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만난 미오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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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30, 2019 23:09에 작성됨.

10살.


막 러시아에서 일본으로 온 아냐는

말도 안 통하고 외모도 튀다보니 또래와 어울리기 힘들었습니다.


학교가 끝난 뒤에도 혼자 공원에서 그네라도 타며 시간을 죽이는 게 일상.

엄마도 아빠도 바빠서 놀아줄 사람이 없고, 차라리 얼른 날이 저물어 밤이 온다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찾아온 모르는 아이.

동네에서 본 적 없는 이 아이는 어째서인지 자기에게 친근하게 다가왔지만

말이 안 통하는지라 알아들을 수 있는 건 미오라는 이름 정도.

다행히 미오도 자신의 이름은 알아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친해졌습니다.


할 수 있는 건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 그리고 바디랭귀지 정도.

그래서 대화는 못 하고 술래잡기 같은 간단한 놀이 정도만 가능했지만 즐거웠습니다.

일본에 와서, 어쩌면 태어나 처음으로 친구와 신나게 놀아본다는 느낌을 받았죠.


작은 의문은 있었습니다.

자신에게도 스스럼 없이 다가오는 이렇게 활발한 아이를 왜 나는 처음 봤을까.

그리고 왜 이 날 이후 볼 수 없었을까.


시간이 흘러 5년.

프로듀서의 스카우트를 받아 아냐는 도쿄로 올라왔습니다.

아이돌이 되기 위해 찾은 프로덕션에서 자신을 부르는 그 아이.


오랜만에 만나 그 때와는 모습이 달라져 처음엔 못 알아봤지만 이름을 듣자마자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아이구나. 남들과는 조금 다른 외모 덕에 나를 바로 알아봐 주었구나.

사실 미오는 홋카이도가 아닌 치바에 살았고, 그 날은 가족끼리 여행을 온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날 처음 미오를 본 뒤로 다시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정말로 기뻤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왜......


"왜...... 여자애죠?"

"엥?"

"분명 그 땐 남자 옷을......"

"아. 나 어릴 땐 오빠 옷 물려받아 입었거든."

"......"

"설마, 나 남잔 줄 알았어?"

"Да(네)......"

"이름도 미오인데?!"

"그 땐 미오가 여자 이름이라는 걸 몰랐어요......"

"나중에라도 알았을 거잖아?"

"머릿속에서 이미지가 굳어버려서......"

"아, 음. 하긴. 평소에 남자애들처럼 논다는 말도 자주 들으니까."

"그래서 그만...... 미안해요......"

"괜찮아! 내가 성별 같은 게 뭐가 중요하다고!"


"설령 아냐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 해도 난 아무 상관 없어!"

"우린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친구, 그리고 이젠 같은 회사 동료니까!"

"부끄러운 기억은 잊어버리고 내일도 톱 아이돌을 향해 달리는 거야!"


'...... 아뇨. 아냐에겐 상관 있어요. 저는 그 때부터 쭉 미오를...... 좋아했으니까......'




어린 시절 좋아했던 남자애와 커서 아이돌이 되어 만나보니 여자애였다는 썰.

흔한 클리셰 같기도 하지만 뭐 어때요. 그냥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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