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누아르] 배역 스카우트 '아야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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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0, 2017 19:15에 작성됨.

1) 영상화

 

 처음 사람을 죽였을 때의 감각이 기억나지 않는다.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도 알 수가 없다. 사람은 갑작스럽게 변하지 않으니까. 어떤 사람이 변화한다는 건 그 만큼의 경험이 쌓여야 가능한 일이다. 요리를 잘하려면 계속 요리를 해야 하고, 달리기가 빨라지려면 열심히 운동을 해야 한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 모든 것들은 경험이 되어 몸과 마음에 축적된다. 그렇게 변화를 이룬다. 따라서 처음 사람을 죽였을 때의 감각을 잊어버렸다는 건, 그 만큼 사람을 죽여야만 가능하다. 나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을 죽여 왔으니 그 감각을 잊는 것도, 마음속에서 ‘감정’이라는 것이 멸종한 것도 당연하다.

 가문은 나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쳤다. 싸우는 법, 달리는 법, 보안장치를 깨고 숨어드는 법, 기척을 지우는 법 등등. 내가 배운 것은 모두 수단이었으며, 그로 인해 비롯된 결과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었다. 나는 살인을 위해 만들어졌고, 이에 방해된다 싶은 것은 모두 제거 당했다. 감정이 그 중 하나였는데, 그 외에는 도덕관념과 윤리, 인간성이 있었다. 개념적으로는 알지만 공감 할 수는 없는 것들. 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내 친구를 눈 하나 깜박 않고 죽였을 때 가문 사람들은 굉장히 기뻐했다. 드디어 ‘완성’되었다면서.

 나의 가문은 몰락한 암살자들의 집안이었다.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고 그를 위해 기술을 개발하는 위험분자들. 하지만 닌자라는 이름은 시대에 뒤쳐졌고 부흥을 위해 가문에서는 나를 만들었다. 정확히는 누구든 좋으니 아주 유용한 살인도구를 만들 필요가 있었는데 그게 마침 내가 된 것이다. 주워온 고아들이 아닌 가문의 핏줄이 ‘완성품’이 되어서인지 가문 사람들에겐 좀 더 의미가 깊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가 그들을 몰살 시켰을 때 그들이 나를 실패작이라 한 이유를 알지 못 했다.

 그저 그들이 가르친 대로, 만든 대로 철저히 돈에 따라 움직였다. 핏줄에 연연하지 않고 ‘닌자 가문을 몰살해라’라는 첫 의뢰를 수행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나를 비난했다. 아무래도 그들은 나에게 ‘가족애’만큼은 남겨두려 했었나 보다. 그렇게 추측했다.

 첫 의뢰를 성공한 뒤로는 모든 게 순조로웠다. 나는 수많은 암살과 첩보 의뢰를 수행했고, 그 중에 실패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가문이 원한대로 뒷세계에서 닌자의 이름은 다시 한 번 최강으로 군림했다. 임무도 보수도 갈수록 커다래졌다. 생활에 부족함은 없고 의뢰는 끊이지 않는다. 오래도록 이어질 전성기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임무에 실패하기 전까지는.

 왕국의 수많은 귀족과 건설 회사들은 요리타의 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그곳의 종교를 몰아내고 리조트를 지으려 했으나 신도들의 강렬한 저항에 번번이 실패했다. 또 저항이라고 해도 그들은 평화적인 노선을 지향했기에 힘으로 몰아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사업가들은 나를 고용한 것이다. 놈들의 정신적 지주인 ‘신녀’를 죽이라고. 아무리 놈들이라도 신녀가 죽으면 분노할 터, 그것을 폭동으로 몰아 특수경찰을 이용해 진압하는 것이 계획이었다.

 중요한 사안인 만큼 나를 고용한 것인데, 정말 어이없게도 임무는 굉장히 쉬웠다. 아니. 난이도를 따지는 게 우스울 만큼 간단한 임무였다. 섬의 경비는 삼엄했으나 나에게 간단한 일이었고, 놈들에겐 따로 무장한 병력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목표물인 신녀는 일정 시간이며 혼자서 신께 기도를 드린다. 호위도 방범장치도 없는 낡아빠진 사당에서.

 그렇다고 방심하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숨어있는 놈들은 없는지 주의를 기울이며 사당으로 침입했다. 조용히 죽이는 방법은 많았으나 이 일은 어느 정도 ‘고의성’을 느끼게 해야 했다. 그래야 신도들이 분노할 테니까. 그래서 나는 최대한 조용하면서도 최대한 처참하게 신녀를 죽이려 했으나, 녀석은 눈치 채고 있었다.

 거기 계신지요-? 사당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어딘가 멍해 보이는 이 소녀는 의외로 날카로운 구석이 있었나 보다.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죽이기만 하면 되는 일. 성큼성큼 걸어가 목에 칼을 들이댔으나 소녀에겐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보통은 죽음 앞에서 본성을 드러내고 추하게 발버둥치기 마련이다. 가끔씩은 소중한 것을 지키려하는 이도 있고, 나를 설득해 보려는 이도 있었다. 그런데 아무 반응 없이 그저 내 눈을 응시하기만 하는 녀석은 처음이었다.

 대체 무엇을 보고 있지? 죽이기 전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소녀는 답했다. 그대 마음 속 깊은 곳에 잠든- 슬픔을 보고 있었지요-.

 헛소리였다. 나에게 슬픔이란 게, 그런 감정 따위가 존재할 리 없었다. 오랜 살인의 경험이 그것을 찌꺼기도 남기지 않고 없애버렸다. 그럴 것이다. 그럴 터인데…….

 소녀의 눈동자가 너무 깊었다. 그 안에서 거울처럼 나의 모습이 비쳤다. 오래도록 신경 쓰지 않던 얼굴을 마주하자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고동쳤다.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무언가 수작을 부린 건가?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았는데. 그런데 왜, 어째서 이 소녀를 벨 수 없는 것일까. 이것이 소녀, 요시노가 말한 슬픔인가. 감정이란 것인가. 처음 사람을 죽였을 때 나는 이것과 같은 것을 느꼈을까.

 혼란스러운 와중에 소녀가 나의 손을 잡았다. 망설이고 계시다면-. 눈은 계속해서 나를 비추고 있었다. 검은 놓으시는 게- 그대를 위한 일입니다-.

 망설임. 가문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망설임을 가지고 일에 임하면 찝찝함이 남는다고. 같은 말이지만, 그 의미가 전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칼을 거두고 그대로 사당을 나왔다. 하지만 섬을 떠나지는 않았다. 이 찝찝함을 해결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다시 일에 임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기 위해선 요시노가 필요하다.

 내가 실패하자 귀족과 사업가들은 계속해서 암살자들을 보내왔다. 나는 그들을 조용히 제거했지만 죽이지는 않았다. 요시노가 그것을 원치 않았다. 시간이 지나 요리타의 섬에는 수호신이 살고 있다는 등 소문들이 퍼져나가고, 그로 인해 섬이 좀 더 번영하기도 했다. 나에게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어느 샌가 나는 아무렇지 않게 요시노와 말을 섞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그 날 느낀 고동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괜찮겠지. 요시노와 함께 있으면 언젠가는 알 수 있을 테니까. 요시노도 그러기를 바라니까.

 그러니까…… 나는 요시노에게 미안해해야만 한다.

 나는 나를 향한 매서운 눈빛들 앞에서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은빛 머리칼 아래 푸르게 빛나는 눈이 당장이라도 나를 잡아먹을 기세였다. 그 옆에 짧은 머리 여자도 마찬가지. 상황을 주시하면서 언제든 총을 뽑을 수 있게 준비하고 있었다. 역시 왕국 최대 마피아 조직을 기른 자들이라 할만 했다. 지금 붙잡고 있는 이 녀석도 언제 갑자기 빈틈을 노려올지 알 수 없었다.

 “갑자기 나타나서 이게 무슨 짓이죠?”

 아나스타샤가 입을 열었다. 냉정한 듯 하면서도 속으로 감정을 굉장히 억누르고 있는 어조였다.

 나는 만일을 대비해 이치노세 시키의 목 좀 더 깊숙한 곳으로 칼을 갖다 댔다. 혼다 미오의 손가락이 움찔 거렸다.

 “거래를 하고 싶다.”

 “거래?”

 “이 여자를 풀어주마.”

 의외의 말에 세 여자 모두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성공적인 것 같았다.

 “대신…… 요리타의 신녀를 죽인 녀석을 찾아줬으면 한다.”

 

 

2) 설정

 

'닌자' 아야메

몰락한 닌자 가문의 마지막 후예. 가문을 일으킬 인간병기로서 철저히 만들어졌다. 그 완성도는 압도적이라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기술은 물론 현대에 맞춘 특수한 기술들까지 모두 섭렵했다. 육체적으로도 초인의 경지에 오른 최강의 존재. 허나 잔인한 수련으로 감정이 없어진 나머지 '닌자 가문을 없애라'는 의뢰를 덜컥 받아들이고 가문 사람들을 죽인다. 그 후로는 뛰어난 능력으로 뒷세계의 용병이자 암살자로 일하였고, 요시노를 만나기 전까지는 단 한 번도 의뢰를 실패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요시노를 통해 자신에게도 미약한 감정이 남았음을 알고 그 정체를 알기 위해 일을 그만둔다. 아야메의 보호 덕에 몇 번이나 위기를 넘기면서 요시노도 아야메를 신뢰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야메가 모종의 이유로 섬을 떠나자마자 요시노가 사망. 아야메는 약속을 깨고 요시노를 죽인 암살자를 없애기 위해 찾아다니고 있다.

 

 

3) 기획 단계

 

가을P "어때?"

 

아야메 "...... 이, 이것은!"

아야메 "정말로 굉장합니다! 저, 이렇게나 대단한 닌자로 나오는 건가요!"

 

가을P "그렇지. 뭐, 이미지는 180도 다르지만."

아야메 "네. 굉장히 잔인하면서도 어려운 설정......"

 

아야메 "하지만! 제 프로듀서 공을 실망시킬 수는 없습니다!"

아야메 "더군다나 꿈에 그리던 사극의 주연 역할! 비록 그 길은 험난할지라도!"

아야메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임하겠습니다! 닌!"

 

가을P "그 마음가짐 좋아! 네 프로듀서도 그게 너의 장점이라 했지!"

가을P "그런데 한 가지 문제점이 있어!"

 

아야메 "문제점!? 심각한 건가요?"

가을P "심각하진 않아."

아야메 "그럼 무엇이죠?"

가을P "이건 사극이 아니야."

아야메 "네?"

가을P "이건 말이지, 그러니까. 누아르야!"

아야메 "누아르가...... 무엇인가요?"

 

가을P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를 뜻하는 거야."

가을P "이건 그 중에서도 갱스터 누아르 장르였지. 원래는."

 

아아메 "그런데 왜 닌자가 나오는 거죠?!"

 

가을P "사실 지금까지의 기획 상황을 보면 닌자는 양반이야."

가을P "주 배경은 중세 유럽 같은 곳인데, 기계병기나 초인이 나온다고. 심지어 초능력까지."

가을P "아이돌들의 개성을 다 쑤셔넣다보니 이렇게 됐어. 스페이드가 고생했지."

가을P "그러니까 이제와서는 갱스처 누아르가 아니라, '아이돌 누아르'라고 해야 하나."

 

아야메 "이, 이런 장르로 괜찮은 걸까요?"

가을P "걱정하는 건 이해되지만...... 이미 이렇게 됐으니 어쩔 수가 없다."

아야메 "저는 진지한 사극에 나가고 싶단 말입니다아아아!!"

 

 

 

 

 

 

 

 

 

 

괜찮아, 아야메.

너 진짜 쎄. 그리고 꽤 중요한 역할이야.

진짜 이가 닌자 보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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