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누아르] 연기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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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5, 2017 21:51에 작성됨.

1) 영상화

 

 그가 죽자 사람들은 그의 묘비에 일제히 침을 뱉었다.

 그는 거리를 주름 잡던 악덕 상인으로 가족이나 친구 없이 오직 돈만을 밝히는 인간이었다. 귀족들의 비위를 맞춰 권력을 얻고, 갱스터들과 결탁해 사람들의 고혈을 빨아먹었다.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비난하고 그가 죽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가 정말로 죽었을 때 사람들은 신께 감사하면서 무덤에 침을 뱉었다.

 때문에 그의 무덤 앞에 선 여자를 여경은 기묘하게 여겼다. 그녀는 수많은 꽃이 섞인 꽃다발 중에서 한 송이를 무덤에 바쳤다. 그것도 한밤중에 공동묘지에서. 뭐하시는 겁니까? 조심히 묻자 그녀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답했다. 꽃을 주려고요.

 “안 되나요?”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특이해서요. 여기 사람들은 다 이 사람을 미워하는 줄 알았거든요. 이 사람과는 어떤 관계죠? 가족은 없다고 들었는데.”

 “저는 이 지역 사람이 아니에요. 여러 마을을 떠돌면서 꽃을 파는 사람이죠.”

 여자는 한쪽에 있는 자신의 트럭을 가리켰다. 노점으로 쓸 수 있도록 개조된 물건으로 멀리서 보기에도 화려한 꽃들이 안에 가득했다. 무덤에 바친 꽃은 그 중에서도 붉은색 꽃이었는데, 처음 보는 종류였지만 굉장히 아름다워 보였다. 그 외에 여자가 가지고 있는 다른 꽃들에서도 아름답고 진한 향이 감돌았다.

 여경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는 말을 이었다.

 “이 사람이 나쁜 사람인 건 알아요. 그래도 사람이 죽었는데 아무도 슬퍼하지 않으니 쓸쓸해 보였거든요. 다음 생에는 부디 아름다운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그런 바람을 담아봤어요. 그런데.”

 이번엔 여자가 물었다. 누구신가요?

 여경은 품에서 수첩을 꺼내 보여줬다. 별처럼 반짝이는 마크가 인상적인 경찰수첩이었다.

 “특수경찰 소속 경찰입니다. 이번 사건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 비밀리에 조사 중이었습니다.”

 “경찰이요? 미심쩍은 부분이라니, 혹시…….”

 “네. 이 남자의 타살 가능성입니다.”

 갑작스러운 말에 여자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괜한 말을 했나. 여경은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당신을 의심한 건…….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괜찮아요, 좀 놀라서.

 “사람들 말로는 저주라고 하던데요? 나쁜 짓을 해서 받은 저주.”

 “저주라. 하긴, 그런 말을 믿을 만한 사건이죠.”

 그렇게 말하면서도 여경은 코웃음을 쳤다. 이성을 통해 수사를 하는 경찰이니 당연한 행동일지도 모른다. 의심을 가능케 하는 정보가 그녀의 수첩에는 적혀 있었다.

 남자는 집에 홀로 있던 중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사인은 과다출혈. 그런데 남자의 출혈은 여러모로 평범하지 않았다.

 우선 피의 양. 남자의 시신은 거의 미라 상태였다. 몸 안에 흐르는 피의 대부분이 빠져나간 것이다. 그러나 시신 근처에서 발견된 피는 몇 방울 밖에 안 됐다. 나머지 피의 대부분은 증발이라도 한 걸까. 심지어 이 만한 피가 빠져나갔음에도 외상이라고는 목에 난 작은 구멍 하나. 구멍 안쪽에서 혈관이 헤집어진 자국이 있었지만 어떻게 생긴 상처인지는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기묘한 것은 남자의 집에 침입 흔적이 전혀 없다는 것. 자신에게 적이 많음을 아는 남자는 집안에 온갖 방범 장치를 설치했다. 밖에서는 몰라도 집 안에는 배신할지 모르는 경호원도 두지 않았다. 방범 장치에는 뚫린 흔적이 없고, 목격자도 없다. 수사에도 진전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여경은 묘지를 찾아온 것이다.

 “혹시라도 여기 오면 뭔가 떠오를 거란 생각이었죠. 악인이긴 해도 어쨌든 이 사람은 피해자니까, 억울함을 풀어 주고 싶어서. 경찰이 이래도 되나 싶지만.”

 “저는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피해자가 누구든, 가해자가 누구든 간에 경찰이 할 일을 하는 거잖아요.”

 감사합니다. 여경이 인사하자 여자는 미소로 받아줬다. 햇살처럼 밝고, 들고 있는 꽃들처럼 아름다운 미소였다. 그러고 보니 이 꽃들, 참 싱싱하군. 여경은 꽃다발에 코를 가까이 했다. 눈을 감자 아까부터 가득하던 진한 향들이 좀 더 선명해졌다. 묵은 피로가 싹 가시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집에 이런 화분을 두면 좋겠어. 본능적으로 드는 생각에 눈을 떴다. 가격을 물으려는 순간 꽃다발 사이에서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다. 총이었다.

 “좋은 향기지?”

 탕, 하고 방아쇠가 당겨졌다. 선명한 고통이 목에 박혔다. 그러나 여경은 죽지 않았다. 죽을 만한 고통이 아니었다.

 뭐지? 뭐를 쏜 거지? 떠오르는 의문이 분열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것들. 비밀 수사에 대한 정보를 왜 그렇게 쉽게 말한 거지? 사인이며 의문점들, 개인적인 생각들까지, 왜? 파고드는 괴로움을 여경은 저항했다.

 그 앞에서 꽃다발을 든 여자가 싱그러운 미소를 보였다. 입을 활짝 벌리고, 만개한 웃음을.

 “최면향이야. 지속시간은 짧지만 효과가 강해. 이 남자한테도 사용해서 방범 장치쯤은 쉽게 뚫을 수 있었어. 피가 없으니까 부검해도 알아낼 수 없었겠지.”

 여자가 십 수 개의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여경은 몸을 가누지 못 했다. 부서진 정신의 파편이 뇌를 찌르고, 목에서 기분 나쁜 감각이 꿈틀거렸다. 양분을 빨아먹듯 자라나더니 시야가 뿌옇게 변해갔다. 간신히 손을 갖다 대니 정말로 무언가 자라고 있었다. 꽃이었다.

 “그건 피를 마시고 자라. 키우기 어렵지만 굉장히 아름답고 향도 좋지. 어떤 악인의 피를 쓰더라도 상관없어. 정말 멋지다는 생각 들지 않아?”

 몸부림치며 머릿속에 단서를 긁어모았다.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서 한 가지 답이 분명하게 떠올랐다. 이 여자가 범인이야, 이 여자가 죽였어. 동시에 새로운 의문이 떠올랐다. 뻐끔거리는 입을 유심히 보더니 여자가 답해왔다.

 “경찰들의 정보를 알 필요가 있을 거 같아서.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암살법이니까 간단히 간파되면 허무하잖아. 아, 이거 잘 쓸게.”

 여자가 떨어진 수첩을 주워들었다. 여경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아니야. 그 정도는 여경도 생각할 수 있는 답이었다. 풀리지 않는 의문은 따로 있었다. 여자는 다시 여경의 행동과 목소리에 눈과 귀를 기울였다. 왜…… 이런. 토막 난 음절 속에서 간신히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하.

 여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왜 이런 방법을 썼냐고? 궁금해 해주는 구나! 정말 좋아! 역시 훌륭한 경찰이야!”

 황홀감에 젖은 어투로 여자를 열변을 토해냈다. 이건 예술이야!

 “아름다운 꽃에는 가시가 있는 법이라잖아. 난 그 가시를 이용해. 꽃다발 속에 총과 독과 칼을 숨겨놓고 숨을 끊는 거야. 그 때 나오는 피로 꽃을 키우는 거지. 지금까지 방법은 좀 번거로웠지만 이젠 달라. 이 씨앗을 심으면 손쉽게 꽃을 피울 수 있으니까. 누군가의 죽음으로 피어나는 새로운 생명이라니! 정말로 멋지지 않아?”

 대답은 없었다. 움직임 또한 없었다.

 여자는 아쉬워하며 여경에게 가까이 갔다. 그녀의 목에서 그녀의 생명으로 키운 작품을 조심히 뜯어냈다. 환한 보름달에 그 붉은 빛을 비추어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름다워.

 

 그녀가 죽자 사람들은 그녀의 무덤 앞에서 추모를 했다.

 그녀는 용감하고 훌륭한 경찰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편견 없이 대했으며 스스로의 본분에 충실했다. 앞으로도 계속 범죄에 맞서 싸울 줄 알았으나 이렇게나 허무하게 죽고 말았다. 동료 경찰들은 눈물 흘리며 그녀가 살아 돌아오기를 바랐으나 이루어지지 않을 소원이었다. 대신 그녀와 어울리는 하얀 꽃다발로 마음을 전했다. 그 사이에서 누가 놓고 갔을지 모를 붉은 꽃 한 송이가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2) 설정

 

'꽃의 미학' 유미

주로 꽃을 이용해 타겟을 죽이는 암살자. 원래는 꽃 사이에 무기를 숨기는 식이었으나 최근에는 식물을 베이스로 특수한 무기들을 직접 개발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피를 마시는 꽃.' 이는 그녀의 광적인 미학과 연관이 깊은 무기다. 그녀는 암살을 하나의 예술로 보고 있으며 이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을 갈구해 왔다. 그 결과 찾아낸 것이 꽃. 위험이 느껴지지 않는 아름다움에 넘어온 타겟을 숨겨둔 가시(무기)로 죽이는 것이다. 그리고 죽인 대상의 피를 모아 꽃을 기르고, 그 꽃을 대상의 무덤에 바쳐 추모해 왔다. 이는 순수히 감사와 존경의 표시로 자신의 예술을 도와준 공동제작자에 대한 경의이기도 하다. 같은 암살자인 아이코와는 절친한 친구. 가끔씩 만나 서로의 꽃과 사진에 얽힌 '추억'을 공유하며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

 

 

3) 기획 단계

 

스페이드P "다시! 거기서 표정 흐트러지지 마!"

 

유미 "으읏!"

아이코 "하아...... 또 실수해 버렸어요."

유미 "응. 평소처럼 얘기하며 연기한다는 거 생각보다 어렵네."

 

스페이드P "어려운 건 알지만 어쩔 수가 없어."

스페이드P "우리 작품은 장르적인 특성상 공중파에서는 못 나오거든. 제작비도 부족해."

스페이드P "765의 아이돌 히어로즈를 따라잡는다고는 하지만 여러모로 불리하다고."

스페이드P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여러 방법을 궁리 중이지만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연기야.

스페이드P "아이돌 하나하나의 연기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부터 해야 된다고."

 

유미 "응. 일단 시작했으니까 나도 최대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

아이코 "저도요. 프로듀서 씨를 위해서도, 팬들을 위해서도. 포기 하고 싶지 않아요."

 

스페이드P "좋은 마음가짐이야. 그럼 방금 전 씬부터 다시."

스페이드P "레디, 액션!"

 

 

 

 

 

 

 

 

 

 

아이코, 유코, 유미, 아야메......

아이돌 누아르의 본분은 패션돌이 진지 먹으면 이렇게 무섭다. 라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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