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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중] 글을 쓸 때 서술과 묘사하는 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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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9, 2018 00:36에 작성됨.
제 글은 난잡합니다. 정말로 난잡합니다.
프로가 아니니까, 어리니까, 다듬어지지 않았으니까... 그런 문제가 아닌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제가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그런 식으로 쓰고 있으니까요.
으음... 변명을 해보자면 저는 깊게 파헤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작품에서 자꾸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려고 하게 되더라구요. 시작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했는데 어느샌가 주인공의 말로 설명을 하고 있더랍니다. 당장에 며칠 전 쓴 카렌 생일 작품도...
그리고 단순히 1인칭 주인공의 내면 서술을 하는 것도 아니고, 쓰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건지 주인공의 주변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자꾸 과도하게 넣게 됩니다. (세계는 싸움과 거짓말과 게임으로 되어있다, 상자를 벗어난 꽃 등) 이것도 마이너스 요소지요.
거기에 문장의 길이를 늘리려고 하는 것도 보이는 것 같네요. 쓸데없이 세세하게, 필요한 부분 이상으로 설명하려 하는 것과 합쳐지니 정말 완전히 감정이입시켜 흘러가듯 보지 않고 맨정신으로 보면...... 지루하더군요, (예 | 다음날, 늦잠을 자 버린 나는, 조용히 요람을 흔들듯이 진동하는 차 안에서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억지로 지탱하며 내게 있어 유일한 안식처를 향해 가고 있었다. 평소라면 자신이 직접 운전하겠지만 역시나 이런 상태로는 운전하는 것은 무리인지라 어쩔 수 없이 운전기사에게 부탁했다. 백미러 너머로 비치는 그의 얼굴에 짜증이 올라온다. 자신은 이런 비싼 차를 몰고 높은 사람을 태우고 다닐 만큼 성공한 사람이라며 지나치는 운전자들을 깔보는 그런 모습에.)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훨씬 강화시켜주는... 미사여구의 남발......
정말 할 말이 없네요. 작가의 실력 부족을 겉모습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넘기려고 한다... 최악이네요. 저는.
이렇게 보면, 저처럼 쓰고 싶은 것을 다 쓰거나 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을 화려하지 않고 간결하게 표현하시는 작가분들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절제의 미를 아직 알지 못하겠는 제게는 너무 눈부시네요.
조언......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프로 작가님께 여쭈어보아야...
프로에서도 그렇게 미사여구 많이 쓰는 작가들 많이 있구요.
예를 들어봅시다.
다 모아놓고 보면 뭔가 미사여구를 많이 쓰는 것 같지만 :
【다음날, 늦잠을 자 버린 나는, 「조용히 요람을 흔들듯이」 진동하는 차 안에서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억지로 지탱하며 내게 있어 유일한 안식처를 향해 가고 있었다.】
문장으로 따지면 이것 한 개입니다.
그럼 한 소설에서 따온 것을 봐 봅시다.
【나도 모르게 제로의 입술에 시선이 갔다. 완벽한 모양을 갖춘 그 입술은 「불게 익은 사과를 잘 닦아 윤기를 낸 듯 반짝반짝」 빛났다.】 제로에서 시작하는 마법의 서 中. 코바시리 카게루 지음.
어떤것이 미사여구가 많아 보이나요?
더 늘여쓴다고 하면 도리어 이쪽 프로의 작품이 더 늘려져 있습니다.
이 외에도 더 늘여 쓸려면 늘려 쓸 수도 있습니다. 큰 예로 노겜노라나 어마금 등이 있겠죠.
그리고 다음 문장.
【평소라면 자신이 직접 운전하겠지만 역시나 이런 상태로는 운전하는 것은 무리인지라 어쩔 수 없이 운전기사에게 부탁했다. 백미러 너머로 비치는 그의 얼굴에 짜증이 올라온다. 자신은 이런 비싼 차를 몰고 높은 사람을 태우고 다닐 만큼 성공한 사람이라며 지나치는 운전자들을 깔보는 그런 모습에】
미사여구는 커녕 주변 환경 묘사에 치중해 있는 모습입니다.
뭘 미사여구라고 하는거죠? 미사여구라는 것은 『美辭麗句』. 아름다운 문장 혹은 아름다운 말로 꾸민 듣기 좋은 글귀 라고 칭합니다.
미사여구가 많다고 해서 나쁜건 아니에요.
물론 내용 없이 미사여구로만 쓰여진 것은 나쁜것이지만 저 문장에서는 내용이 보입니다.
일단 미사여구가 많다고 생각하신 것을 보면 평소라면~~ 으로 시작되는 문장을 보고 미사여구가 있다라고 판단한 것일텐데. 그럼 이것을 보시면 더 간단해집니다.
【어제보다 무언가를 아주 조금 더 아는 자신이 되기 위해, 후회를 뛰어넘어서 바랐던 무언가에 다가가기 위해, 필요한 의식이었다. 시로에는 주머니에서 작은 칼을 꺼내, 자기 손으로 기억의 조각을 잘라내었다.】 로그 호라이즌 中. 토노 마마레 지음.
개인적으로 여기에도 미사여구가 포함되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위의 평소라면~~ 으로 시작되는 문장이랑 비슷한 정도의 느낌이라고 봅니다.
정말 단순한 글 역시 존재 합니다.
【시온은 매일 일과로, 세계 챔피언에게 지도 시합을 해주고 있다. 그 상대가 설마 정말로 세계 챔히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프로 체스 기사가 아닐까, 하고 최근 생각하게 되었다.】 GJ부 中. 아라키 신 지음.
아마 이런 것을 원하시는 것 같은데.
결국에 글은 자기의 스타일입니다.
고집하는 취향이 있고, 자신이 모르게 그렇게 쓰여지는게 많습니다.
애초에 그 문체 자체를 휙휙 바꾸는 작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작중에서 몇번이고 바뀌면 햇갈릴 뿐 만 아니라 가독성이 매우 떨어지기에 바꾸는 사람도 없고, 바꾼다고 해도 다른 작품에서 실험적으로 쓰여질 뿐입니다.
거기에다가 글을 처음 쓰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스타일에서 벗어지면 말 그대로 글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원래의 스타일로 돌아와요.
딱 현재 님의 상황이 아닌가요?
그리고, 미사여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표현력이 풍부하다는 뜻 입니다.
이런거라면 정말 로맨스 소설같은 것에 어울리는데, 갈고 닦으면 정말로 엄청나집니다.
그리고 아랫판 이야기이긴 하지만... 예문으로 쓰여진 것을 보면 '홍삼 캔디'라는 분이 쓰고 계시는 글이 보입니다.
그만큼 스타일이 비슷하세요. 만약에 나이가 되신다면(19세 이상) 한번쯤 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지금 쓰신 것을 보면 시간을 들여서 쓰신다면 꽤나 잘 쓰실거 같은데 왜 이렇게 부정적이신건지...
그리고 애초에 '변명'이라는 것은 어떤 잘못이나 실수에 대하여 구실을 대며 그 까닭을 말하는 것이 변명인데 그 누구도 잘못했다고 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시는 건가요...
그리고 얼마전에 어느 한 분에게 한 말이긴 하지만.
작가가 자신이 못한다고 하는건 대부분 착각입니다. 애초에 정말 못 하는 사람이면 자신이 못 쓰는건지도 모를 뿐더러, 좀 더 발전하려다가 한계에 부딛혀서 자괴감이 들고 있을 뿐 입니다.
창작의 고통...!
프로페셔널이든 아마추어든 상관없이
모든 창작자들이 겪는 숙명적인 통증이군요.
저 역시 때때로 쓰고 싶은 심상이 있는데 너무나 글이 안 풀릴때
'맞춤형 글쓰기 교본' 같은 게 따로 있었으면 하지만...
(소설가 이태준씨가 1940년대 저술한, 지금도 유명한 글쓰기 지침서인 '문장강화' 같은 책도 있지만 원문이 워낙 오래된 문체를 다루고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보니, 이 책에서 저는 그다지 도움을 얻지 못했습니다.)
현실적으로 그런 편리한 방법이 없으니 정말 답답함을 느끼곤 합니다.
자신의 한계와 마주하는 아픔과 더불어 자괴감도 들고 우울해지기도 하죠.
이런 저 역시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기엔 부족함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보다 나은 글, 더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몇 가지 염두해두고 지키려는 원칙이 하나 있긴 합니다.
그것은 '누가 보더라도 알기 쉽도록 쓰는 것'입니다.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건, 독자와 '대화'를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통해서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대중들은 작가에게 여러 방식으로 답을 합니다.
그런 점에서 '글'은 매우 느리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어떻게 보면 전통적인 SNS와 같군요.
과거에는 '글을 안다는 것' 자체가 희귀한 일이었기에
글을 아는 소수의 계층들(학자나 귀족들)만이 대부분 글을 쓰고 책을 냈었죠.
이런 작은 세계 속에서 작가는 자신의 고상함이나 지식이나 상식 수준을
다른 지식인들에게 뽐내고 드러내는 방식으로 각종 장르의 문학에서
문장을 길게 쓰고, 어렵고 난해한 용어를 마구 쓰고, 불필요한 묘사를 하는 경우 흔했다고 합니다.
특히나 이러한 방식은 과거에는 '유식한 글쓰기'라며 교양인의 필수 덕목으로 여겨졌죠.
(오래된 책들은 말 할 것도 없고...그나마 근대적인 20세기 초반도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보시면-'근대의 걸작'이라 칭송받고 있습니다만-오늘날의 독자들은 그 문장의 난해함과 방대함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전부 읽은 사람이 드물죠. 현대 일반 대중들에겐 너무나 불친절한 책입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독자들도 변하였습니다. 따라서 작가들 역시 글을 쓰는 것을 변화시켰죠.
오늘날은 과거와 같지 않습니다. 독자들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계층이 되었고
작가보다 더 뛰어난 지식과 학력을 가진 경우가 비일비재해졌습니다. 작가가 자신의 유식함을 뽐내고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학습서적 등) 더 이상 요구되지 않습니다.
독자들의 생각과 관점 역시 보다 다양해져서, 과거엔 수동적으로 '지식인'인 작가의 생각을 수용하던 태도에서 이제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생각을 전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습니다. (SNS를 통한 작가와의 실시간 문답이나 댓글이 가능해진 시대니까요!)
따라서 저는 이런 시대적 흐름을 고려할 때, 최대한 '쉽게 쓰는 것'이 가장 좋은 글쓰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장을 짧고 간결하게 할 말만 쓰고, 한 문장에 모든 것을 넣겠다는 욕심을 부리지 않으며,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지금 쓴 것 보다 나의 생각을 전달하기에 더 나은 표현은 없는지 생각해봅니다.
이 글을 처음 보는 사람이 누구더라도 작가의 생각을 오롯이 알아들을 수 있고
무엇보다 읽고 싶다는 기분이 들도록, 최대한 어려운 표현을 자제하고 난해함을 줄이고자 합니다.
그리고 글을 쓰고 나서 며칠 뒤 다시 읽어 보았을 때,
'왜 이걸 이렇게 썼지?'라는 생각이 들면 과감히 삭제하고 새롭게 고쳐쓰는 것도 서슴지 않습니다.
애써 쓴 부분을 지우고 다시 쓰는 건 분명 힘든 일이지만,
자기 자신도 잘 읽히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독자들이 읽어주리라 생각하기는 힘듭니다.
특히나 '넷 상의 글쓰기'는 더욱 그렇죠.
초고속 인터넷이 보편화된 오늘날은 1초도 사람들에겐 '영원'에 가까운 시간입니다.
독자들은 쉽고 읽기 편한 문체가 아닌 글은, 인내심을 가지지 않는 이상 읽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독자들이 짧은 순간에도 잘 집중하도록 읽기 쉬우면서, 작가가 항상 겸손한( '난 이런 것도 알아, 넌 이거 모르지?' , '난 굉장해. 너에게 이런 걸 알려줄 수 있어.' 라고 말하지 않는 글) 것이 독자들을 배려한 글쓰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쓰고 보니 별다른 조언이라기에도 힘든 내용이 되어버렸습니다만....
저도 항상 이 모든 사항을 지키는 것은 아니기에....
너무나 단순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원칙들이지만
어느 순간 이 원칙을 잊어버려 초심을 잃곤 합니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를 생업으로 삼는 전업 작가들은
굉장한 내적 수련을 거친 사람들이라 볼 수 있겠군요.
좋은 글을 쓰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심사숙고한 끝에 마음에 드는 글을 완성하고
그것을 독자들이 읽어주고 기뻐해준다면
작가에게는 그것보다 더한 즐거움도 없겠지요.
마음에 드시는 작가분의 책이나 글을 탐독하시면서
부족한 제가 미처 드리지 못한 조언이나 도움을 구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항상 건필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