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는 어째서 타락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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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0, 2019 06:10에 작성됨.

악마들을 무찔러 마침내 평화가 찾아온 천사들의 세계.


아스카는 대악마 시키와 크게 대립했습니다. 좋든 싫든 자주 만났고, 자주 칼을 맞댔습니다. 서로 죽을듯 으르렁대지만 서로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않은 신기한 관계였죠.


아스카의 옆엔 늘 란코가 있었습니다. 란코는 강하고 고결했습니다. 누구에게나 평판이 좋았어요. 아스카에게 있어서 안식처는 란코뿐이었습니다. 적어도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악마들이 침공해옵니다. 시키는 아스카를 습격한 뒤 납치하고요. 그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출격한 란코. 그리고 그녀와 함께하는 군세. 아스카는 몇날며칠이고 의식을 잃고 있다가 깨어납니다.


깨어나니 본 광경은 란코가 시키를 무찌르는 광경이었습니다. 참 불쌍하게도 죽는군. 비아냥대는 아스카를 보며시키는 말했습니다. 지금 나보다 불쌍한 건 너야. 이제 앞으로 나 없이 살아야 하잖아?


그리고. 평화 속에서. 아스카는 할 일이 없었습니다. 란코는 이런저런 예술적 취미가 있었지만, 아스카가 하는 거라고는 홀로 틀어박혀 있는 것 말고는 없었습니다.


란코는 깨달은 거에요. 아스카가 이제 삶의 원동력이 사라졌구나. 시키라는 목표가. 시키에게 가진 증오가. 칼을 맞대고 대립하는 시간이. 사실 삶의 원동력이었단걸. 악마였고, 아스카를 힘들게 했지만서도 시키는 자신과는 다른 어둠의 안식처였다는걸.


란코는 말라가는 아스카를 위해서 타락하기로 결심합니다. 스스로 악이 되어 아스카에게 활력을 주기 위해서.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그걸 눈치채고 기꺼이 란코를 무찌르러, 아니,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안식처로 돌아오는 아스카.


물론 제가 원하는 엔딩은 란코는 일탈행위로 인해 가볍게 문책받고 끝나고. 아스카는 전투 대신에 중2병짓으로 삶의 활력을 찾는 방식으로 굴레를 벗어나고. 시키는 내면의 악이 정화되어 천사로 다시 태어나서 아스카를 놀려먹고. 이런 식으로 모두 사이좋게 꽁냥대는 해피엔딩입니다.


이런 클리셰 많죠. 증오가 더 많지만 애증의 관계에 있던 둘 중 하나가 죽는다면 나머지 한명이 삶의 목적을 잃어버리는 그런거요. 배트맨과 조커? 일리단과 마이에브? 하여튼 거기서 한발 더 나가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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