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누아르] 연기 지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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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0, 2017 20:03에 작성됨.

1) 영상화

 

 나오는 달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의 감각이 마비되어도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혼란과 불안이 가득했다. 친구들이 걱정됐다. 그녀들의 안위보다는 어떤 짓을 벌일지 모르는 무모함이 걱정됐다. 그리고…….

 “카렌!”

 이름을 불렀다.

 저택 앞에서 부하들과 대기 중이던 카렌이 고개를 돌렸다. 무심하게 한 손을 들고 인사했다.

 “왔어?”

 “‘왔어?’는 무슨! 지금 그렇게 여유롭게 있을 때가 아니잖아!”

 “여유로운 거 아니야. 난 지금 임무에 충실해. 전혀 긴장 풀고 있지 않았다고. 그러는 나오야 말로 자기 위치 고수하지 않고 여기 와서 뭐하는 거야? 얼른 돌아가서 준비하고 있지 않으면 린을 지원할 수 없어.”

 “적 병력 확인도 안 됐는데 돌격하니까 걱정돼서 온 거잖아! 왜 린을 보낸 거야?”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린이 판단했어. 난 그게 맞았다고 생각해.”

 “그렇게 쉽사리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저택에서 폭발이 터졌다. 거리가 좀 있지만 분명한 폭음이었다. 부서진 천장 사이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랐다.

 나오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번에는 카렌도 다급하게 무전을 보냈다. 린? 방금 폭발은 뭐야? 괜찮아? 무전 너머로 파괴의 소음들이 가득했다. 집중해서 듣자 띄엄띄엄 말소리가 들렸고, 카렌은 안심했다.

 “적이 폭발물을 쓰기 전에 먼저 터뜨렸대. 피해는 없어. 그보다 이젠 우리도 가야할 때인가.”

 카렌이 팔을 휘둘러 앞을 가리켰다. 경찰 병력들이 일제히 무기를 들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이를 악물었다. 경찰들 사이에 섞여 자신도 저택으로 향했다.

 저택 내부는 문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숨이 끊어졌거나 끊어지는 중인 범죄자들로 가득했고, 망가지고 부서진 총과 탄환, 탄피가 흩어져 있었다. 핏자국에 가려 원래의 아름다운 건축 구조는 알아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자기들끼리 싸우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몰골이었지만, 나오에게는 익숙한 광경이었다.

 누구보다 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피가 이어지는 복도를 따라 달려갔다. 비명과 총성이 들리는 곳, 그러나 빠르게 사라지는 곳, 문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쥐 죽은 듯 정적만이 감도는 곳으로.

 간신히 숨을 몰아쉬고 문을 열자 그 안에 친구가 있었다.

 “린.”

 그녀가 뒤로 돌아섰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쿨한 모습으로 린이 말했다. 늦었네, 나오.

 “벌써 다 끝났어. 뒷수습만 부탁할게.”

 “말했잖아, 린. 이러면 안 돼. 범죄자라고 해서 이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된다고.”

 “특수경찰은 전투 시에 즉결처분 권한을 가지고 있어.”

 “그건 만일에 사태에 대비한 것이지 이런 짓을 하라고 있는 게 아니야!”

 외쳤다. 방안이 쩌렁쩌렁 울릴 만큼. 눈 돌리고 싶은 끔찍한 광경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학살의 현장. 죽은 지 얼마 안 된 시체들의 방이었다. 하나 같이 사지나 머리 중에 하나가 없거나 아예 두 동강이 나 있었다. 단면은 깔끔하고 균일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믿기 어렵겠지만 전부 단 한 사람의 소행이었다. 온통 피로 가득한 방 안에서 유일하게 린이 든 칼에만 일렁이는 푸른빛이 감돌았다. 수많은 사람의 피를 묻히고 그것을 뚝뚝 흘리면서도 고고함을 유지하는 듯 했다. 마치 자신의 주인처럼.

 나오의 외침이 잦아들고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린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역시 아무렇지 않은 듯 답했다. 나오.

 “네가 말하는 ‘이런 짓’이 뭔데?”

 말문이 막혔다. 항상 이 때가 되면 나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떤 말도 통하지 않으리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이번만큼은 말해야 했다. 그 때 나오의 옆으로 카렌이 터벅터벅 걸어들어왔다.

 아무렇지 않은 듯 시체를 밟고 찰박이는 피를 건너 방구석으로 갔다. 지금껏 조용히 공포에 떨고 있던 귀족에게 경찰수첩을 들이밀었다.

 “특수경찰 소속 카렌. 당신을 마약 유통 및 무기 불법개조와 유통, 범죄 조직 지원 등의 혐의로 체포하겠어.”

 귀족은 답이 없었다. 떨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눈도 반쯤 돌아가 있고, 다른 곳은 멀쩡한데 손목에만 큰 상처가 있었다. 자해의 흔적. 부하들이 맥 없이 죽어가는 광경을 보며 무엇을 느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카렌은 굉장히 같잖았다.

 이봐, 들려? 발로 툭, 귀족을 건드렸다.

 “당신 체포라고. 수갑 차고 감옥 가서 평생 못 나올지도 모른다고.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모를 거야. 날 알아보지도 못하잖아. 하지만 난 똑똑히 기억해. 네가 우리 부모님한테 머리 조아리던 일, 가증스럽게 웃던 일, 뒤통수 쳐서 교수형 시킨 일까지, 전부 다.”

 귀족은 계속 반응이 없었다. 카렌은 혀를 차더니 총을 꺼내들었다.

 나오의 동공이 커졌다. 그러나 무언가를 해보기도 전에 방아쇠는 가벼이 당겨졌다.

 먼저 갈게. 카렌과 린이 방을 나갔다. 온 몸 가득히 피를 뒤집어 쓴 채로. 나오는 가만히 서서 모든 광경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2) 설정

 

'떨어진 귀족' 카렌

특수경찰 소속의 경찰로 몸이 조금 약해서 주 임무는 현장 지휘. 원래는 귀족 가문의 딸이었으나 부모님이 신분제 철폐와 왕권 정상화를 부르짖다 모함을 당해 사형 되고 지위를 박탈 당한다. 그 후로는 복수를 다짐하고 왕국의 뿌리 깊은 악을 없애기 위해 특수경찰에 들어왔다. 때문에 특히 귀족들과 관련된 범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평민, 빈민이었던 나오, 린과는 귀족이었던 시절부터 친한 친구였다. 때문에 신분에 따른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하는 편. 반대로 범죄자를 대하는 태도 또한 신분과 상관 없이 잔혹하고 강압적이다.

 

'선악의 갈등' 나오

평민 출신의 특수경찰로 주 임무는 후방 지원과 전투. 범죄 조직의 횡포로 집안 사업이 망해 야반도주를 한 적이 있다. 카렌 또한 부모를 잃고 사라져버려 오랫 동안 친구들과 만나지 못 했다. 어릴 적의 약속을 기억하고 세 사람 다 특수경찰이 되어 만났을 때 가장 많이 울고, 많이 기뻐한 것도 그녀다. 그런 만큼 여린 심성이 있어 변해버린 친구들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보통 특수경찰들과 달리 범죄자를 그리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 타입. 아주 극악무도한 범죄자가 아닌 이상 최대한 인간적으로 대하려 하고, 때문에 민간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스베르흐노비의 행보에 긍정적인 생각도 가지고 있다. 반대로 친구들의 강압적 행동에 지쳐 경찰로서의 자신에게는 회의를 느끼고 있다.

 

'푸른 복수자' 린

특수경찰 소속의 경찰로 주 임무는 전투. 원래는 빈민이지만 빈민답지 않은 멋진 모습을 가지고 있어 귀족인 카렌의 눈에 띄었다. 특수경찰이 되어 언젠가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도 그녀. 그러나 카렌, 나오에 이어 그녀의 가족에게도 불행이 찾아왔다. 빈민가에서 근근히 운영하던 꽃집이 강도를 당해 부모님이 사망한 것이다. 여기에 빈민가의 안 좋은 환경까지 영향을 미쳐 범죄자를 극도로 증오, 그들에게 갱생의 여지는 없다고 판단한다. 때문에 카렌의 무모한 작전에도 항상 동의하고 움직이며 특수경찰 권한으로 범죄자들을 즉결처분하고 다닌다.  산전수전 겪으며 얻은 초인적 신체능력에 뒤늦게 각성한 초능력까지 가진 희귀 케이스. 손에 들고 있는 무기에 '푸른 기'를 두를 수 있으며, 기를 두른 물체는 강력한 파괴력을 갖는다. 발사하면 손을 떠나는 총과는 상성이 안 맞아 주로 장검을 사용하고 있다.

 

 

3) 기획 단계

 

쿵!!

 

스페이드P "복수물의 고전이자 정석! 햄릿, 몽테크리스토 백작!"

스페이드P "복수귀는 아니지만 범죄자에게 자비 없는 영웅 배트맨! "

스페이드P "기타등등 참고하면 좋을 만화, 소설, 영화들을 싹 다 가져왔지. 참고하라고."

스페이드P "아, 린은 왓치맨에서 로어셰크라는 캐릭터를 특히 잘 봐둬야 해."

 

나오 "우와...... 엄청 많아."

카린 "이걸 다 봐야 되는 거야? 언제 다 봐!"

린 "이건 청소년 관람불가인데......"

 

스페이드P "괜찮아 괜찮아. 네들 나잇대 애들 다 그런 거 보고 자라. 내가 그랬어."

카렌 "왠지 더 불안해지는데."

스페이드P "시끄러. 뭐, 다 볼 수 없다면 내가 표시해 놓은 대목들이라도 봐."

 

스페이드P "알아두면 다~ 연기에 도움 되는 거니까 머릿속에 새겨두라고."

 

 

~다음 날~

 

나오 "으아아...... 아무리 내가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해도 이건 좀 아니야."

나오 "죄다 하드한 내용들이잖아! 하루 종일 이런 거 보고 있으면 돌아버릴 거야!"

 

카렌 "동감. 나는 지금 문장에 정신이 먹혀버릴 것 같아."

린 "밤새 책 읽어가지고 눈이 빠지겠어......"

 

린 "이렇게 된 거 미오네한테 물어볼까?"

나오 "뭐를?"

린 "겨울P 덕에 걔네도 이런 작품들 많이 알 테니까."

카렌 "작품도 같이 찍는 김에 조언 좀 구하자 이거지?"

나오 "나이스 아이디어! 당장 한 번 가볼......"

 

끼익-

 

린 "아. 마침 왔네. 저기 미...... 오?!"

 

미오 "아...... 어, 응? 시부린? 무슨 일이야?" 퀘엥-

린 "그게...... 이번에 찍는 드라마에 대해서 상의 좀 하려고."

미오 "상의? 무슨 상의...... 으아아!! 시부린도 그 작품들 받은 거야?!"

린 "응. 역시 미오도 받았구나."

미오 "그거에 관한 거라면 포기해."

린 "뭐?"

 

미오 "겨울P는 일 할 때 절대 타협 안 해. 끝까지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야."

미오 "스페이드P도 마찬가지. 그리고 가을P는 그게 프로 정신이라면서 수용하고 있어."

미오 "아냐랑 시키도 벌써 일주일 째 어마어마한 책과 DVD&블루레이에 파묻혀 있다고."

미오 "우리 셋은 이미 방학도 신년 연휴도 없어. 그러니까 시부린도 포기해."

미오 "그럼 난 이만...... 신세계인지 뭔지 또 한 번 봐야 해......"

 

린 "...... 미오가 미쳐버렸어."

나오&카렌 "우리 진짜 큰일 난 거 아니야?!"

 

 

 

 

 

 

 

 

 

 

뒷세계 아이돌 때는 카렌이 이미 죽은 인물이었죠.

그게 린을 잔혹하게 만든 기폭제였고.

아이돌 누아르 와서는 살아있는 인물로 바꿨지만, 그 때문에 나오가 더 힘들어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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