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누아르] 이미지 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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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2, 2017 23:08에 작성됨.

1) 영상화

 

 여자를 업어가며 남자는 간절히 바랐다.

 지금 내 모습을 보고 남들이 오해하지 않기를. 술 취한 여자를 업어가면서 하기에는 사치스러운 생각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조용히 여자를 방으로 데려가려 했다. 그런데 또 하나의 곤란한 점이 생겼다.

 이 사람, 몇 호실에서 묵는 거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어이가 없었다. 벌써 사흘 째 함께 다니며 추억을 쌓은 사람의 방도 모르다니.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야 하는데, 역시나 오해가 생길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여자에게 술을 권한 건 자신이다. 이렇게까지 먹일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건 애초에 여자의 주량이 너무 약한 탓이었다. 가벼운 와인 두 잔에 잠들어 버릴 줄이야. 덕분에 오늘은 게임도 못 즐겼다고.

 한창 벌어지고 있을 포커 게임을 뒤로 하고 남자는 방으로 향했다. 평소 같으면 수행원을 부르겠지만, 원래 오늘은 밤새 즐길 생각이라 그들에게 일찍 자유 시간을 줬다. 바로 부르면 체면이 서지 않아. 그렇다고 무책임한 것도 싫어. 자신을 믿고 기꺼이 취한 여자를 챙기지 않았다가 그녀가 몹쓸 짓이라도 당한다면 기분이 찝찝하다. 찝찝한 걸 넘어서 슬플 것이다. 겨우 사흘 만에 남자는 여자에게 푹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굉장히 눈에 띄지 않는 여자였다. 이 호텔에는 볼거리가 많으니까. 정원에 설치된 거대한 분수, 밤마다 벌어지는 화려한 쇼 행렬, 거대한 카지노까지. 이런 세상에 익숙한 남자가 보기에 여자는 이런 곳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 화려하지 않은 매력이, 마치 혼자만 다른 시공간을 살아가는 듯한 감각이 눈에 띄었다. 거대한 카지노를 배경으로 그녀의 사진만을 따로 삽입한 느낌이었다. 발을 들여놓으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그녀만의 세계가 있는 것이었다.

 겨우 사흘 동안 그녀와 함께하며 남자는 기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신기하게도 치유를 받는 기분. 최고급 아로마 마사지와 스파 시설에서도 만족 못하던 그가 그녀와의 대화 몇 마디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그녀는 딱딱한 사업 얘기 따위를 하지 않았다. 권력 투쟁이나 누군가를 제거하자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애초에 그녀의 이야기에 특별함은 없었다. 그녀가 취미 삼아 찍은 사진과 길가다 발견한 꽃, 지나가던 고양이 따위가 그녀의 이야기에 전부였다. 겨우 그런 것 따위에서 시간이 삭제되는 마법을 느끼게 하는 것이 그녀의 재주였다.

 남자는 품속에 넣어둔 반지를 생각했다. 어머니께서 남긴 유품이자 언젠가 사랑하는 상대에게 넘겨주려던 물건. 그것을 이런 평민에게 주겠다한다면, 집안사람 모두가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하겠지.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설령 빈민가에서 하루 빵 한 조각으로 연명하며 산다 해도 그녀와 함께하면 행복할 게 분명했다. 그 정도로 그녀를 갖고 싶지만, 남자는 신사답게 한 송이 꽃을 다루듯 그녀를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나는 따로 방을 잡아야겠군. 이 방의 열쇠를 그녀 옆에 두고 휴대폰을 집었다.

 아이러니한 기분이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한 사람에게 열과 성을 다한 적이 있던가. 고개를 젓다 남자는 조금 욕심이 났다. 조금 정도는…… 그래, 손등에 키스 정도라면. 바로 옆방의 예약을 마치고 남자는 돌아섰다.

 어느새 일어난 여자와 마주했다. 그 모습 또한 잘라 붙인 사진 같아서 조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부드러운 머릿결도, 나긋한 미소와 느긋한 몸짓, 한 손에 든 칼까지도. 순간적으로 그녀에게서 천사를 빗대어 보았다. 인간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하늘의 작품이라 이런 비현실성을 가진 걸까. 그 고귀함에 감탄을 품자 나이프가 심장을 찔렀다.

 “생각보다 빨리 접근할 수 있었어요. 오늘은 미끼만 던질 생각이었는데.”

 평소와 다름없는 말투가 평소와 다름없는 미소로 전해졌다.

 그녀는 칼날을 타고 전해지는 심장 소리를 느꼈다. 어머니에게 안긴 듯 편안한 고동이었다. 남자의 표정도 마찬가지. 그는 자연스레 그녀에게 말을 건네려 했지만, 뜻대로 안 되는지 입술을 떨고 있었다.

 “사흘 동안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손잡이를 당겼다. 고통이나 원망, 슬픔 따위가 들새도 없이 유려하게 그의 숨을 도려내 세상으로부터 분리시켰다. 털썩, 쓰러지고 나서야 그는 천천히 바닥을 피로 적시기 시작했다.

 여자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 천천히 장난감 카메라를 꺼냈다. 느릿하게 구도를 잡고 시간이 멈춘 듯 기다리다가 슬며시 찰칵.

 그녀에게 품은 순간의 사랑을 영원히 간직한 채 그는 한 장의 사진이 되었다.

 

 조금 차가운 아침 햇살을 맞으며 여자는 묵직한 캐리어를 끌었다. 역시 성인 남성 한 명은 무리일까. 힘에 부쳐서 곤란해 하고 있을 때 누군가 슬쩍 다가왔다. 저기, 아가씨. 능글맞으면서도 장난스러운 말투였다.

 “괜찮다면 짐을 옮겨다 드릴까요?”

 “그래도 될까요? 감사합니다.”

 여자가 공손히 인사하자 또 다른 여자도 정중히 짐에 손을 댔다. 의외의 무게에 놀란 듯 혼다 미오가 물었다.

 “이거 꽤 무겁네요. 짐을 많이 가져오셨나 봐요?”

 “원래는 적었는데, 기념품을 챙기느라 이렇게 됐어요. 이런 화려한 곳은 처음이라 추억이 많이 생긴 덕이에요.”

 “아하! 그거 참 다행이네요. 저희 호텔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다니.”

 “네?”

 검은색 고급 세단 앞에 두 여자는 멈춰 섰다. 대기하고 있던 수행원에게 미오가 말했다. 이 분 모셔다 드려, 고객을 위한 서비스! 밝게 말하고 짐을 트렁크에 실어줬다. 여자가 정신을 차린 건 미오가 작별 인사를 건넬 때였다.

 “괜찮으시면 다음에도 또 방문해 주세요.”

 떠나가는 짧은 인연의 모습을 여자는 끝까지 지켜보았다. 그러다 조용히 카메라를 꺼내 미오를 기록했다.

 은근한 미소를 띠며 여자는 중얼거렸다. 찾았다.

 “나랑 같은 사람.”

 

 

2) 설정

 

'암살자' 아이코

겉모습만 보아서는 절대 상상할 수 없지만 사실은 일류 암살자. 살인을 즐기고 있으며 이를 추억으로 삼는 위험한 면모가 있다. 느긋나긋해 보이는 모습은 진짜, 천사 같은 성격과 사람을 끌어들이는 언변도 진짜. 또한 순식간에 급소를 노려 숨통을 끊는 암살 실력도 진짜다. 위험을 느낄 수 없는 모습으로 타겟에게 접근해 방심한 순간 죽이는 것이 특기. 한 번 죽이기로 마음 먹은 대상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정도로 독한 면모가 있다. 주로 쓰는 무기는 나이프. 암살을 실행할 때 살을 베는 감각을 느끼기 위해서 고른 무기다. 죽인 대상의 사진을 찍어 앨범에 보관해 추억하는 취미가 있다. 또한 그녀가 죽인 모든 대상들은 정도는 달라도 전부 그녀에게 호감을 가진 채로 죽었다.

 

 

3) 기획 단계

 

겨울P "어떠냐."

여름P "또라이냐? 이걸 어떻게 아쨩한테 시켜!"

겨울P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메서드가 열심히 짠 캐릭터니까......"

여름P "너 내 앞에서 계속 입털면 턱을 박살내버릴 거다. 당장 꺼져."

 

 

~사무실~

 

여름P "...... 아놔, 진짜."

 

여름P '진짜 또라이 같은 기획이야. 아니, 그냥 또라이야. 그런데......'

여름P '캐릭터 자체, 그리고 이 기획에 걸린 관심도, 성공 확률을 보면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여름P '하지만 기존의 아쨩의 캐릭터를 악의적으로 해석한 느낌이라 분명한 반발이 예상 돼.'

여름P '대체 뭘 어째야......'

 

아이코 "프로듀서 씨?"

여름P "어? 아쨩."

아이코 "아직 퇴근 안 하셨어요? 평소보다 늦으시네요."

여름P "응~ 오늘은 고민 거리가 있어서. 칼퇴근 살짝 미루기로."

아이코 "고민 거리...... 심각한 일인가요? 프로듀서 씨가 이럴 정도면."

여름P "그런 건 아니야. 그냥 좀."

아이코 "프로듀서 씨."

여름P "응?"

 

아이코 "괜찮으시면 이야기 해주세요."

아이코 "도움이 되지 못 할지도 모르지만, 털어놓는 것 만으로도 달라질지도 모르잖아요."

아이코 "저는 평소 프로듀서 씨에게 받기만 하니까, 이런 거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여름P "......"

여름P '그러고 보니 그런 일이 있었지.'

 

.

.

.

 

디렉터 "타카모리를 이 드라마에요? 음. 인기 있고 연기도 잘 하지만, 역시 좀."

디렉터 "그게 말이죠. 연기 톤이 정형화 됐잖아요. 캐릭터성도 그렇고. 새로움이 없다고 할까."

디렉터 "한결 같다는 뜻이니까 나쁜 건 아닌데, 어쨌든 이 캐릭터엔 안 맞는 것 같아요."

디렉터 "다음에 좋은 배역 있으면 먼저 알려드리겠습니다."

 

.

.

.

 

여름P '아쨩은 뭐든지 잘 할 거야. 난 알아.'

여름P '발큐리아도 멋지게 해냈잖아. 하지만 그 이상의 결과물이 없어.'

여름P '일일이 리스크를 따져야 하는 이 바닥에서 무작정 밀어붙이는 건 한계가 있지.'

여름P '여기선 프로듀서로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여름P "있잖아, 아이코."

아이코 "어...... 네?"

여름P "좀 무리한 제안일 수도 있는데."

 

여름P "이미지 체인지, 한 번 해볼래?"

 

 

 

 

 

 

 

 

 

 

꽤 예전부터 생각한 암살자 아이코.

천사 같은 매력과 위험한 매력이 공존하는 독보적인 돌+I 캐릭터 입니다.

예전에 썼던 뒷세계 아이돌의 시초가 바로 이 암살자 아이코였죠.

그 때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었는데, 이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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