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장문, 의식의 흐름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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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6, 2018 06:59에 작성됨.

동장군의 기세가 매섭게 날이 서던 10월의 중간지점. 프로덕션이 발칵 뒤집혔다.
영업 1부부터 3부.. 아니, 프로덕션의 전체가.


사실 이 프로덕션은 항상 문제가 잦았다.
사원들과 다를바 없는 박봉임에도 불구하고 갖은 노력을 쏟아부어 온갖 위기에도 항상 회사를 지켜내오던 사장님과 임원분들. 영업중 타 사와의 충돌로 인한 퇴사. 스스로의 꿈을 찾아 떠나는 퇴사... 아니, 이건 그냥 내가 느끼기에 문제일건가. 여느 회사에서든 다 똑같이 일어나는 일일텐데(물론 임원과 사장의 주머니에 제대로 돌아가는게 없는 상태로 수년을 계속 버텨온 회사가 비범하면 비범했지 평범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지만).


정통파 아이돌의 시대는 저물고 있었다.
물론 화보촬영쪽은 별개의 이야기였지만, 단순히 가창력만으로..여타 가수들처럼 노래와 무대의 퍼포먼스 만으로 경쟁하기엔 시대가 너무도 변해버렸다. 때문에, 프로듀서들은 저변을 넓혀 담당아이돌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스스로의 인지도를 높이는 방향을 선택해나갔다. 드라마, 영화, 뮤지컬, 게임, 예능. 물론 인터넷 방송은 말할 것도 없고. 오히려 인터넷 방송으로 유명한 아이를 스카웃해오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내심, 다들 아이돌이라면 역시 무대에서, 퍼포먼스로, 노래로 승부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내심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그럴 것이다. 어릴적 히다카 마이의 무대를 보고, 히다카 마이의 노래를 듣고 자란 우리 세대라면 분명 그런 불만이 누적될 수 밖에 없겠지.


그 불만이, 끝내 오늘 터져버리고 만 것이다.

아이돌이 노래하지 않고, 무대에 오르지 않는 것이 어떻게 아이돌이라 부를 수 있느냐는 일갈. 어떻게 노래를 부르지도 못하고 단순히 드라마에서, 연극에서, 예능에서 소모되어만 가는 게 정상적인 아이돌이라 부를 수 있겠느냐는 영업 1부 선배의 말. 차기 부장으로 유력했지만 더 많은 걸 배우고 오겠다며 떠나 진급은 미뤄졌지만, 연차로나 실적으로나 뒤쳐지지 않던 그의 말이었기에 그 무게는 상당했고... 내심 느껴오던 불만이 있던 우리에게 와닿는 무게는 그 자체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그래. 선배는, 지금 프로덕션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 일갈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해외연수를 떠나기 전의 프로덕션과 지금은 너무나도 달라져버렸으니까. 나 역시도, 내가 생각했던 프로듀스와 지금의 프로덕션에 흐르는 풍조는 나 스스로가 받아들이기 힘들었으니까. 적지않게 공감했지만...


...이 말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가져왔다.

영업 2부에는 가장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왔다. 인지도, 지명도가 생명이라 생각했던 2부장님과 2부였기에, 선배의 말은 영업2부에 비수를 꽂아버린 셈이 되어버렸고...

...하나 둘, 사직서를 제출하는 인원들이 발생했다.

2부장님은, 본인에게 온 사직서를 전부 반려해버리고 휴직을 지시해버린 후, 당신께서도 휴직을 내버리고 마셨다.


...그런 침통해진 분위기 속, 지방 로케에서 돌아온 3부장님은 이게 무슨 꼬라지냐며, 선배가 그랬던 것보다 더 화를 내셨다.

정상적인 아이돌과 비정상적인 아이돌을 구분하려드냐고. 아이돌은, 꿈꾸는 소녀 그 자체인데, 아이돌과 프로듀서가 어떤방향으로 나아갈지는 본인들이 선택하기 나름이고 그 모든 방향에 그 나름의 의미가 있는데, 어째서 제3자의 잣대를 들이미느냐고. 여론이, 평가가, 객관적인 기준이 되어 성공이냐 실패냐를 좌우하는게 사회라지만, 적어도 이 회사는 그런 세속적인 것만을 보고 모인 회사가 아니지 않았느냐는.

...모두, 아이돌들처럼 나름의 꿈을 보고 모인 회사지 않느냐는 말씀에, 나는 그만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이제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다. 사태는 이미 일어났고, 다들 감정은 격해져있다. 임원진측에서는 아직 반응이 없고... 개인사정을 핑계삼아 총무부로 도망쳐온 나같은 겁쟁이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폭풍우가 몰아친다.

...비루한 겁쟁이에 불과한, 도망자는 그저...폭풍우가 걷히기만을 조용히 기다릴뿐.



우선, 저는 그 어느분도 비꼬거나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추어도 없습니다. 모든 분들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위에서 문제가 되는 내용이 있거나 언짢게 하는 부분이 있다면 비밀댓글이나 쪽지로 알려주시는 즉시 위 내용은 삭제하겠습니다.

이미 위에서 비유로 다 써놨으니 어떤 내용들인지는 더이상의 언급은 생략하겠습니다.


노트북이 맛이 간 관계로 폰으로 대충 쓴거라 


창작글판의 문제는 역시 소통의 부재가 가장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피드백이죠. 글을 올렸을때, 글에 대한 감상이든 비판이든 제안이든...

하지만 아이커뮤에 오는 절대다수는... 간단히 즐길 내용을 원합니다. 독자입장에서 머리아프게 하는 장문의 글이 아닌 짧고 간단한 만화, 혹은 일러스트. (창댓은 좀 다른 이야기이니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일단은 저 자신도 점점 사는게 퍽퍽해지다보니 이래저래 귀찮고 힘들어서 간단히 눈팅하고 말아버리기 일쑤고,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할 글보다는 일러스트나 만화쪽을 더 선호하게 되죠.


...여기는 일반화시키기 어렵지만, 일단 제가 해당 창작물에 댓글을 다는 것에 대해 느끼는 난이도에 대해 말하자면...

1. 일러스트 - xx 귀여워요/xx 예뻐요 /xx 핥고 싶

...선 묘사가 어떻느니 명암이 어떻느니... 어줍잖게 아는척하는게 더 어려운 만큼 그냥 일러스트 자체가 주는 느낌에 대해 이야기하면 되고. 올리신 분도 커뮤니티에서 그렇게까지 전문적인 반응을 기대하지 않으실것이기에 댓글 난이도는 상대적으로 낮지 않나 싶습니다.

2. 만화 - 역시 기대를 안저버리는ㅋㅋㅋㅋ/엌ㅋㅋㅋㅋ/훈훈.../xx 역시 천사/...많은 걸 생각하게 하네요. 등등

만화의 경우, 4컷이면 4컷답게 핵심이 뭔지, 개그 쪽이든 치유 쪽이든 포인트가 확실하기에. 동인지 1권 분량...정도 단편 만화의 경우엔 묘사가 아닌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그 만화의 분위기, 감정 등을 전달해오죠. 대사로 떡칠을 하는 니시오이신 같은 케이스를 제외한다면(이건 비꼬는걸수도 있지만) 많은 양의 텍스트를 소화하지 않고도 독자가 이해하기 쉽죠. 그래서 댓글 다는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3. ...글

글은 의외로 허들이 있습니다. 누가 글자를 못읽냐고요? 아뇨. 지금처럼 온갖 정보가 넘쳐나고 글자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추가로 텍스트로만 구성 되어있는 걸 읽으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온전히 전달되기 힘듭니다.

...돌려 설명할 것 없이, 여느 커뮤니티에서든 장문의 글 말미에 거의 항상 존재하는게 뭐였나요?

네. 3줄요약입니다. 혹자는 3줄요약충이라며 비난하기도 하지만, 이게 빈번해질수 밖에 없는게. 체력과 시간은 유한해서 우리가 취사선택해서 볼 수 있는 정보는 한정되어있는데 미사여구나 자질구레한 노이즈가 뒤섞인 정크 투성이 정보를 죄다 입력하고 그중 뭐가 핵심인지 스스로 분별해내고... 이렇게 하기 피곤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이 이야기가 소설이랑 무슨 관련이냐고요? 상대적으로 장문의 글을 읽기는 다들 귀찮아한다는겁니다.

'지금 소설 자체를 부정하는거냐'라고 하신다면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만화나 동영상, 일러스트, 게임에 비해 글..소설은 한번에 받아들여야하는 정보가 너무 많고, 그걸 온전히 즐기려면 독자가 스스로 그 내용을 이미지해야한다는 공정(...뭔가 fate스럽지만 넘어가주세요)을 거쳐야한다는거죠.

상대적으로 더 시간과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데 문제는 나름 글쓴다고 붙드는 저란 놈조차도 피곤하고 귀찮다고 대충 넘기거나 아예 기피하게 되는겁니다.

그래서 소설쪽은 감상 댓글을 쓰려면 글을 꼼꼼히 읽고, 독자로서 반응할 수 있을만한 포인트를 짚어 대답을 해야하는데...글을 꼼꼼히 정독하는 것도 힘들거니와, 정독 안하면 내용이 틀려지거나 헛다리를 짚거나 헛소리를 하거나...<딱히 제가 그런거...맞습니다. 많이 그랬습니다...
...문제는, 스팸에 다를바 없을 정도로 헛소리만 찍찍 하는게 과연 열심히 공들여가며 글을 쓴 작가님에 대한 예의일까. 하는 자격지심인거죠, 저는.

...제 이야기는 이쯤하고. 하고싶은 말은
'소설은 감상 자체에 허들이 만화나 일러스트보다 높아서 가뜩이나 눈팅이 늘어나는 추세인 와중에 감상부터 집중하지 않으면 제대로 할 수 없는 소설에는 더더욱 댓글이 달리지 않는다.'
라고 생각합니다.


...오리캐의 범람? 댓글에 오리캐를 쓰는 이유요? 오리캐는 어디에든 팬픽이라면 거의 필연적으로 나타나기 마련-물론 아이마스를 포함한 모든 서브컬쳐에서 오리캐를 안쓰고 원작 인물과 원작 설정만으로 팬픽쓰는 분들은 진심으로 존경합니다-이고, 댓글에 오리캐를 쓰는 이유는
'내가 쓴 글에 관심을 갖고 찾아와주셨으면 합니다'
가 변질된거죠. 왜냐하면 내가 잘썼는지 못썼는지, 이야기가 재밌는지 재미없는지 조회수랑 빇하면 거의 반응도 없고 소설 홍보나 여러 이야기 나누라고 있는 창작이야기판도 침체되어있고...

그게 엇나가서 이런 형태로, 회칙을 어기기에 까지 이른거죠.



이번 일에 대한 해결 방법은...
가장 간단한건, 다들 피곤하고 힘드니까 스스로가 신경써줄 수 있는 부분만 신경쓰고 나머지는 신경끄는겁니다... 고요속의 외침, 감정소모에 지친 분들은 절필하시고, 이런식으로 다른 분들 상처받은걸 보고 또 상처받고. 그러다 시간 지나면 유야무야되고. 뭐 어지간한 커뮤니티는 다 시간지나면 대충 덮어지는 식으로 흘러가잖아요? ...일단 이딴식으로 지껄이는 저부터 거의 로그인 안하거나 해도 눈팅이나 하고 마는 놈이니 제가 할 말은 아니겠죠. 하지만 지난번에도 그랬듯 이렇게 흘러갈것만 같네요.

가장 껄끄럽고 피곤하고 어려운 방법?
글 올리는 쪽에서는 '7kb나 되는 글을 읽는 독자가 기본적으로 생각해서 요구하는 정도의 퀄리티 이상'으로 쓰려고 죽어라 노-력하는거고,
글을 읽는 쪽에서는 일단 뭐가 되었든 읽었던 글에 댓글을 달아주는거죠. 항상 반응이 거기서 거기에 끝나는 카르텔화를 정말 다들 피하고 싶으시다면. 귀찮고 피곤하고, 퀄리티가 스스로 생각하시기에 수준이하라고 느껴져도 응원과 감상, 어떻게 진행될거같다, 되었으면 좋겠다-물론 작가를 압박하는 방향으로 가면 안되겠죠. 네이버 웹툰마냥 라헬죽여라 서명1/1000000000 이런식으로...-같은. 작가들과 소통을 하는겁니다.

...글 올리시는 분들이 노력하지 않는다는 건 아닙니다. 저도 창댓 그 고작 몇줄 쓰는데 얼마나 골머리를 쥐어짜내는지 모르니까요.<매 강의시간 내내 그거만 고민하다 중간고사 다 날려먹을 기세인건 비밀.
기대해주시는 분들이 있단걸 아니까 아는 만큼 더 노력하게되고... (퀄리티는 똥통에 처박혀도 어쨌던) 노력한다는 걸 보이니까 기대해주시고...



...시험 조졌다고 술퍼먹고 자니까 새벽에 깨서 이딴 똥글이나 싸고 앉아있네요. 자기전에 이것저것 읽어뒀다가 깨고나서 의식의 흐름대로 대충 날림으로 써놓은 글이라, 제가 제정신 돌아오면 글 째로 날려버릴지도 모르겠군요.



...그냥 너무 과열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과열된다면 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좋겠습니다. 창작판 전체에 댓글이 더 활발해지고 유입이 더 많아지는 쪽으로...


<남들 지적질하기전에 일단 너부터 성실해지지 그러냐.


...그러게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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