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가정교사와 천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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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2, 2018 01:51에 작성됨.

 '너무나 뛰어나지만 그래서 외로운 천재'와 '평범하지만 누구보다도 따뜻하며 옆에 있을 수 있는 누군가'


"---씨, 당신의 누님, 이 나라의 천재인 ---가 갑자기 실종되었습니다."


뭐, 그녀석은 그럴 인간이다. 흥미본위로 움직이고, 자신이 흥미를 두지 않는 것에는 길가의 풍경 이하의 시선을 보내니.


"그러니 당신이 대역을 해주어야겠습니다."


잠깐, 뭐?


"알다시피, 그녀는 얼마 후 이웃 왕국의 왕실 가정교사로 초빙될 예정이였습니다.

그런데 실종되었으니, 그녀와 닮은 당신이 대역으로 가야 합니다."


"...... 너, 나에 대해 조사하지 않은 거냐? 나는 그녀석과 다른, 평범하디 평범한 녀석이라고."


"상관없습니다. 아, 당신 누님의 대역이니 당신은 여장을 해야겠죠? 일정이 얼마 안남았으니 빨리 준비하도록 하죠, 모시세요."


"야!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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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길...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나.

국왕 알현 자리가 길어질 수록 나는 점점 지쳐갔다.

일단은 완벽하게 속이고 있는 듯하다.

원래부터 얼굴이 유약하고 여자 같다고 놀림받았으니, 거기다 쌍둥이라서 너무 닮아 외형은 문제될 것도 없다. 다만, 문제는 분위기와 말이다. 천재를 연기한다는 미친 짓을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큰 고역이다. 그녀석을 10년을 보고 산 나도, 겨우 겉모습을 베끼는 것으로 고작이다. 그만큼 그녀석이 규격 외이며, 나는 평범의 극치라는 말이기도 하다.


겨우 그 빌어먹을 알현이 끝나고 왕가의 사람들만이 남아 대면했다. 아직도 분위기는 풀 수가 없다. 지쳐가던 와중, 왕이 자녀들을 한명 씩 소개할때, 한 아이를 봤다. 제 1공주 --- , 그녀 또한 수많은 이야기를 만든, 그녀석과 비견될 만한 천재이다. 그녀의 눈빛을 보니, 왜 하필 그녀석이 초청되었는지 알 만하다. 사실, 가정교사로서 그녀는 낙제점이니 말이다. 고립된 천재에게 천재를 붙여주겠다는 것이겠지, 그리고 문제는 내가 천재가 아니라는 것이고.

그녀의 말 하나라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나 그녀석보다 한참 어려도 결국 천재는 천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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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에 잘못 들어와 버렸군, 아무리 이런 곳에 처음 와본다 해도 길을 잃고, 거기다가 그녀의 방에 들어와 버리다니...


"실례했습니다. 그럼..."


" --- 선생님...?"


"...선생님은, 저를 만나러 오신 게 아니였습니까?"


그게 무슨 소리인 것인가. 범인인 나는 이해하지 못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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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 선생님이 아니였던 것입니까?"


"당신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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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저는 당신에게 관심 없습니다.'

차갑고 무거운, 심해의 밑바닥에서 끌어올린 얼음 같은 말이 내게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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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오라버니를 도와주셨습니다.

그러니 시험을 해볼까 합니다.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맞출 수 있다면, 당신의 정체를 눈감아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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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 공주가 탐내는 것 말이죠?

뭐, 당신의 표정을 보면 아마 당신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만, 그녀는 천재이죠. 그러니 어렵습니다.


저는 항상 생각했습니다. 그녀가 첫째 아이가 아니였음이, 이 나라에도 우리나라에도 대단한 행운이였다고 말이죠.


"그건, 왕자가 바보에 우직해서 조종하기 편하다는 의미인가?"


"아니요, 그 반대입니다. 왕자는 훌륭한 국왕이 될 것입니다. 다만 공주가 왕이 되었다면..."


"천재가 다스리는 나라는 행복하지 않지요. 천재 자신이 행복하지 않으니까요.

백성은 왕을 이해하지 못하고 왕도 백성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는 천재 같은 게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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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결국 공주는 그녀석과 똑같아. 그래서 그 눈동자에 무엇이 비치는 지를 모르겠다고...

무엇이 되고 싶지? 역사상 전설의 천재, 또는 전략가, 또는 미혹의 예술가... 끝없는 이름과 전과와 공적을 쌓은 '그' 가 되고 싶나?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내버렸다. 자신이 정복한 세계조차도.

그녀석이 메모 한장만을 남기고 실종된 것 처럼.


'네 소망은 모든 것을 버리는 거야?'


몸 속에서 끓어올라 목까지 치달은 그 말은, 도저히 내뱉을 수 없었다.

그러면, 그녀석 또한 같은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 인정해버리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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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 그녀석의 흔적을 찾았다!


이 나라를 또 어느새에 들러서, 뒷면에서 들쑤시고 다닌 그녀석은, 나를 농락하듯이 흔적들만을 남기고 또 홀연히 떠났다.


너마저 떠나는 거야?

친구도, 가족도 다 떠났잖아.

그래도 우리는 '쌍둥이'니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했잖아.


그런데 너는, 왜 떠나버리는 거야...!


모두 끝나버렸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실의에 빠져 누워있자니, 공주가 노크를 해온다. 억양 없는 답답한 목소리가 나를 자극한다.

문을 열자, 그 눈에 풍경을 흘려보내며 이야기를 한다.


"오늘 어디에 가셨습니까?"


"도망칠 까 감시라도 한 것입니까? 제가 어디를 가든 당신과는 상관없습니다."


"관계 있습니다. 저는 아직 '당신'의 대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또다시 그녀는 나를 찌른다. 모르모트를 바라보는 듯한 차가운 어조와 식어버린 눈.

내가 그녀석이 아니라는 것을 알자마자 바꾼 호칭. 모든 것이 한심하다며 내려보는 듯해서 나는...


"정답은 없어! 원하는 것 따윈 처음부터 없었다고! 너희는 항상 그래! 아무것도 필요 없어! 뭐든지 가질 수 있고, 가진 주제에 무가치한듯이 버려! 다 버리고 혼자가 되기를 원한다고! 너도! ---(전설의 천재)도!"

그녀석도!


자신 이외의 모든 것이 무가치해서 우리들은 볼 수도 없는 이상만을 바라봐, 그것밖에 보이지 않아!


"가짜라고 밝히려면 마음대로 말해! 이런 것 따윈 진절머리 난다고!"


질투, 불안, 고독, 분노, 허무, 창피, 무의미.

모든 감정들이 일시에 끓어올라 갈 곳을 잃은 채 터져나왔다.


눈을 돌리고 문을 닫았다.


구두, 웃옷, 바지, 속옷, 그걸로 모자라 방 안을 뒤져 모든 것을 내던졌다. 드레스와 코르셋, 파니에, 페티코트들이 내던져진 장식품들과 뒤섞여 방안을 뒤덮었다.


모두 벗어던진 채, 그렇게 거듭해서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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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잠이 깨버린 나는 후회의 폭풍에 휩싸였다.

결국 내가 한 것은 대답도 무엇도 아닌, 단순한 화풀이였다.

그녀석이 사라지고, 대역으로 끌려오고, 정치 암투에 휘말리고, 그녀석을 다시 놓치고...

수많은 사건속에 마모되던 마음을 아무 관계도 없는 그녀에게 쏟아낸 것이다.

... 사죄하러 가자.


그녀의 방에 도착하여 문을 열었다. 문은 열려있었고, 발코니에서 비치는 달빛으로 은빛 호수가 된 방 한가운데에 그녀가 있었다.

무기질적이고 조용한 인형 같이, 하지만 그것들 따위보다 백배는 더 쓸쓸하고 고독한,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 눈을 한 그녀가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생각했던 모든 것이 사라졌고, 그저 끌어안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어떤 것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그녀는, 그저 계속해서 은방울을 떨어트릴 뿐이였다. 이곳에 존재하는 것은 빈 껍질이라는 것 같아...


그녀가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보았다. 전설의 천재를 그린 그림, 하지만 눈을 잡아끈 것은 그 그림에 작게 덧붙여진 작은 여자아이가 천재의 곁에 서 있는 그림이였다.


"네가 원하는 것을 알았어."










"원하는 것 따윈... 없습니다... 저는... 뭐든지 갖고 있으니... 모두 버리고... 혼자서... 그곳에 도달하는 것만이... 제 바람이니까... 당신의 대답은... 정답... 입니다..."


"아니, 내가 한 대답은 '오답'이야."


그녀는 계속 기다렸던 것이다. 그녀석을.


"너는 그저, 외로웠을 뿐이야. 무서웠을 뿐이야."


남들과 다른 자신이, 보지 않아도 될 것들이 보이는 자신이.


"너는 그저... '이해자'를 기다렸을 뿐이야."


시선을 맞추었다.

약간의 빛이 돌아온, 눈물이 떨어지는 눈동자로 힘없이 나를 바라본다.


"내가, 너의 편이 될게."

강하게, 세계에 알리려는 듯이 단언한다. 공주의 어꺠가 살짝 떨렸다.


"나는 천재도 아니고, 보이지도 않아. 그래도 나는 언제 어디서나 네 편이야! 언제든지 네 이야기를 들어줄게! 너를 도울게! 어쩔 수 없을 때는 날 의지해! 기대고 싶으면 날 찾아! 그러니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돼, 하고 싶은 말을 해도 돼!"


"하고 싶은... 일..."


"그런,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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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방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하고 싶은 일을 무사히 마쳤나 보다. 남들과, 형제자매들과 다른 자신이 아닌, 똑같은 아들 딸로서 부모에게 진정한 감사를 말하는 것.

그녀는 내게 감사를 말한다. 처음 해보는 그런 것이 아주 즐거웠다고.


"자."


"이건..."


"내가 주는 선물."


그녀의 가냘픈 팔에 --- 팔찌를 채워줬다.


"이건, 내가 네 편이라는 증거야."


분명, 동화 속의 기사들, 공주님께 충성을 멩세한 기사들도 이런 기분이였으리라.

'제 1공주 ---의 가정교사'

선물을 받은 왕이 내게 말한 그 말이 귓전에서 떠나지 않는다.


공주가 팔찌를 가슴에 품고 말한다.


"선생님"


"앞으로 저를, 그냥 이름으로 불러주시겠습니까?"


"그래, 그럴게."


선생님이라고 불러줬다.


"저... 저기, 그리고..."


"선생님의 이름을, 가르쳐 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 라고 해.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이야."


"저와, 선생님만의 비밀이네요..."


"그럼, 전 이만..."


"잘 부탁드립니다. ---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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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허접한 뇌피셜이였습니다.

공주는 상당히 어립니다. (중요)

그리고 언젠가 연재하게 된다면, 배경으로 나온 사람이나 추가 인물들을 잔뜩 집어넣고 싶네요.

제목의 천재는 과연 누구일까요?

선물한 보석은, 선택된 아이돌의 이미지로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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