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누아르] 초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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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3, 2017 20:10에 작성됨.

1) 영상화

 

 벌컥, 문을 박살내고 날아온 것은 갱스터들의 동료였다. 방금 막 여자들을 데려오겠다며 신나서 나간 놈인데 1분도 안 되어서는 곤죽이 되어 돌아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갱스터들은 조용해졌다. 한창 즐겁던 파티가 멈췄으나 컴퓨터는 분위기 파악을 못한 채 신나는 음악을 흘려보냈다.

 갱스터들은 문을 주시했다. 동료의 뒤를 이어 들어온 것은 귀엽게 생긴 소녀였다. 이상하게 자신감 넘치는 표정, 후후후 거리는 웃음, 교복을 망토 마냥 어깨에 걸치고 소녀는 당당하게 파티장으로 들어왔다. 설마 데려온다던 여자가 이 꼬맹이는 아니겠지? 갱스터들이 그렇게 생각할 때 소녀가 입을 열었다.

 “아아! 동료 분은 걱정 마세요! 그저 사이킥으로 기절시켰을 뿐이니까. 아프겠지만.”

 황당한 말에 남자 하나가 칼을 뽑아들었다. 소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거친 어조로 말했다. 야, 꼬마야.

 “우리가 지금 흥이 팍 줄어가지고 좋은 기분이 아니야.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장난치지 말고 얼른 꺼져라.”

 칼날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소녀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남자를 위아래로 살펴봤다. 너 뭐하냐? 기분이 나빠진 남자가 물었다. 소녀는 별거 아니라는 듯 답했다. 그게 말이죠.

 “엄청 별 볼일 없게 생긴 사람이 이러니까, 가소로워서요.”

 남자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동시에 그는 칼을 높이 쳐들고 소녀를 향해 힘껏 내리찍었다. 잔인한 꼴이 나겠군. 당연한 결과를 예상하던 동료들은 다음 순간 경악했다. 칼날이 닿기도 전에 남자가 로켓처럼 날아가 천장에 처박힌 것이다.

 파티 음악이 종료됐고 컴퓨터가 랜덤으로 다음 음악을 골랐다. 갱들은 일제히 일어나 총을 들었다. 상황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으나 하나 만은 알 수 있었다. 저 소녀는 적이다. 죽여야 한다. 곧 바로 총구를 향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힘껏 날아가던 총알들은 목표물에 닿지 못하고 허공에서 멈췄다.

 컴퓨터가 다음 음악을 재생했다. 신나는 전주가 마음에 들었는지 소녀가 귀를 쫑긋 세웠다. 양팔을 벌리고 마술사처럼 진행을 시작했다.

 “회장에 계신 여러분, 유코의 사이킥 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을 미체험 존으로 데려가겠습니다!”

 소녀가 손가락을 튕겼다. 총알들이 뒤로 돌아서더니 초고속으로 날아가 갱들의 몸을 관통했다. 전주가 끝나고 기껏 시작된 노래가 비명 소리에 묻혔다. 소녀는 아랑곳 않고 지휘하듯 팔을 휘둘렀다. 보이지 않는 힘이 갱들의 몸을 휘어잡더니 공중으로 떠올렸다. 그리고 방안 곳곳에 처박았다. 팝콘 기계 안에서 옥수수가 터지듯, 힘껏 던진 고무공이 이리저리 튀기듯이. 폭력적이면서도 스펙터클한 광경에서 소녀는 리듬 위에 비트를 새겼다.

 그 안에서 유일하게 저항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정체불명의 힘에서 벗어나 나이프를 꺼냈다. 소녀를 노리고 던졌으나 나이프는 공중에서 부러져 땅에 떨어졌다.

 소녀는 감탄했다.

 “오오! 거기서 벗어나다니! 당신이 말로만 듣던 그 ‘초인’이군요?”

 초인이 찢어진 옷을 벗어던졌다.

 “어느 조직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딴 짓을 했으니 각오는 했겠지?”

 “저는 어느 조직 사람이 아닌데요. 혼자서 행동하는 미소녀 에스퍼…….”

 “어른이 말하면 들어! 이 되바라진 꼬맹아!”

 초인이 대포알처럼 튀어나왔다. 정체불명의 힘이 붙잡으려 했으나 그는 공격을 예측해 피하고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팔뚝에 혈관이 굵어질 만큼 힘을 주고 주먹을 날렸다. 스치기만 해도 소녀의 머리를 날려버릴 기세였다. 그러나 주먹은 또 허공에서 멈춰버렸다.

 벽이 있었다. 반투명한 벽이. 갑자기 나타난 벽은 돔 형태로 소녀를 안전하게 감싸고 있었다. 힘껏 부딪힌 주먹이 자기 힘에 망가졌다. 손가락이 꺾이고 충격에 어깨까지 저려왔다.

 그럼에도 초인은 이를 악물었다. 소녀는 귀찮은 듯 말했다.

 “꿇어.”

 보이지 않는 힘이 위에서부터 초인을 찍어 내렸다. 좀 전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압도적인 힘에 초인은 무릎을 꿇었다. 바닥에 홈이 패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거대한 산을 짊어진 것처럼 저항할 수도 없었다. 취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꿈틀 거리는 수준의 움직임. 초인이 필사적으로 힘을 쥐어짜낼 때 소녀가 웃었다.

 초인은 발악을 멈췄다. 쿡쿡, 거리는 기분 나쁜 웃음. 그것은 조소. 마치 신이 미물을 내려다보며 취할 것만 같은 태도였다. 초인은 깨달았다. 이것이 이 소녀의 본성이다. 이 소녀는 놀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이 소녀에겐 유희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 마치 몸에서 검고 불길한 오오라가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왜.

 “왜, 이런 짓을 한 거냐.”

 간신히 입을 움직이며 초인은 자신이 떨고 있음을 알았다. 공포가 땀을 타고 흘러내렸다. 갱으로서 사선을 넘나든 끝에 초인이 되었지만,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한 압도적인 힘 앞에 굴복하고 만 것이다.

 비웃음을 멈추고 소녀가 답했다. 궁금해서.

 “우리 동네에서 제일 큰 갱조직이라길래. 힘을 시험해 보려고.”

 소녀가 거만한 몸동작을 취했다. 일반 양아치들로는 실컷 해봤거든. 초인을 조롱하는 어투로, 히죽이는 미소를 지으며. 그런데 총알이나 칼도 별거 아니네, 소문의 초인도 그렇고. 악의로 가득 찬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철저하게 강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위치를 만끽했다. 힘에 차이에 절망한 자에게 일말의 자비조차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그의 무능을 탓했다. 짓밟았다.

 “겨우…… 겨우 그깟 이유로!”

 초인이 분노를 내질렀다. 몸이 짓눌리는 상황에서 그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지만, 이 불합리는 참을 수 없었다. 그것마저도 하찮다는 듯 소녀는 하품을 하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마음에 들던 음악이 끝난 순간.

 “사이킥 빵야!”

 손가락 끝에 응축시킨 에너지로 초인의 미간을 뚫었다. 자기 쪽으로 튀는 피를 배리어로 막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약한 것들이랑은 이래서 말이 안 통해.”

 컴퓨터가 다음 음악을 틀었다. 가벼운 분위기의 재즈였는데 마음에 안 들었는지 소녀는 염동력으로 컴퓨터를 박살냈다. 대신 아지트를 나가며 핸드폰으로 음악을 틀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교복을 망토처럼 휘날리며 가볍게 중얼거렸다. 내일은 어디를 부술까, 하고.

 

 

2) 설정

 

초능력자

초인보다도 희귀한 선천적인 특수능력을 지니고 태어난 자들. 능력의 종류는 다양하며 한 사람마다 하나의 능력이 있다. 또 능력이 있더라도 각성하는 시기는 제각각 다르다. 연구 사례가 적어서 특수경찰에서도 힘의 근원을 밝혀내지 못 하고 있다.

 

'초능력자' 유코

막강한 힘을 타고난 초능력자. 아직 고등학생이나 단신으로 갱조직을 부수고 초인을 갖고 노는 힘을 자랑한다. 스스로의 힘에 대한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정도라 능력 개발에 힘쓴 결과다. 심지어 지금까지 확인된 사례로는 유일하게 '두 가지 능력'을 가진 케이스. 자동차도 가볍게 던지는 염동력과 폭탄도 막아내는 배리어가 그것이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왔다. 한 번도 위기를 겪은 적이 없으며 자연히 오만스럽고도 초딩적인 성격이 되었다. 학교에서는 보통 밝은 모습을 연기하며 지내지만, 시간 날 때마다 힘을 남용하며 지금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3) 기획 단계

 

유코 "사이킥 무리!"

유코 "아무리 제가 만능 에스퍼 아이돌이라지만, 초능력으로 이런 건 무리예요!"

유코 "제 초능력은 사람들을 기쁘게 만들어주기 위한 힘이라고요!"

 

여름P "알아. 아는데, 어디까지나 배역이잖아."

유코 "그래도 무리! 사이킥 무리입니다! 책상 밑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여름P "책상을 태워서라도 꺼낼 거야."

유코 "저는 그런 강압적인 처사에 굴복하지 않습니다!"

여름P "후우...... 있지, 유코."

 

여름P "마음은 이해해. 네가 말하는 초능력이 뭔지 나는 잘 아니까. 우린 그런 점에서 통하잖아?"

여름P "그러니까 나는 유코가 이 역을 맡아줬으면 좋겠어. 이건 유코가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이야."

 

유코 "으음...... 중요한 일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여름P "아쨩도 이 기획에 참여하기로 했어."

유코 "아이코가요? 배역은 뭐죠? 설마......"

여름P "어쩌면 유코의 역할보다 훨씬 하드하고 무서운 설정일지도 몰라."

 

여름P "많이 고민해 줬지. 그것만으로도 고마웠는데, 승낙해 줬어."

여름P "그 역할을 잘 수행해 내면, 앞으로의 아이돌 활동에 분명 플러스가 될 테니까."

여름P "유코도 우리들을 믿고...... 고민해 주면 안 될까?"

 

유코 "...... 알겠어요. 가을P하고도 상의하겠습니다."

유코 "하지만 어려울 것 같긴 해요. 아무리 저라도 이런 하드한 성격은 표현하기 어렵거든요."

 

여름P "그건 걱정 마. 좋은 모델이 있거든."

유코 "네? 누구죠?"

여름P "나."

 

유코 "...... 네?" 오싹

 

 

 

 

 

 

 

 

 

 

엉성한 초능력자지만 모두를 기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유코.

강력한 초능력자지만 오직 자신만을 위해 힘을 쓰는 다크 유코.

이런 갭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이 다크 유코의 모습은 여름P가 적을 짓밟을 때와 비슷하게 썼습니다.

 

뭐, 이런 것과는 별개로 아이돌 누아르 덕에 여름P의 커뮤력을 보여줄 수 있어 좋네요.

평소에는 너무 막장스러운 모습만 나왔잖아요. 여기도 충분히 막장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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