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꾸와 킹 크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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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31, 2017 03:42에 작성됨.

여기서 킹 크림슨은 스탠드가 아니라 밴드입니다.

킹 크림슨. 리이나와는 거리가 먼 밴드라고 생각해요. 프로그레시브 록 쪽에 리이나가 "우와! 로꾸해!" 라고 생각할 만한 요소는 없을 것 같거든요. 절정기인 70년대 앨범들은 로꾸하고 무작정 들이대기에는 어려우니까요. 곡 길이도 짧으면 6분, 길면 30분 정도니까.

그리고 80년대엔 후퇴기라서 킹 크림슨이나 핑크 플로이드같은 몇몇 밴드나 겨우 그 노선을 유지했고, 그 이후엔 프로그레시브 메탈 쪽으로 가버리거든요. 몇몇 곡들은 로꾸하다고 생각할 것 같긴 하지만 한 앨범을 온전히 받아들이진 않겠죠.

혹시나 프록 메탈이라면 중2스러운 철학이나 판타지나 하여튼  좀 배배꼬인 스토리를 가진 컨셉 앨범이 많으니, 뭔가 화려하고 있어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아스카나 란코가 의외로 취향에 맞을 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리이나와는 거리가 있다고 봅니다. 나중에 이 부분에 대한 잡설도 따로 써보고 싶네요.

하지만, 그런 프로그레시브 록의 대부인 킹 크림슨의 앨범을 우와! 유명한 밴드! 로꾸하겠지! 하면서 리이나가 듣는다면, 리이나는 으에엑.... 하면서 나가떨어질 겁니다. 하지만 확실히 머리엔 강한 인상을 남겼겠죠. 그리고는 다음날 사무소에 도착한뒤 나츠키한테 킹 크림슨에 대해 물어볼 거에요. 나츠키치. 킹 크림슨이라고 알아?

킹 크림슨? 알고말고. 엄청난 밴드지. 프로그레시브 쪽에 잘 손을 대는 편은 아니지만. 그나저나 많이 늘었다? 킹 크림슨도 다 알고 말이야.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그래? 리이나는 솔직히 말하겠죠. 유명하다길래 들었는데, 무슨 음악인지 감조차 오지를 않는다고.

으음, 하긴 어려울지도 모르겠네. 그럼 킹 크림슨 앨범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앨범은 어때? 하면서 추천해주는 앨범은 킹 크림슨 4집. 아일랜드입니다. 좋은 앨범이라며 CD까지 건네받은 리이나는 그 앨범을 CD 컬렉션 어딘가에 묻어두고 맙니다.

그렇게 평범하게 로꾸하던 나날을 지내다가, 언젠간 로꾸하지 못한 날이 오겠죠. 미쿠와도 사소한 일때문에 크게 싸우고, 아이돌 일도 침체기처럼 느껴지고, 헤드폰을 귀에 파묻어도, 무슨 노래를 들어도 도무지 아무것도 가슴 속 깊은 곳의 스피릿을 채워주지를 못하는 거에요.

아이돌 노래도, 좋아라하던 퀸의 노래도, 너바나의 노래도, 슬슬 cd에 기스가 날만큼 듣던 린킨 파크의 노래도. 아무 노래도 들리지 않을 때, 먼지에 파묻혔듯 희미한 밴드 이름이 하나 떠오릅니다. 킹 크림슨. 4집이 좋다고 했지. 한번 들어나 볼까.

아무 기대도 없이 침대에 누워 CD를 튼 리이나. 그런데, 아! 이게 웬일인가! 선율은 알 수 없는 선율 그대로인데, 그게 너무나도 아름다워요. 영어로 된 가사는 모르겠지만, 그건 중요한게 아니죠. 그저 음악 자체가 가슴을 후벼파는 바람에 침대에 누운채 눈물을 흘리게 되는 거에요. 감동해서. 와! 로꾸하네! 수준이 아닌 엉엉! 내 영혼이 달라졌어! 하는 레벨로.

그렇게 롹의 길에 한층 더 가까워진 로꾸. 내가 로꾸하지 않다고 여긴 것도 사실은 로꾸한 거였구나. 조금만 더 돌아봐야 하려나 하면서 앞으로 걸어가던 길에서 뒤를 돌아봅니다. 미쿠가있고 좋아하던 밴드가 있고 아이돌 일도 있고 모두 다 있네요. 눈에 눈물자국이 남은 듯한 미쿠가 오늘 뭔가 달라보인다냐 하고 물어보니 나는 정말로 로꾸해졌어. 너도 마찬가지고. 하며 슬쩍 웃어보입니다.

참고로 일부는 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하고 많은 밴드중 왜 킹 크림슨인가 하면 요즘 무슨 노래를 들어도 결국 다시 듣는 노래가 킹 크림슨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결과뿐이다. 나는 킹 크림슨 노래를 들었다는 결과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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