.



사람 눈높이 정도로 자료사진이라도 찍어야되나?

애초에 배경도 없는데 자료사진을 찍어봤자다.





...고뇌는 그림 속의 아스카가 해야되는 것 같은데 내가 짊어지고 있구나...

누가 좀 살려줘요.. 숙성 3주 넘어가면 진짜 새 러프 시작할 것 같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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