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유 "Suspir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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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2, 2019 01:42에 작성됨.



프로듀서. 마유의 소중한 프로듀서. 세상에서 제일로 사랑하는 프로듀서. 그 프로듀서는, 현제 심각한 침체기에 빠져 있었다. 마유가 지금까지 늘상 프로듀서를 봐오면서도 이렇게까지 길고 오래 침체기 속에 빠졌던 적은 본 적이 없었을 정도로. 프로듀서씨가 그렇게 된 그 이유를, 마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얼마 전, 프로듀서는 사귀고 있던 애인과 원치 않게 헤어지고 말았다. 아이돌과 프로듀서간의 금지된 관계에서의 트러블 같은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고. 그냥 개인과 개인간의 갈등으로 인해 헤어졌을 뿐이었다. 마유는 그 이유라는 것이 그리 좋은 이유는 아니었을 거라고 추측만 할 뿐이다.


어쩌면 마유에겐 기회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마유는, 그런 일을 기회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사랑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프로듀서씨였으니까. 마유는, 시간이 날 때마다. 최대한,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만큼 프로듀서씨를 위로해주려고 했다. 프로듀서씨의 마음에 마유가 들어갈 자리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이미 마음이 그 사람으로 꽉, 꽉 차 있을테니까.


그 사실은, 참으로 마유를 힘들게 했다. 사랑을 억누르는 것도 아니고, 최대한 발산하고 있는데도. 그래도 사랑이 계속해서 차올랐다. 차올라서 더이상 마음속에 담을 수가 없을 정도로. 어느 날. 프로듀서가 거나하게 취한 날. 우울에 잠긴 채로 멍한 눈빛으로 귀가를 할 시간에, 프로듀서는 다시 사무소로 돌아왔다. 지금쯤은, 아마도 일이 있어서 이제야 사무실에 돌아왔을 한 아이를 보기 위해.


너무 일직선적이라면 일직선적이고 올곧다면 올곧은 사랑. 마유의 행위는, 프로듀서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마유가 늘 해왔던 행동이고, 마유의 마음은 늘 한결같았지만, 프로듀서의 시선이 향하는 곳이 달라지니까. 그 똑같은 풍경도 너무나도, 달라 보였다. 마유라면, 마유라면 괜찮은 걸까.


오늘도 홀로 귀가하는걸까 싶어서 슬슬 귀가할 채비를 하던 마유 앞에 나타난 프로듀서. 얼굴이 잔뜩 붉은 프로듀서. 프로듀서씨가 이렇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었을까. 프로듀서씨가 마유를 보면서 처음으로 던진 한 마디는 마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마유. 네? 너는 날 아직도 좋아하는 거니.


프로듀서씨. 취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프로듀서를 말리려 하면서도, 자신의 두근거리는 마음을 제어할 수가 없는 마유. 마유. 나 외로워. 외로워 죽을 것 같아. 오늘이라도 좋으니까 같이 있어도 될까. 그렇게 말하면서, 필사적으로 손을 건네는 프로듀서. 그렇게 말하면 거절할 수가 없는걸요. 프로듀서씨. 저라도 괜찮은 건가요. 그리고, 말 없이, 마유의 손을 휘어잡는 프로듀서.


그렇게, 아무런 경황 없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집으로 가서, 그 집의 침대 위에 누워서, 마유는 프로듀서와 손을 잡았다. 마유는, 다음날부터, 복잡한 마음에 프로듀서씨에게 제대로 다가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이 할 수 있는건 모두 했지만, 프로듀서씨도 거기에 기뻐헀지만, 거기에 스스로가 의문을 품을 뿐이었다. 정말 괜찮은 걸까. 나, 지금 프로듀서씨랑 이어지고 있는 걸까. 프로듀서씨는 모두에게 친절하니까. 그냥 잠시 힘들어서 의지한 걸로 내가 혼자서 들떠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만약, 프로듀서씨가 정말로 마음이 있다면? 이런 사랑, 꿈에서도 이루어지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사랑. 그것이 정말로 이루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프로듀서는, 그 끝없는 사랑에 결국은 굴복하고 말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이제서야 어둠 속을 헤쳐나갔다고 해야 할지. 프로듀서는 자신의 옆에 늘상 있던 해답을 보았다. 프로듀서는, 마유에게 고백을 했다. 고백같지도 않은 조잡한 고백이고, 그냥, 우물쭈물하다가 얼굴을 잔뜩 붉히고 고개를 숙이며 손을 잡아줬을 뿐이지만. 마유는,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다. 고마워요. 그냥, 다른 수식어는 필요가 없었다. 그냥 고마워요.


프로듀서의 가슴뛰던 첫번째 사랑은 완전히 결딴이 났고, 일은 힘들고, 마음속엔 아직도 멍이 들었고, 매일매일 마주보는 사람들은 역겹고, 자신의 모습은 너무나도, 초라했다. 아직도 새로운 사랑을 두고도 그 아린 흉터와 옛날의 그 사랑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거기에 자괴감을 품는 프로듀서의 현실.


하지만, 프로듀서가 그 현실에서 마냥 고통받는다고 힘들어하는 일은 없었다. 옆에는 손을 잡을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사랑하던 사람과의 인간관계를 파탄낸 자신에게도 손을 내밀어주는 누군가가 있기에... 최대한 그 흉터를 잊으려 하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마유의 사랑은 늘 한 방향을 향했지만 답이 없었고, 일은 고되고, 늘 달리기만 하던 마음속은 슬슬 말라가기 시작했고, 매일매일 마주보는 세상에서 제일로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좋아해준다는 확신이 없어서 고통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이젠, 고통에서 풀려났다. 그 어떤 고난이 있어도, 프로듀서가 자신의 손을 잡아주기만 한다면, 마유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마유는, 옛날의 사랑을 생각하는 프로듀서를 보면서. 아주 약간 화가 나서 프로듀서씨, 아직도 저 말고 다른 사람이 눈에 아른거리는 거군요. 라고 잠깐 틱틱대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그 사랑은 다시 떠올리는 것 조차 고통스러울 것이 뻔했고, 옛날 흉터는 잠시만 바라보고 말지. 결국엔, 다시 눈 앞의 현실로 돌아오고, 포근하고 달콤한 사랑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유에서였다.






이거 생각해보니까 제가 전에 썼던 글들이랑 비슷한 느낌같아요. 최근엔 손 안댄 시키 장편 느낌도 나고. 리아무랑 프로듀서 글 느낌도 나고.


요샌 요 노래에서 정말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요 노래로 글 한 3개쯤은 써내지 않았을까요. 최근 올린 린노노 이야기. 리아무와 프로듀서 이야기. 아스카와 시키 이야기. Suspirium은 라틴어로 한숨이라는 뜻입니다. 레딧과 위키백과 피셜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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