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유와 자신감이 바닥인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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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1, 2018 04:31에 작성됨.

이리 채고 저리 채이는 돌멩이처럼 살아가다 프로듀서는 346프로덕션에 입사했습니다. 계기같은건 기억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스카웃 할 수 있을지, 프로듀스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스스로도 의문인 신입 프로듀서는 늘 뭔가에 눌린 듯이 출근을 합니다.

 

그런 그를 누군가가 뒤에서 바라봅니다. 붉은 리본을 손에 감은 한 여자아이. 마유는 프로듀서가 다니는 길목 근처 벤치에 앉아 프로듀서를 기다립니다. 당신은 운명을 믿나요. 마유는 믿어요. 첫눈에 보고 바로 느꼈어요. 당신과 마유는 이어질 운명이란 것을.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당신도 운명을 믿게 될 거에요.

 

며칠에 걸쳐 프로듀서가 어디서 일하는지, 어느 길을 걷는지, 몇 시에 길을 나서는지를 이미 체크한 마유는 프로듀서랑 일부러 맞닥뜨립니다. 우연을 가장해서 프로듀서가 뭐하는 사람인지 물어봅니다. 이미 346 프로덕션에서 일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프로듀서에게서 명함을 받아옵니다. 이미 모델 일을 하고 있던 만큼 거절당하지 않을 자신 정도야 있습니다.

 

그 이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346프로덕션에 새로운 아이돌이 들어옵니다. 나름 유명한 모델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아이돌이 되러 온다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괜찮은 소식입니다. 하지만 마유는 들어오면서 조건을 하나 걸었습니다. 

 

꼭 이 사람이 절 프로듀스하게 해주세요. 다른 사람은 안 돼요.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경력도 적은 프로듀서의 명함을 내밀며 마유는 말했습니다. 어째서 그런 건지 하고 의문이 드는 조건일지는 몰라도, 들어주지 못할 조건은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이번에 프로듀서씨의 담당 아이돌이 된 사쿠마 마유라고 해요. 잘 부탁합니다. 며칠전에 길거리에서 본 그 여자애가 프로듀서의 눈 앞에 서있습니다. 정말로, 아름답고, 빛나는 아이입니다. 프로듀서는 나같은 사람이 프로듀스하기엔 과분한 아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너무나도 매력적이라 보는 것 만으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아이. 프로듀서는 자신이 마유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마유를 톱 아이돌로 프로듀스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만일 그렇게 해서 마유가 기뻐해주기만 한다면, 비록 경험도 없고 모자란 자신이라도 참으로 최선을 다할 자신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프로듀서씨. 마유는 늘상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것보다 프로듀서를 대할 때 친절합니다. 단순히 친절해진다고 말하기엔 부족할 만큼, 마유의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물론 그 사실을 프로듀서도 알고 있습니다. 단순히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다면, 그렇게 모든 것을 바꿔가지도 않았을 것이란 것도.

 

아이돌로써의 마유는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경험 없는 프로듀서의 첫 아이돌 치고는 굉장히 성공적이었죠. 프로듀서는, 마유를 볼때마다 행복합니다. 자기가 한 일은 거의 없고, 다 마유가 열심히 해줘서 이뤄낸 결과라고 믿으면서, 마유에게 온 마음을, 온 생각을 쏟아붓습니다.

 

우린 운명의 실로 이어져 있어요. 마유가 입버릇처럼 프로듀서에게 자주 하는 말입니다. 보통 그런 말은 사랑하는 사람한테 하는 거라고 말을 했어도, 마유는 웃으면서 그렇기 때문에 말하는 거라고 합니다. 정말로 프로듀서와 마유와 운명의 실이 이어졌다면, 그래서 마유와 프로듀서가 이어진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이 정말로 행복할 겁니다.

 

하지만, 프로듀서는 그 마음을 접어놓습니다. 자기자신의 기분에 이끌린다면, 이기적으로 마유의 손을 쥐고 만다면. 그것이 모두에게 들켜서 스캔들이 된다면 어떨까요. 프로듀서로써의 자신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팬으로부터 멸시를 받는 것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아이돌로 성공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마유를, 마유가 갈 앞길을 가로막게 되는 것 보단, 차라리 마음을 접어놓는 것이 훨씬 나았습니다.

 

마유는 여느 날처럼 프로듀서에게 자신의 마음을 열고, 사랑으로 프로듀서를 적십니다. 라이브 직후에. 팬 모두를 등지고 자신 앞에 선 채로 사랑을 속삭이는 마유를 보니 프로듀서는 그대로 무너질 것만 같습니다. 이러다 사랑에 잡아먹히는 것은 아닐까. 내 마음대로 마유를 다뤄버린다면. 이 라이브가 최후의 라이브가 되어버린다면.

 

너무나도 무섭고, 불안해서. 프로듀서씨는 마유의 손을 내치고 맙니다. 마유. 그만해. 하지만 프로듀서씨..... 마유. 한 마디 할게. 넌 아이돌이고 난 프로듀서야. 서로 사랑해선 안되는 사이야! 마유한테는 팬이 있잖아! 마유는 아이돌이잖아! 그러니까. 이쯤에서 그만두자. 부탁이야. 프로듀서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마유는 프로듀서의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똑똑히 봤습니다.

 

소리쳐서 미안. 오늘은 일이 있어서 사무실에서 계속 있어야 해. 마유를 기숙사 앞에 바래다주고, 프로듀서는 사무실로 떠납니다. 그 쓰라린 뒷모습이, 걸음걸이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발을 땅에 질질 끄는 그 모습이 마유의 마음을 날카롭게 베어버립니다.

 

안돼요. 프로듀서씨. 아프면 안돼요. 프로듀서씨. 절대로 혼자 있게 내버려두지 않을 테니까요. 마유는 프로듀서가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짐작해봅니다. 큰소리 치기 싫었어. 혼자 있고 싶지 않아. 미안해. 지금 누구보다 힘들어하는건 프로듀서씨겠죠. 진작에 알아챘어야 했는데. 마유는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사람들이 거의 다 퇴근한 회사는 고요합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 책상에 홀로 앉아 프로듀서는 컴퓨터의 전원을 킵니다. 프로듀서는 알고 있습니다. 마유가 자신이 프로듀서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온 세상의 모든 사랑을 끌어모아서 자신에게 준단 것을. 아이돌로써의 자신이 끝날 수도 있단 건 마유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단 것을. 모니터의 화면에 비춰오는건 프로듀서의 얼굴이지만 프로듀서의 머릿 속엔 마유뿐입니다.

 

프로듀서는 자신이 마유를 사랑한단 마음을 자각한것 만으로도 제대로 걷지도 못했습니다. 나는 말 한마디에도 예전부터 잊고 있던 만큼, 잊고 싶었던 만큼 가슴 속이 찢겨나가는데. 전부 그만두고 싶고 현실따위 잊어버리고 싶어지는데. 날 만나자마자 이런 걸 견뎌야만 했던 너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런데도 나는 너한테 큰소리를 쳐버렸구나. 난 최악이야. 인간으로도 프로듀서로도 실격이야. 마유. 마유우우.

 

그렇게 모니터에서 비춰오는 빛을 그대로 맞으며 책상에 프로듀서는 그대로 얼굴을 묻습니다. 프로듀서가 신경쓰였던 마유는 사무실로 돌아와 그대로 쓰러진 프로듀서를 봅니다. 마음놓고 훌쩍거리지도 못하면서 끅끅대기만 하는 프로듀서. 마유가 프로듀서의 뒷통수를 쓰다듬어주자 프로듀서는 황급히 일어납니다. 미안. 이런 모습 보이면 안 되는데. 미안해.

 

괜찮아요. 마유는 프로듀서씨가 좋으니까요. 그 모습이 어떤 모습인진 상관없어요. 아무리 추레한 모습이라도 상관없으니까. 그러니까, 왜 이런 모습인지 말씀해주실래요? 요즘, 프로듀서씨..... 좀 이상해요. 무슨 일이 있는 거에요? 적어도 지금은 왜 그렇게 우는 건지.....

 

아. 나 울고 있었구나. 프로듀서는 일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 의자에 주저앉습니다. 마유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대로 마유를 내버려 둔 채 사무실 밖으로 달려나가고 싶었지만, 결국엔 주저앉았습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프로듀서씨 프로듀서씨. 그놈의 프로듀서는 이따위인데. 어째서 나한테 이렇게까지 대해주는 건데. 결국 프로듀서는 고개를 홱 돌립니다.

 

미안. 요즘 안 좋은 일이 있었어. 프로듀서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또 책상으로 쓰러집니다. 혹시 마유 때문인가요? 아니야. 맞잖아요. 아니야. 절대로 아니야. 그럼 울지 말고 천천히 이야기해볼래요? 마유는 프로듀서의 턱에 손을 잡고 고개를 들어올리고 눈을 마주봅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마유의 얼굴. 프로듀서는 더이상 거짓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프로듀서씨.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 때문에 우는 거죠? 그대로 굳어버린 프로듀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대답 안하면 그냥 두고 나가버릴 거에요. 마유가 등을 돌리자 프로듀서는 마유의 손을 부여잡습니다. 안돼. 잘못했어. 가면 안돼. 마유. 마유가 없으면 난.....

 

말 한마디만으로도 부숴지기 직전인 프로듀서를 보니 마유의 짐작은 확신이 됩니다. 마유는 손가락 끝의 실오라기로 프로듀서를 조종해서 자신의 손으로 움직이는 마리오네트로 만들고 싶지도 않았고, 실로 프로듀서의 목을 졸라 질식시킨뒤 박제로 만들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확실하게 프로듀서를 가질 수 있지만. 그런 건 프로듀서가 아니었습니다.

 

프로듀서씨. 거짓말이었어요. 절대 혼자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을거니까요. 버리지 않는단 말에 안심한 건지 프로듀서는 꽉 잡은 마유의 손을 놓습니다. 프로듀서씨. 대신 저에 대한 마음을 확실히 해주셔야 해요. 지금부터, 전 아이돌이 아니고요.

 

하지만 난 프로듀서고. 널 톱 아이돌로 만들어야 하고. 기자한테 사진 한 장이라도 잘못 찍힌다면 난 너의 미래의 먹칠을 하는 거고. 혹시라도 내가 널 사랑하는 것 때문에 너한테 해를 끼친다면 난 프로듀서로도, 사랑하는 사람으로도 실격이고..... 고장난 녹음기처럼 더듬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며 프로듀서는 그 말들만 반복합니다.

 

거짓말. 거짓말 하지 말아요. 프로듀서씨는 세상에서 가장 마유를 좋아하고 있죠? 마유가 프로듀서를 바라보자 프로듀서는 아무 말도 못한 채 고개를 연신 끄덕입니다. 그 사실을 핑계를 만들어내서 덮으려고 하는 거잖아요. 뭐가 무서운 건진 모르겠지만 뭔가가 무서우니까. 하지만 괜찮아요. 그냥 괜찮다고요.

 

아니야. 괜찮지 않아. 무서워.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다른 뭔가가 무서운게 아니야. 마유. 우리가 붉은 실로 이어졌다고 했지? 난 늘 실이 이어진 걸로는 만족을 못해서, 곁에 같이 있고 싶어서 그 실을 당겨버리고 싶었어. 그걸 늘 부정하고 참고 있었어. 실을 당겨버린다면 그 실이 언제라도 끊어질 것만 같아서. 싫이 끊어져서 영영 만나지도 못하고 헤어지게 될 것만 같아. 만일 그렇게 되면 난 방해일 뿐이야. 넌 기껏 운명을 찾았는데 난 그 인연을 끊어버리는.....

 

안 끊어져요. 끊어지면 어떡하면 좋냐고요? 그럼 실 말고 더 질긴 줄을 가지고 다닐 게요. 그 줄을 프로듀서씨를 다시 찾을 때 까지 몸에 지니다가 프로듀서씨랑 다시 만나면 새로 묶어줄게요. 만일 실이 끊어졌다면 그 끊어진 실이라도 가지고 있으세요. 그럼 반드시 찾으러 올테니까.

 

프로듀서씨. 마유를 언제부터 좋아했나요? 예전부터 쭉? 마유도 마찬가지에요. 그럼 상관없잖아요. 다른 땐 몰라도 둘만 있을 땐 그 사실만 기억하는 거에요. 그럼 괜찮잖아요. 아파요? 힘들어요? 마유는 그런 걸 프로듀서씨를 보며 잊는데 왜 프로듀서씨는 그러지 못하는 거에요?

 

난 그럴 수 없어. 앞으로도 그럴 수가 없어. 미안해. 난 그런 인간이고, 그런 프로듀서야. 방금도 봤잖아. 온 사무실이 눈물에 잠기게 울고 있는데 좋아한단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러니까 미안해. 나는 자격미달이야. 나같은 거랑 엮여봐야....

 

마유가 프로듀서씨랑 있을때 말했죠. 우린 운명이에요. 프로듀서씨랑 마유는 붉은 실로 이어졌다고요. 프로듀서씨도 그 사실을 깨닫고선, 왜 그렇게 부정을 하는 건가요? 프로듀서씨. 프로듀서씨는 마유를 사랑하잖아요. 지금도 마유를 위해서 울고 있잖아요. 조금만이라도 솔직하게 말해요. 마유를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프로듀서는 또 고개를 숙입니다. 이런 자신을 보고도 계속 웃어주는 마유 앞에서 고개를 들 자신이 없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할 자신은 더더욱 없습니다. 열린 입에선 골라지지 않는 숨소리만이 들립니다. 미안해. 처음 고백하는 건데 이런 식으로 고백받게 해서 미안해..... 프로듀서는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잠시간의 기다림 후 프로듀서가 한 마디 합니다. 큰소리 친 주제에, 홀로 있고 싶어서 헤어져버리곤, 멋대로 엎드려 울고 있는 걸 들키고, 그 상황에서 널 사랑한다고 고백한다니. 정말 최악의 고백이야. 하지만 프로듀서씨. 그래도 절 사랑한단 건 변치 않는거죠? 하지만 그래도, 난 널 사랑한다고 말해선 안 돼. 나같은 사람 말고 더 좋은 사람이랑......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프로듀서씨가 마유를 세상에서 제일로 사랑하는 것처럼, 저도 프로듀서씨를 세상에서 제일 멋지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일단 한 마디라도 해보세요. 무슨 말을 해도 괜찮으니까요. 일단 한 마디만이라도 해주신다면 더는 뭐라고 하지 않을테니까요.

 

마유는 다시 프로듀서의 고개를 들어올리고, 프로듀서는 마유의 얼굴을 봅니다. 숨을 고른 프로듀서는 마치 얼굴이 녹아내리는 듯이 눈물을 흘립니다. 말한다기보단 토해낸다는 느낌으로 프로듀서가 처음으로 쏟아내는 사랑. 그 사랑을 언제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마유.

 

마유. 좋아해. 아니 사랑해. 마유. 마유..... 머리를 쓰다듬기는 프로듀서는 울음을 터트립니다. 눈물 흘리는 프로듀서와 그런 프로듀서를 바라보는 마유. 마치 그 자리에서 굳어서 그대로 돌이 되어버린 듯 프로듀서랑 마유는 가만히 있습니다.

 

 

 

 

 

요즘 여러가지 일을 했는데 다 잘 안됐습니다. 토익은 말아먹고. 면접도 떨어지고. 마마유한테 위로받고 싶단 심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쓰다 감정이 너무 격해져서 아무글 대잔치가 된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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