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토하와 반장P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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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8, 2018 00:41에 작성됨.

1) 고백 아님


1년 전


사신 "아직 나이도 어린 애가 이런 짓이나 하다니."

사신 "인생을 비관하기엔 세상에는 멋진 일들이 많이 있어."


코토하 "......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제 삶은 얼마 안 남았는데."

사신 "아직 죽는다고 확정된 것도 아니잖아."

코토하 "산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냐고요!"


코토하 "고통을 견디며 하루하루 보내는 게 사는 건가요? 그건 연명이에요."

코토하 "병실 안에 가득한 죽음이 언제 나를 덮칠지...... 오늘일지 내일일지도 모르고......"

코토하 "벌벌 떨면서도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게 두려워요......"

코토하 "어느 순간 삶의 의지가 꺾여서 절망 속에 죽을 바에야 차라리......"

코토하 "지금 내 의지로, 내가 죽을 수 있을 때 죽는 게 낫다고요!"


사신 "그래? 그럼 왜 마지막에 망설였지?"

코토하 "그건......"

사신 "고통스럽게 죽기 싫어서 깔끔하게 투신하려 한 거 아닌가?"


사신 "근데 이거 어쩌나. 그게 그리 깔끔하지가 못 한데. 내가 죽음 전문가거든."

사신 "떨어질 때 각도 틀어져서 어중간하게 살아남은 사람들 많이 봤어."

사신 "과다 출혈로 죽을 때까지 그 사람들은 고통 속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또 비관했지."

사신 "짧게나마 네 말대로 '연명'하면서. 제멋대로 꺾인 자신의 몸을 보며."


사신 "그게 네가 택한 죽음인가?"

코토하 "...... 그만하세요."

사신 "상상해 봐. 차가운 바닥에 떨어져서 아무도 모르게 사그라드는 네 생명을."

코토하 "제발 그만해요......"

사신 "내가 구해줬는데도 아직 네 몸에 남은 통증. 그것의 몇 배에 달하는 고통을."

코토하 "제발 이제......"

사신 "사실은 이미 생각해 봤잖아. 그래서 마지막에 겁먹었잖아."

코토하 "그만해요, 좀!!"

사신 "솔직하게 대답해 봐."


사신 "막상 죽으려고 하니까, 어땠어?"

코토하 "...... 무서웠어요......"

사신 "아직도 죽고 싶니?"

코토하 "죽기...... 싫어요......"


코토하 "죽기 싫어! 살고 싶어! 아직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코토하 "아이돌이 되기로 했단 말이야! 프로덕션에 지원해서 붙었다고 연락도 왔는데!"

코토하 "새 친구들도 생겨서, 더 친해지고 싶은데! 왜 하필......"

코토하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아무 것도 못 해봤는데......"


코토하 "난 죽기 싫어...... 살고 싶다고!!"


사신 "...... 코토하."


사신 "울지 말고, 고개 들어 봐."

코토하 "......" 스윽-

사신 "잘 했어. 칭찬해 줄게."

코토하 "뭐를......?"

사신 "솔직하게 말했잖니. 살고 싶다고. 그런 너에게 똑똑히 말하마."


사신 "넌 아직 안 죽었어. 아무 것도 못하지도 않았어. 굉장한 일을 했지."

사신 "살고 싶다고 말했잖아. 이렇게 강하게 외칠 수 있으면 쉽게 죽지 않아."


코토하 "하지만......"

사신 "알지. 혼자 힘으로 이겨내기 힘들다는 걸. 가장 중요한 건 네 의지지만."


사신 "고통스러운 길이 되는 건 맞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도와줄 거야."

사신 "의사, 부모님, 친구들. 네가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 나도 그래."


코토하 "사신 씨가요......?"

사신 "이렇게나 아름답고 강한 생명력을 가진 사람이잖니. 아이돌이 되고 싶다 했지?"


사신 "무대 위에서 춤 추고 노래하고,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 멋진 꿈이야."

사신 "내 앞에 있는 사람이 그런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다니. 벌써부터 기대가 돼. 보고 싶어."

사신 "응원하고 기다릴게. 아이돌 다나카 코토하의 무대를. 너의 첫 번째 팬으로서."


사신 "네가 힘들 때 쭉 곁에 있어줄 테니 힘 내서 살아가 줄 수 없겠니?"

코토하 "...... 기다려주실 건가요?"

사신 "약속할게. 꼭 네 무대를 보러 간다고."

코토하 "그래 주신다면...... 저, 살아볼게요."


코토하 "팬들을 기쁘게 하는 아이돌이 되기 위해."


.

.

.


코토하 "정말 깜짝 놀랐어요. 병을 고치고 1년 후 프로덕션에 왔더니......"

코토하 "그 때의 사신 씨가 '어서와, 코토하.' 하고 반겨주셔서."


반장P "서프라이즈였지. 약속을 지킬 겸 준비한 기획."


반장P "사신이 인간의 생사에 관여하는 건 중죄. 다행히 관여도가 낮아서 100년 정직으로 끝났지만......"

반장P "가족들 볼 낯이 없어서 돌아가기도 그렇고. 먹고 살 길을 마련해야 할 때 구직광고를 봤어."

반장P "너에게 들었던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 모집 소식 말이야. 당장 달려갔지."

반장P "너랑 굳게 약속했는데, 나만 편히 있을 수는 없잖아?"


반장P "무대를 보러 갈 겸, 아예 무대를 만들기로 했지."

반장P "1년 쯤 지나니 시어터의 팀장직을 맡게 됐고, 마침 네가 왔어."


코토하 "저, 죄송해요. 저 때문에 자랑스러워 하시던 직장을 잃고......"

반장P "정직이야, 정직. 잘린 건 아니야. 사신 입장에선 100년은 길지도 않다고."


반장P "그리고 난 오히려 좋은 걸. 내 아이돌의 멋진 삶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니."

반장P "내가 만든 무대에서 내가 생각한 것 그 이상을 보여줘. 그리고 지금은 코토하가 내 삶을 책임지고 있잖아?"

반장P "너로 인해 수많은 이들의 삶이 빛을 보고 있어. 그래서 난 절대 코토하를 살려준 일을 후회하지 않아."


코토하 "프로듀서...... 그렇군요. 저는 프로듀서의 무대를 책임지고 있어요."

코토하 "그렇다면 프로듀서!"


반장P "응?"

코토하 "저는 프로듀서 덕에 새 삶을 찾았어요."


코토하 "프로듀서가 저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반장P "영광인 걸. 코토하에게 그런 평을 듣다니."

코토하 "그래서 저...... 어리광일지 모르지만, 프로듀서가 저를 계속 책임져 주셨으면 해요."


코토하 "그리고 저도 프로듀서에게 계속 필요한 사람으로 있고 싶어요."

코토하 "제가 프로듀서의 삶을 빛내고, 프로듀서도 저의 삶을 빛내주는...... 그런 관계가 되고 싶어요."

코토하 "프로듀서의 곁에서 쭉...... 그래도, 괜찮을까요?"


반장P "...... 코토하."

코토하 "네."

반장P "그런 건 묻지 않아도 돼."


반장P "너의 남은 삶부터 죽음까지 쭉, 내가 함게 있을 게."

반장P "네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어줄게."


코토하 "감사해요...... 정말로...... 프로듀서......"

반장P "나야 말로 감사해. 살아있어줘서."




메구미 "......"

엘레나 "아까부터 두 사람 무슨 얘기하는 거야?"

메구미 "뭔지는 모르겠지만, 공연 끝나고 뒤풀이 하러 온 노래방에서 할 얘기는 절대 아닌 것 같아."











제가 겨울P 이야기 쓸 때 가끔 감성감성 열매를 거하게 먹은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요.

지금도 그런 느낌이 드네요. 어후...... 그냥 썰인데 분량이......


이 썰에는 제가 현재 생각할 수 있는 다나카 코토하라는 캐릭터에 대한 모든 게 담겨 있습니다.

제가 캐릭터의 작품 외적 처지를 반영하는 걸 좋아해서 코토하 성우인 타네다 리사 씨의 휴업,

그로 인해 코토하가 오랫동안 프로듀서들과 함께 할 수 없었던 점

여기에 진중하고 무거운 성격과 프로듀서에 대한 애정도까지 더한 결과

사신 프로듀서와의 이야기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쓸 때까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밀리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 이런 진중한 이야기를 써도 되는 걸지......

잘 풀어나갈 수 있을지, 전체적으로 개그적인 분위기에 잘 섞여들을 수 있을지,

무엇보다도 밀리마스 프로듀서 분들께 누가 되진 않을지......


뭐, 결과적으로는 지금 이렇게 쓰게 되었네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공부하면서 써나가렵니다.


아, 그리고 저기 위에 두 사람 지금 프로포즈한 거 아닙니다.

그냥 일상적인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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