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노미야 아스카 - 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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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7, 2018 21:43에 작성됨.


일어나보니 주변이 전부 정전되어 있었어. 그렇게 놀랄 만한 일은 아니었지. 부모님의 손은 얼음으로 뒤덮혀 있었어.


아무런 꿈도 없고, 아무런 계획도 없이. 난 스산한 밤 안으로 걸어갔어. 불꽃을 찾기 위해서. 빛을 잃은 아이들은 그것이 전선인줄도 모르고 길다란 선을 가지고 놀고 있지만. 집에도 누구 하나 없고 봐줄 사람도 없으니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아.


가장 어두운 밤에서 깨어났을 적엔, 이웃들이 빛을 찾았다고 소리쳤었어. 내가 기댄 벽 쪽으로 울렁거리는 그림자의 크기는 처음에는 컸지만, 결국 그 그림자의 크기는 작아져만 갔어.


나는 이 어두컴컴한 밤 속에서 길거리로 갔어. 누구랑도 좋으니 한번 싸워보려고. 아이들을 위해 촛불을 켜 줘야 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제발, 다들 촛불을 숨기기만 하잖아.


부모님의 손은 얼어붙어버렸고, 난 이상하기 짝이 없는 폭풍 속에서 자라나고 있어. 주변 사람들은 추워하는 사람도 없고, 따뜻해하는 사람도 없이, 그냥 멀뚱히 눈만 떴을 뿐이야.


아이들은 눈 속에서 죽어가고 있어. 저 아이들을 봐. 심장에 흐르던 전기가 나갔다고. 전선이 뭔지도 모르던 아이들은 박제가 되어 내 주변인들처럼 눈만 멀뚱멀뚱 뜨고 다닐 거야.


난 아이들을 위해 불을 밝힐 거야. 제발, 그 빛을 숨기지 말라고. 아이들은 우리에게서 숨긴 것이 없단 말이야. 아이들한테 촛불을 손으로 가린 채 하는 그림자놀이 말고 빛을 보여줘야 한다고.





아케이드 파이어의 Neighborhood #3 (power out)의 가사를 나름대로 어레인지해보면서 끄적여본 글입니다. 아스카는 자신에 대해 파고드는 중2병이라고 생각하기는 하는데, 중2병의 기저에는 저항과 투쟁이 깔려 있다고 생각을 해요 저는.


아스카는 정전되어 빛이 없는 암울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빛을 지닌 사람들은 그 빛으로 그림자놀이는 할지언정 빛을 보여주지 않으려 합니다. 어른과 기득권 사회, 그리고 이미 추위도 못 느끼는 몸이 되어버린 작은 어른들에 대한 나름의 저항으로 아이돌 일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자신의 빛을 퍼트리고, 어른들이 하는 그림자놀이를 조금이나마 그 빛으로 드리워보려는 것도 나름 중2병의 자세가 아닌가 싶어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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