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쓰고 있는 글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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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9, 2018 00:19에 작성됨.

'후쿠이의 달'이라는 장편 글을 연재하고 있는 라이라이라입니다.
이 글을 쓰는 걸 목표로 해서 아이커뮤에 가입하게 되었는데, 어느 새 가입한 지도 9달이 지났네요.
창작 이야기판에는 가입 초기에만 조금 있다가 이후에는 전혀 방문을 하지 않게 되었는데, 이번에 이야기판에서 일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야기판을 조금 둘러보다 저도 제 글에 대한 이런 글을 좀 써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쓰는 글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잘 쓰고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쓰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상태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네. 필력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걸 항상 체감해요. 이야기 전개에 대한 큰 그림이 그려져도 이걸 실제로 글로 옮기려 하면 어떻게 묘사를 해야 최소한 읽을 만한 글이 될 수 있을지, 너무 고민이 커져서 책상 앞에서 한참을 끙끙대도 한 줄도 못 쓰거나 몇 줄 겨우 쓰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그러다보니 초기엔 한 편 쓰는데 1주일 걸렸던 게 여름방학 되고서 다시 연재 시작하고서는 한 편 쓰는데 3주는 걸리네요.
기분 환기시키고 실제 현장의 공기를 느껴보자는 의미에서 직접 후쿠이를 3박 4일로 방문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진척은 없는 상황.
일단 지금은 (그저 변명이겠지만) 되려 마음이 더 어수선해져서 집필 자체를 사실상 잠시 중지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후우... 안 그래도 연재 간극이 더 길어져서 조바심이 나는데, 정작 마음은 왜 이러는지...


일단 이야기를 하려면 제 작품에 대해서 간단한 소개를 들어갈 필요가 있겠군요.
"후쿠이의 달"은 라이라가 일본으로 와, 아이돌이 되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는 글입니다.
여담이지만 하필 배경이 후쿠이인 이유는 제가 라이라 - 미치루 조합을 지지하므로 둘이 함께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기 때문이며, 또한 미치루는 출신지가 후쿠이이기 때문이죠.
아무튼, 라이라는 일본에서 지내면서 여러 인물들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듣거나 사건, 갈등을 겪게 되고, 이를 통해 라이라는 스스로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이제껏 살아왔던 가정이나 고향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꽁꽁 숨겨두고는 이야기하는 것조차 거부했던 자신의 '사정'에 대해서도 조금씩 드러나게 되고 라이라의 안에 엉켜 있던 갈등의 실타래는 천천히 풀려 나가기 시작하죠.


이런 성격의 글이기 때문에, 이 글은 아이돌 마스터 계열의 2차 창작임에도 불구하고 프로듀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고, '아이돌'이라는 소재조차 다루어지지 않는 형태의 글이 되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후반엔 언급은 살짝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론 그래요.
작품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읽어주어야 의미가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아이돌'이라는 소재를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컨텐츠 소비자의 입장에서 '아이돌'이라는 요소가 빠진 2차 창작이 매력이 될 수 있는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저는 이런 배경을 기본적으로 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라이라를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으니까요.
다만 글 자체가 일상물이라는 형태를 취한 데 대해서는 스스로 불안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곳 분위기를 보면 인간이나 사회의 본질적인 성질을 꿰뚫고 그것을 이야기에 담아내려는 분이 많이 계신 것으로 보이는데, 저는 전혀 그렇지 못하거든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제 글에 전혀 메시지를 담지 않을 것은 아니지만, 결국 그것도 완성된 이야기의 형태를 만들려면 어쩔 수 없어서라는 측면이 강하고, 저는 기본적으로 매우 적당주의입니다.
그러다보니 과연 내가 이런 분들과 섞여서 글을 써도 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거, 써 놓고 보니 도레미 팩토리 커뮤에서 다들 고민이 있는데 혼자만 고민이 없어서 놀라는 카오루 같은 입장이 됐네요.


다만, 저는 '문화 등이 다른 이들이 겪는 헤프닝이나 갈등 같은 걸 담는 이야기'를 읽거나 보는 걸 좋아합니다.
라이라를 최애로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이거였죠. 그래서 외국인 아이돌이 기본적으로 제 관심을 받았는데 그 중에서 라이라에게 꽂혔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읽고 재밌어하는 거랑 그런 이야기를 실제로 적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더라구요.
'후쿠이의 달'을 쓰기 위해서 저는 일본과 두바이의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합니다.
게다가 이 글은 문화적으로 특정 일면만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어느 면모를 드러낼 지를 도무지 특정할 수가 없다보니, 전반적으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하죠.
식문화, 패션 트렌드, 제도와 풍습, 학교 생활, 그 지역 사람들이 주로 즐기는 취미 생활, 기본적인 사고 방식...
근데, 우리와 가까워서 친숙한 일본에 대해서도 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데, 하물며 전혀 생소한 문화권에 있는 두바이는 어떻겠어요?
덕분에 아직 몇 편 진행하지도 않았는데도 고증 따윈 안드로메다로 관광보낸 지 오래입니다.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중동이나 두바이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읽기도 하고, 연재하면서도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들에 대한 정보를 구글링하면서 찾기도 하지만, 그걸 글에 녹여내기엔 택도 없더군요.
그리고 한 편으론 라이라의 출신지 특성 상 '너무 고증에 집중하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도 있을 수 있고요.
그러니까, 저는 본질적으로 이 글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글인가에서부터 이야기를 다채롭게 이끌어나가기 위한 문화적 배경 지식이나 세부 묘사 능력 모두가 부재해 있다는 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의문을 느끼고 있고, 그래서 글을 쓰기 위해 펜을 들 때마다 걱정으로 가득 차고 그렇습니다.


한편, 그렇게 제가 무얼 해도 부족하다고 느끼면서 자기 혐오감이 들어오다 보니, 양심 고백을 하자면 창작 쪽 게시판은 현재 글을 완성해 업로드할 때를 제외하고는 아예 들여다보지도 않고 있습니다.
왜냐면, 다른 분들의 글을 읽고 있으면 제가 부족하다는 생각만 더 강하게 상기가 되면서 더 마음이 불편해지거든요.
다른 분들이 쓰는 글들은 어째서 글자 한자한자에서 그렇게나 빛이 나는 건지... 저로서는 너무나 눈부셔서 눈을 뜰 수조차 없어요.
또, 제가 올린 글에 대해서는 반응 체크를 하고는 있는데, 별 반응이 없는 상태다 하면 차라리 '무소식이 희소식이지' 라는 생각을 갖기도 합니다.
(이런 식이면 나 이 글 왜 쓰고 있는 거지...)
그래도 이런 부족한 제 글에 대해서 호평해 주시는 분이 몇 분 계시다는 것이 저로서는 다행스럽고 기쁜 점이죠.
그 분들께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제 글과 관련된 소통의 부재가 제 내적인 불안감을 더 키운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도 듭니다.
제가 원래는 남에게 의존하거나 위로받고 싶어하는 성향이 강한데, 실제로 남에게 다가가려고 생각하면 거절이나 무시를 당하는 걸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다보니 보통은 스스로를 숨기고 혼자서 끙끙 앓고 있거든요.
그래서 커뮤니티 활동에 그닥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도 있었네요.
그런데, 혼자 생각을 하고 있으면 언제나 막연하게 최악의 경우만 생각하게 되고, 한편으로는 상대방이 하는 말은 절대적이라고 생각하고 제 입장에 의한 반론을 잘 못하다보니 실제로 어떤 형태의 지적과 맞닥뜨리면 대처를 못하고 당황하는 경우가 부지기수기도 합니다.
이런 채로 남아있을 수만은 없죠. 따지고보면 '후쿠이의 달'을 쓰기 위해 가입했다는 것은, 다르게 이야기하면 스스로에 대한 어떤 변화를 맞이하기 위해 가입했다는 의미도 되는 거니까요.
이번 기회를 통해 앞으로 저를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에서 이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비록 시간은 걸릴 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서로의 글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제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제가 식견이 없다보니 감히 다른 분들 글에 대해 무어라 말을 할 수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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