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댓글: 0 / 조회: 685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12-12, 2019 20:24에 작성됨.

"......"


좁은 창문 사이로 스며드는 찬바람에 눈을 뜬다.


몸을 일으키고자 하여도 반지하 특유의 습기 때문인지 마치 온몸이 늪에 들어간 것 마냥 찝찝하여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


입에서는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는다. 하고자 하는 말이 많아도 듣고자 하는 이는 없다. 


열린 입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는 나는 어쩐지 옛날 생각이 난다.


한 때 작은 프로덕션에서 일했던 아이돌 프로듀서였던 나는 꿈이 있었다.


작게 빛나는 원석을 밝게 비춰주고 싶다는 욕망. 남들에게는 보잘 것 없는 꿈이라 할지라도 내게는 소중한 꿈이였다.


빛나는 아이돌을 만들고 싶었던 그의 꿈을 짓밟은건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돌이였다.


OOO 프로덕션 성추행 논란.


프로듀서가 자신의 위치를 사용해서 미성년자들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은 사회의 큰 반향을 가져왔고, 프로듀서가 아이돌을 임신시켰다는 사실을 부정했을 때 사람들은 분노하여 입을 모았다.


언론은 가해자의 인권을 보장해줄 이유가 없었고, 이후 어디를 가나 나에게는 수근거림과 강렬한 혐오가 따라붙었다.


용기있는 자, 정의로운 자, 지키고자 하는 자는 나에게 분노하였고, 그건 일반 시민들도 다르지 않았다.


나는 악마였다.


"......"


그렇게 나는 목소리를 잃었다.


나에게 내려진 최종 판결은 '무혐의'였다.


@실어증의 걸린 프로듀서가 살아가는 이야기. 누굴 만나서 어떻게 될지는 글쎄요...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