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나이트 - 경계境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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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30, 2018 23:50에 작성됨.

이상하게 스케줄이 몰려서 늦어버린 후기입니다.


글을 쓸 때마다 느끼지만 저는 굵직한 사건을 잇는 중간 다리, 그러니까 기승전결의 승을 쓰는 데 약합니다.

캐릭터의 세세한 버릇이나 행동은 글을 윤택하게 해주는 데 그걸 못 쓰는 겁니다.


이러한 약점이 이번 이야기를 쓰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 같습니다.

중간 다리를 의식하면서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지루해진 것 같아요.

더 정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내용 이야기로 들어가서...... (본편 스포 주의해 주시고)

'경계'에는 크게 보면 세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1. 겨울P가 앓고 있는 문제, 이를 해결하는 미오의 이야기

2. '트라우마'에서부터 이어지는 카에데 씨의 이야기

3. 아이돌 미나미의 이야기


화이트 나이트 시즌2는 거의 이런 구성을 취할 것 같습니다.

어느 것 하나 놓쳐주지 않으셨으면 하지만 다음 이야기를 즐기시는 데 방해되지 않게 몇몇 이야기는 제외하겠습니다.


미나미는 겨울P가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고 리더쉽 있으며

본편에서 설명하듯 여신 같은 아이돌이라 매우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만능 미나미, 미미밍 미미밍 미나밍이라고 생각하는데 색기담당 이미지가 너무 큰 나머지

뭘 해도 다 사람들이 그쪽 이야기만 하고, 공식에서도 그쪽으로만 굴려서

개인적으로는 좀 슬펐습니다.


또 이런 이미지가 아냐한테도 전염되어서

러브라이카 2차 창작이 죄다 혼돈의 크싸레로 물드는 것은 '매우' 싫었고요.

덕분에 저는 아냐와 미나미를 데리고 러브라이카를 안 쓰는 독특한 프로듀서가 되었죠.


그렇다고 미나미가 싫은 건 아닙니다.

좋아하는 러브라이카 팬픽도 있고, 미나미 개인은 오히려 좋아하는 편입니다.

제가 싫어하는 건 캐릭터를 편향적인 이미지로만 굴리는 팬덤이죠.

네. 제가 말하고 싶던 건 팬덤의 이야기 입니다.


경계에는 팬이라는 이름의 나쁜 인간들이 둘이나 나옵니다.

한 명은 미나미의 색기담당 이미지를 극단적으로 배척하는 스토커, 또 하나는 그 이미지를 극단적으로 이용하는 성희롱범.


이 중에 후자의 케이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썼습니다.

화장실을 따라 들어가 변기를 만지고 인증샷을 찍은 더러운 일화는 요시노 님의 성우인 타카다 유우키 씨가 실제로 당한 일입니다.


또 요새 트위터를 하다 보니 별에 별 종자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

그 중에는 일본 성우 분들께 성희롱 트윗을 보내고 차단 먹은 걸 인증하는 역겨운 놈들도 있더군요.

성우분들 입장상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 하는 걸 알고 저런 짓을 하는 아주 악질들 입니다.


반대로 스토커 사쨩은 미나미를 너무 동경해서 신격화한 나머지

미나미의 색기담당 이미지는 물론 자기가 인정하지 않는 모든 미나미의 이미지를 부정합니다.

비뚤어진 애정이 집착이 되었고 결국 그렇게나 싫어하는 성희롱범과 다를 바 없는 짓을 했죠.


쓰다 보니 요새 한국에서 불거지는 인터넷상의 어느 사상 논쟁과 닮아 있어 놀랐습니다.

여자는 뭐든지 할 수 있다면서 자기들이 여자에게 코르셋을 씌우는 모양새라니.

참으로 우습게도 이 싸움의 해결책은 이미 겨울P가 작중에서 제시했죠.


그러나 착한 미나미는 스토커의 정체가 친구라서 혼자 다 감당해 보려다 고민에 빠집니다.

저도 옛날에 잠깐이지만 인터넷에서 시달린 적 있는데, 컴퓨터를 키는 게 두렵더군요.

직업상 거의 반드시 팬들과 소통해야 하는 아이돌들은 오죽할까요. 사람이 할 짓이 못 돼요.


미안, 미나미. 내가 생각하는 너는 조별과제 조장 같은 이미지라 어쩔 수 없었어.

다행히도 미나미의 문제는 겨울P가 해결해 주었으나 이 놈은 남의 일은 척척 해결하면서 정작 자기 문제에선 미치도록 죽어나갑니다.


자기가 비난하는 대상과 자신이 결국은 다를 바가 없다는 딜레마...... 대체 정도의 차이는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낮을 넘어서 밤까지 침범한 열기,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정신.

무너진 경계 속에서 겨울P는 심하게 고통 받습니다.


여기에 마치 유성이 남긴 궤적처럼 경계를 그어주는 게 이번 이야기에서 미오의 역할이었습니다.


미오는 겨울P의 내면을 밝게 해주는 힘을 가졌어요. 어두운 밤에 뜬 별처럼 반짝이는 매력이 있죠.

그래서 지금껏 모르고 있던 겨울P의 이야기를 알아가려 노력하고, 겨울P의 문제를 공유해 주려고 합니다.

자기도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지만 항시 웃으면서 기운을 나눠주는 아이.

미오 덕에 겨울P는 잠시나마 경계의 혼동을 잊었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미오와 겨울P의 심도 있는 대화를 쓰기 위해 죽어라 써나갔습니다.

아니, 겨울P는 됐고 그냥 미오 쓰려고 했어요. 그거 외엔 다 쩌리예요. 전 여러분이 그냥 미오 얘기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편집 방향을 바꿀까도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했죠. 그러니 여러분, 미오를 보세요.

우리 애가 이렇게 기특하고 멋진 아이랍니다. 다 꺼져, 미오가 최고야.


흥분하는 바람에 후기 주제에 너무 길어져 버렸습니다.

컴퓨터가 이상해서 지우면 글이 이상해지니 그냥 이대로 올릴게요.

이제 다음 이야기 집필을 해야겠군요. 시키 나오고 슈코 나옵니다.


이번에도 후일담 없이 후기만 있으니 대신 짧은 예고를 넣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여러분 안녕히.






"그런 백야에겐 오늘 하루 특별히 시키냥다움을 전수해주도록 하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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