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속에 등장하는 인물 이름을 지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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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2, 2017 00:54에 작성됨.

아무리 아이돌마스터 팬픽이라고 하지만, 가끔은 실제 아이마스 세계관에 존재하지 않는, 스스로 창작해내는 등장인물이 나타날 때도 있습니다. 특히 저처럼 장편을 쓰시는 분들이 그런 경우가 있는 편이죠. 그래서 인물 이름을 지을 때 저는 은근히 신경 쓰는 편입니다.

 

먼저, 성을 골라야겠죠. 일본은 성이 넘치고 넘치기 때문에 아무거나 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아무거나 하다가 아이돌들의 성과 겹치게 되면 독자들이 그 아이돌과 무슨 관계가 있을 것이라 착각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저도 장편에서 시마바라 히사히로(島原 久弘)라는 인물을 악역으로 만들어 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시마바라 엘레나(島原エレナ)라는 아이돌이 있는 것을 보고 꽤 당황했었죠. 이제 아이돌들이 엄청나게 늘어나다 보니까 이거 피하는 것도 꽤 어렵습니다....

 

그리고 스즈미야(涼宮)같이 아예 없는 성이나, 키사라기(如月)같이 극단적으로 수가 적은 성도 기피합니다. 제가 어감이 좋아서 주로 주인공이나 선역에게 붙이는 성은 미나모토(源), 타치바나(橘), 이케다(池田), 사카키바라(榊原) 등이 있습니다. 근데 이 중에 타치바나와 사카키바라는 아이돌이 있어서 쓰기가 곤란해졌네요. 아, 그리고 일본의 성은 지명으로도 있는 것이 많습니다. 실제로 도도부현에서 3곳을 빼면 전부 성으로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지명에서 따온 성이 나리타(成田), 후쿠오카(福岡), 니가타(新潟) 등이 있습니다.

 

그 다음 이름이 문제인데요, 사실 성별이 남자라면 괜찮습니다. 주로 남자 이름에 붙이면 그럴 듯한 한자가 많으니까요. 저는 남자 인물의 경우는 전국 시대 무장의 이름을 섞어서 씁니다. 그 때 이름에 쓰던 한자는 지금도 많이 쓰니까요. 예를 들어 마츠다이라 타다요시(松平 忠吉)에서 하세가와 타다요시(長谷川 忠吉)라는 이름을 짓는 방법이죠. 좀 복잡하게 하면, 카토 키요마사(加藤 清正)와 도쿠가와 히데타다(徳川秀忠)에서 따와 타테하시 키요히데(立橋 清秀)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자 아이들의 이름이 문제죠. 뭐, 일반적으로 여자 이름에 많이 보인다 싶은 한자를 많이 쓰기는 합니다만, 특별한 캐릭터의 경우는 아래의 사이트를 주로 이용합니다.

 

http://babyname.ojaru.jp/women/onna-fu.htm

 

여러분도 한 번 사용해보세요^^

 

마지막으로, 저는 이름에 상징적인 의미를 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데 웃긴 거는 그딴 거 누가 알아봐 수준이라서...

 

예를 들으면 미나세 이오리 팬클럽의 회장 이름은 하세쿠라 시카도(支倉 子廉)라고 지었습니다. 먼저 하세쿠라라는 성은, 미나세 재벌이 다국적 기업인 걸 반영하여 예전에 다테 마사무네의 명으로 스페인까지 다녀왔던 하세쿠라 츠네나가(支倉 常長)에서 따왔습니다. 그리고 미나세 가는 부자잖아요? 그래서 삼국지에서 돈 많기로 유명한 조홍이라는 장수의 자인 '자렴'을 이름으로 붙였습니다.

 

그리고 아키즈키 리츠코 팬클럽의 회장 이름은 나와치 토카이(縄稚 唐芥)라고 지었는데, 이건 저도 왜 이렇게 공들여서 붙였나 궁금할 정도입니다. 이 사람은 설정상 '쁘띠피망'과 동일인인데, '쁘띠'가 보통 작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까, 어릴 치(稚)자가 들어가는 성을 찾았습니다. 그럼 남은 건 피망인데요, 사실 피망은 프랑스어인데 정작 프랑스에서는 피망이 우리가 아는 그 피망이 아니라 고추류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고추를 일본어로 표기한 것 중 하나인 唐芥子에서 따와 唐芥라고 지었지요.

 

...... 네, 쓸데없이 공들여 지은 겁니다. 누가 알아봐주는 사람 따위는 없지요.

 

가끔은 친구들의 이름을 따서 짓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김(金)씨 성을 가진 친구에게서 따와, 카나이(金井)라는 성을 붙였고, 성범(成範)이라는 친구의 이름을 그대로 따와 시게노리(成範)이라는 이름을 붙였었죠.

 


누가 보면 왜 이렇게 쓸데없이 애써가며 인물 이름을 짓냐고 물을겁니다. 뭐, 첫 째는 그냥 자기만족이라고 할 수 있겠고,
둘째는 제가 글을 쓰는데, 그 글의 배경이 일본인 이상, 일본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만 한 이름이 그래도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입니다. 뭐, 의도는 그렇지만 실제로 짓고 나면 이건 뭐 병x같은 이름이지, 라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지요...

잡설이 참 길었네요.... 누가 여기까지 읽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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