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누아르] 연기 지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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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7, 2017 21:23에 작성됨.

1) 영상화

 

 하나, 둘, 셋, 넷.

 그녀는 책의 수를 세고 있었다. 팀장실 한편을 차지한 책장에 꽂힌 네모반듯한 물건들을. 천장부터 바닥까지 일렬로 이어지는 줄을 눈으로 훑고, 검지를 까딱거리며 칸칸이 나뉜 조각을 세는 것이다. 별것 아닌 행동이지만 굉장한 집중력이 느껴졌다. 옆에 있던 부하 직원도 덩달아 책의의 수를 세고 있었다.

 백이십 권. 커다란 책장을 꽉 채운 도서는 정확히 이백사십 권이었다. 참으로 사소한 사실을 알고 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는데, 그녀가 아직도 책의 수를 세고 있어서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 평소 완벽하고 똑 부러진 성격의 그녀에게 이런 모습이 있다니. 현장에서 작전을 지휘하는 그녀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부하는 실소를 터뜨리려다 간신히 참았다. 아무리 그래도 상관을 비웃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으니까. 부하는 끈기 있게 그녀의 작업을 기다렸다.

 드디어 그녀가 책을 전부 세고 중얼거렸다. 백이십 권이구나.

 부하는 기다렸다는 듯 말을 걸었다. 다 세셨습니까?

 “어, 어? 언제부터 있었어?”

 “좀 아까부터요.”

 “얘기하지 그랬어.”

 “건드리기 무서워서 그랬습니다. 눈에서 레이저 나갈 기세던데요?”

 그냥 좀 심심해서. 총괄팀장은, 미나미는 머쓱하게 웃었다. 얼른 화제를 돌리려고 부하가 가져온 보고서를 받아들었다. 얼마 전 적의 보급로를 끊은 작전의 상황설명이 적혀 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미나미의 눈빛이 다시 무섭게 변했다.

 왕국 최대 마피아인 스베르흐노비. 조직 안에 심어둔 경찰관의 제보 덕에 이번에는 놈들의 중요 거점을 칠 수 있었다. 아직 놈들의 기세는 굳건하고 보스를 잡지는 못 했으나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음은 분명했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이번에 벌어진 틈으로 파고 들어가 놈들의 간부진을 일망타진하는 것이 현재 진행 중인 작전의 핵심이다.

 좀 전까지 미나미를 놀렸던 부하도 진지해졌다. 그녀가 얼마나 놈들을 잡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스베르흐노비는 수많은 거리를 자기 구역으로 삼고, 양지의 사업까지 진출해 위세를 떨치고 있다. 정면으로 싸우면 특수경찰이라도 피해는 크다. 또한 스베르라는 거대 조직이 있기에 약소 조직들의 힘이 감소하는 영향도 있다. 때문에 상부에서도 쉽사리 건드리지 못 하고 있으나 미나미는 달랐다.

 이 왕국에 정의를 세우기 위해 놈들은 반드시 없어져야만 한다. 작은 파편조차 남기지 않고 박멸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그녀는 특수경찰의 총괄팀장으로서 밤낮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 상관의 모습을 보며 부하는 자신 또한 마음속의 정의감을 확인했다.

 “보고서 고마워. 그런데…….”

 미나미가 중간에 적힌 글자 몇 개를 가리켰다.

 “여기 오타는 좀 고쳤으면 좋겠는걸.”

 “아. 죄송합니다. 수정해서 새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고마워. 아, 그리고.”

 미나미는 조심히 부하의 제복에 묻은 먼지를 떼어냈다. 흐트러진 옷깃을 세워주고 주름이 진 곳도 조심히 펴주었다. 특히 살짝 삐뚤어진 별모양 마크를 바로잡는데 신경 썼다. 이 마크는 우리의 얼굴이야.

 “시민들에게 정의가 바로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지. 야근해서 지친 건 알지만 복장에 좀 더 신경써줬으면 해. 바깥에서는 더더욱.”

 그리 말하며 미나미는 벽에 걸린 액자를 바라봤다.

 작전 중에 사망한 전임 총괄팀장의 사진이었다. 전투면 전투, 지휘면 지휘. 평소 모든 면에서 완벽해서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미나미가 평소에도 자주 언급하던 사람이었다. 부하는 만나본 적 없는 인물이지만 그녀가 그렇게 말할 정도니 분명 대단한 사람이었을 거라고 추측할 수는 있었다.

 방금 그것도 그 사람이 말해준 거구나. 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팀장실을 나갔다. 팀장님은 조금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속으로 삼켰다. 항상 스스로를 갈고 닦고 정진하는 그녀에겐 오히려 실례가 될 테니까. 누가 되지 않게 내 일을 하자고 부하는 다짐했다.

 그를 내보내고 미나미는 자리에 앉았다. 책상 위에 놓아둔 책을 펼쳤다. 그것은 그녀가 총괄팀장 자리에 오른 뒤로 써놓은 일종의 일기였다. 작전을 실행할 때마다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이루었는지 항목을 나눠 정리해 놓은 것이다. 간단하게 O와 X로. 책 안에는 작전의 수만큼이나 많은 O가 그려져 있었다. 마치 그녀의 완벽함을 나타내는 듯 했다.

 미나미는 그 수를 세기 시작했다. 눈과 손가락을 페이지에 향하고 기계적으로 훑어갔다. 그 안에는 수십 페이지를 넘겼을 때 드디어 X가 하나 나타났다. 왼쪽 어깨에 통증이 느껴졌다. 아나스타샤가 쏜 탄환에 맞은 곳이었다.

 몇 년 전, 현재처럼 스베르흐노비가 성장하기 전의 일이었다. 그 날의 임무는 귀족 호위. 도시에서 벌어지는 축제에서 행렬 중인 귀족을 보호해야 했다. 몇날 며칠에 걸려 그녀는 평소처럼 완벽하게 포진을 짜놓았다. 한 치의 실수 없이 대형이 유지되었고, 이것을 뚫을 수 있는 자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착각했다. 익숙지 못한 지형적 특징 때문에 딱 한 곳 빈틈이 있었고, 그곳에서 아나스타샤가 대기하고 있었다.

뒤늦게 빈틈을 알고 미나미는 다급해졌다. 무전으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아나스타샤는 이미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간발의 차를 두고 미나미는 행렬에 뛰어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귀족을 몸으로 감쌌고 어깨에는 총알이 박혔다.

 축제는 엉망이 됐지만 귀족은 무사했다. 실수는 있었으나 목숨을 구해줘 고맙다며 특수경찰에게 감사를 표했다. 미나미는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수술 끝에 총알을 제거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냈다. 이번 임무도 성공했다고.

 하지만 미나미에겐 달랐다.

 “완벽하지 않아. 작전에는 일말의 허점도 없어야 해. 실패는 용납되지 않아. 전부 나 때문이야. 내가 부족한 탓이야. 좀 더, 좀 더 완벽한 작전을 세워야 해. 그 사람이라면 해냈을 거야. 그 사람이라면 분명. 그러니까 나도 해내야 돼. 나는 그 사람의 대신이니까. 이 자리를 이어받았으니까. 해야만 돼. 실패는 안 돼. 그러니까 반드시…….”

 무의식적인 중얼거림을 외던 중 그녀는 손가락을 멈췄다. 수를 세던 중 실수하고 말았다. 그녀는 첫 페이지로 돌아가서 다시 O의 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실수는 있어선 안 된다. 실수가 있는 순간 그것은 실패와 다름없다. 그러니까 바로 잡아야만 한다. X를 없애야만 한다. 아나스타샤를 잡아서 O로 만들어야 한다.

 

 

2) 설정

 

'총괄팀장' 미나미

특수경찰이 작전을 실행할 때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지휘하는 총 책임자. 뛰어난 리더쉽과 빈틈 없는 지휘로 항상 완벽한 작전들을 세우고 진행한다. 동료들에게도 굉장히 잘 해줘서 모든 특수경찰들에게 존경 받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속으로는 스스로를 굉장히 저평가 하고, 강박증세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는 전임 총괄팀장 때문이다. 그녀는 전임 총괄팀장의 사망으로 갑작스럽게 지금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 혼란스러운 특수경찰과 왕국을 한시라도 빨리 정상화 시킬 필요가 있었고, 이를 위해 그녀는 완벽을 고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 덕에 전국적으로 예전보다 범죄율이 크게 감소했으나, 그녀는 지금도 전임 총괄팀장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채찍질 하고 있다. 그것도 자신의 머릿속에서 우상화되어 실제보다 과장된 인간과. 현재 가장 혈안이 되어 찾고 있는 것은 스베르흐노비의 보스, 아나스타샤. 예전에 자기가 세운 포진을 뚫은 아나스타샤를 잡고 스베르흐노비와 함께 자신의 실수를 삭제하려 하고 있다.

 

 

3) 기획 단계

 

미나미 "다른 사람들도 그렇지만, 아주 하드한 설정이네요."

미나미 "연구를 많이 해야겠어요."

 

스페이드P "자료는 많이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디테일 함이야."

스페이드P "숫자 하나 잘못세면 처음으로 돌아가고, 작은 티끌 하나, 주름 하나도 넘기지 못 하고."

스페이드P "스스로의 확인을 믿지 못해서 몇 번이나 다시 반복하는...... 그런 수준이어야 하지."

 

미나미 "네. 이런 부분들이 정말 디테일 한 것 같아요."

미나미 "연구를 많이 하셨나 봐요."

 

스페이드P "연구라기 보다는 내가 얼마 전까지 앓고 있던 거라서."

미나미 "네, 네?"

스페이드P "연습하다 표본 필요하면 말해. 얼마든지 보여줄게."

 

스페이드P "그거 말고도 편집증, 알콜중독, 니코틴 중독."

스페이드P "대인기피증, 공황 장애, 위 궤양 등등등."

스페이드P "정신과 신체 가리지 않고 종합병원 수준이니까 뭐든 물어봐."

 

미나미 "그거 그렇게 쉽게 말할 일들이 아니잖아요!!"

 

 

 

 

 

 

 

 

 

 

제가 미나미도 좋아하고 아냐도 좋아하는데, 러브라이카를 안 좋아합니다.

싫어하는 건 아니고, 그냥 안 좋아해요. 너무 많아요.

그래서 굳이 러브라이카 이야기를 안 쓰는데, 예전에 쓴 뒷세계 아이돌 미나미 설정에 하나 있더라고요.

예전에 죠죠마스 팬픽에서 조금 쓴 거 합치면 딱 두 개 썼습니다. 근데 그 중 하나가 매우 미친 관계군요.

둘 중 하나가 죽지 않으면 안 되는 선과 악의 관계가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애초에 누가 선인지도 애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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