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아이에게 박살나다.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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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30, 2019 18:30에 작성됨.

오늘의 일일 망상


자신의 담당 아이돌을 매우 깊게 사랑하고 있던 당신

물론 담당 프로듀서와 아이돌의 연애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몸은 좀처럼 말을 듣질 않는다.


어느날, 드디어 용기를 내서 오프타임때 자신의 담당에게 진심어린 고백을 한다.

물론 알고있다. 보나마나 "으응... 그래도 역시.. 우리는 아이돌과 프로듀서니까...."

"프로듀서씨가... 나를 신데렐라 걸로 만들어준다면.... 그때는.."같은 상투적인 거절멘트를 들을것을

만약 이어진다면 더 좋고


그런데, 그런 상냥한 거절을 망상하며 고백해서 돌아온것은, 상냥한 거절이 아닌

매우 차디차고 고통스러운 독설이였다.


이때까지 담당 아이돌을 그렇게 보고 있었느냐느니

대단히 기분 나쁘다느니, 역겹다느니 그야말로 대놓고 불쾌함을 드러낸다.


충격에 말이 나오지 않는다.

머릿속에 그려놓은 망상의 낙원이 붕괴한다.


망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온다.

안될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처참하리만큼 깨질줄은 꿈에도 몰랐다.

모든걸 잃어버린채 집으로 돌아왔다. 눈가에 촛점이 없다.


어둡고 음습한 자신만의 요새의 불을 켠다. 방 안에는 담당 아이돌의 굿즈 상품들로 가득하다

아무래도 담당 프로듀서의 의무감으로 하나씩 꼬박꼬박 산것인지랴

여름날 촬영때 둘이서 같이 찍었던 사진이 탁상에 걸려있다.

자신속의 내 아이돌은 미소를 짓고있었다.

저 미소또한 거짓이였던건가?


버려졌다는 감정에 눈물이 흐른다.

이미 나이는 먹을대로 먹은 어른이였지만, 아이처럼 엉엉 눈물을 흘린다.

F랭크 시절부터 키워온 담당 아이돌에게 철저하게 버림받았다.

꽤나 긴 시간동안 같이 해오면서, 이미 가족이나 다름없을 줄 알았다.


눈물로 젖은 눈앞이 아른거린다.

눈앞에 빼곡히 놓여있는 찬장의 피규어들이 나를 한심한 어른이라는듯 쳐다본다.

자괴감과 배신감에 목놓아 울며 그렇게 잠에 잠에 빠져든다.


==============추가 전개==============


그렇게 눈물범벅이 된 채 잠든지 몇시간이 지났을까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자신의 집 대문에 노크소리가 울린다.

쾅쾅 거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굳게 닫혀있는 문을 열어보니


왠 자그마한 소녀가 우리집 문 앞에 서있었다.

눈물을 닦곤 그 소녀를 바라본다.

분명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딱히 말을 걸어 본 적은 없다.

분명 팔리지 않는 F~E랭크 정도의 무명의 아이돌 (마이너한 데레 캐릭터 아무나 한명)일것이다.


훌쩍이는 목소리를 간신히 참으며 무슨일로 왔냐고 물어본다.

오프타임때 나를 봤다고 말한다. 같은 사무소의 프로듀서니까 인사라도 드릴까 했는데

당시의 내 표정은 당장이라도 죽어버릴 것 같은 어두운 표정이였다고 말한다.


혹시 같은 사무실의 사람이 무슨 봉변을 당하는게 아닐까 싶어서 걱정이 되서 찾아왔다고 한다...


철저하게 버려진 나에게 있어서 이 아이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보였다.

평생을 길러온 담당 아이돌에게 오늘 개박살이 나서 완전히 의절까지 당했다.


나는 이 아이한테 관심은 커녕 이름조차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아이는 용캐도 내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고, 같은 사무소의 사람이니 인사라도 드릴까 하는 찰나에

나를 발견해서, 나를 걱정해줘서 여기까지 찾아온것이다.


순간의 구원감에 와락 그 소녀를 끌어안아선 목놓아 울며 자초지종을 늘어놓는다.

자신보다 훨씬 큰 남성이 화악 끌어안자 소녀도 당황한 것 같았지만

너무나도 서렵게 우는 남성의 모습에 도저히 떼어낼 생각을 하질 못하며 그 자그마한 두 손이

남성의 목덜미를 끌어안는다.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이라고 했던가

오늘 나는 내가 사랑했던 담당 아이돌에게 완전히 버려졌다.

그리고 나는 나를 사랑하는 담당 아이돌에게 구원받았다.


정신을 차린다.

나를 위로해러 와준 그 소녀는 이미 우리집 안까지 들어와서 하루종일 목놓아 울어서

탈진상태인 나를 위해 밥까지 해주려고 부엌에서 나름대로의 지식을 총 동원해서 요리를 하고 있다.

훌쩍거리며 거실의 식탁에 앉아 부엌의 소녀의 뒷모습을 지켜본다.


눈을 감고 생각해본다.

나는 한번이라도 내 담당 아이돌에게 손요리를 받아먹은 적이 있던가?

나는 한번이라도 내 담당 아이돌에게 선물을 받아본 적이 있던가?


분명 있었던 것 같은데.... 생각을 하면 생각할수록 선명했던 기억이 흐릿해져간다.

시간이 흘러서, 그 자그마한 소녀가 나에게 따뜻한 온정의 음식을 건넨다.

이 음식을 한숟가락이라도 먹는순간, 더이상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수저를 든다.


나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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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하다가 울었다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요약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했던 아이돌에게 용기를 내어 고백했으나

정말 상상도 못할 정도로 개박살이 나버렸다.

패배자먀낭 눈물을 흘리며 도망쳤는데,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이름도 겨우 기억하던

사무실의 아이돌이 마침 죽을상의 내 모습을 보고 혹시 무슨일이 생기진 않을까 하는

걱정어린 마음에 우리집까지 나를 찾아왔다.


그 때, 나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가..........


내가/ 사랑했던 아이돌인가.

나를/ 사랑하는 아이돌인가.


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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