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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글을 쓸때마다 어두워지는 걸까... (눈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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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14, 2018 21:04에 작성됨.
형이 자꾸... 제 글이 어둡다네요. 우로부치 계열 작가 될 거냐고......
아니... 저도, 그야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의 작품과 거짓말과 기만으로 혼자서 세계와 싸워야 하는 작품, 능력에 의해 만들어진 관계만이 있는 작품, 가족을 잃은 사람들끼리 상처를 핥는 작품,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 작품, 기타 생일 단편들..........
전적이 (너무) 많긴 하지만... 저도 밝게 쓰고 싶었다구요!!!
그나마 [상자를 벗어난 꽃]이 밝은...? 편이지만 처음부터 가족관계 박살내고 나왔는데...
그래서... 가볍게 쓸 수 있을 것 같은 여생 몰카를 썼더니...
왜 그것도 이렇게 어두운 거야!!!
아니 그게... 저도 처음엔 원작자 님이나 아리스 님처럼 가볍게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쓰다보니...
핫...! 설마 한번에 쓰다보니 의식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어두워진 것인가...?
아하하... 밝게 쓰실 수 있는 분들은 어떻게 그렇게 쓰시는 건가요...?
이러다가 성장 이야기를 주로 삼을 작품들... [작은 새의 날갯짓], [아름답게 피어나는]
심지어 연애물에까지 [사계의 꽃바람] 전염될 것 같아요...
9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런걸 보면서 적당히 적다보면 우울한 것이... 라는 경험을 저도 해본적 있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뭐... 일단 팁을 드리자면 그냥 적당히 코노스바나 그런 개그물 소설을 보면서 그걸 흉내내면 적당히 따라가집니다.
이도저도 안 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와~이- 타노시-'하면서 생각을 놓고 아무런 내용 생각하지 말고 써갈기는게 가장 편합니다.
이러면 약빤거 같은 작품이 나오긴해요. (추천은 하지 않습니다만...)
저 역시 글을 쓸 때 감정을 어느 정도 반영할지가 항상 고민이 됩니다.
글을 쓰면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이 알게 모르게 글 속에 녹아들게 되더군요.
슬픔, 우울, 어둠은 보기보다 묵직하고 진한
아주 강력한 감정입니다.
요리로 따지자면 약간만 넣어도
전체의 맛을 바꿔버리는 굉장한 재료입니다.
잘만 쓰면 작품 전체를 감동적으로 만들지만,
과하거나 부족하면 진부한 신파에 지나지 않거나 무미건조해지죠.
또한, 슬픔을 느끼는 방식이나 소재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기에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조심스런 소재라 생각되네요.
(같은 멜로 영화를 보아도 누구는 영화 내용에 슬퍼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왜 저 정도로 슬퍼하냐고 의아해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군요.)
만약 스토리의 플롯이 어둡더라도
쓰려고 하는 주제에 맞게 연출된다면
굉장한 전달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봐도 슬픈 일을 슬픈 이야기에 담는 건 당연하겠죠.)
다만 쓰려는 주제와 연출이 잘 맞지 않고
독자들이 작중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못한 채,
글이 무작정 어둡고 우울하고 슬프게 진행된다면...
읽었을 때 상당히 어색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작중에서 주인공은 엄청 슬퍼하고 우울한데...독자들은 주인공이 왜 슬픈지, 왜 우울한지 공감이 안된다면 스토리 진행이 어렵겠죠.)
그런데 딱히 슬프거나 우울하지 않아도 괜찮을 소재들에
이런 감정들이 섞여들면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영화나 소설 속에서 슬픈 일을 희극적으로 다루면서
오히려 비극성을 강조시키는 연출이 있는데 (역설적인 상황을 연출하는...)
누가 보아도 기쁜 일인데 기뻐하지 않는 주인공에게
사실은 모종의 사건이나 경험이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넌지시 알려주어 사건을 파헤치거나
가슴이 찢어지게 슬프지만 웃으며 지내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비극성을 강조하는 점은 참신하고 좋은 시도지만
잘못 연출하면 주인공이 상황 파악 못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기에
이런 연출에는 세심함이 있어야 겠군요.
지금껏 아이돌마스터와 관련된 저의 글들 중에는....
슬픈 글이 단 한 편도 없네요. 이상한 전개나 비극적인 묘사나 연출은 있지만
결말은 다 해피엔딩이군요.
아무리 슬프더라도 적어도 일말의 희망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서인지
비극적인 스토리로 구상을 하더라도 쓰다보면 희망적인 이야기로 바뀌어 있습니다.
어쩌면 제 자신이 슬픈 이야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네요. :-9
자꾸 슬픈 이야기만 쓰게 되신다면....기분 전환을 위해서, 딱히 격한 감정이 이는 일들은 없지만 소소한 생각과 일상적인 일들을 다룬 일상물을 단편으로 써보는 건 어떨까요?
생각해보면 일상 속에서 슬픔, 기쁨, 분노와 같은 감정은 보통 일시적이고
대부분은 아무런 느낌 없이 이런 저런 생각 속에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 만큼
격한 감정에 지친 마음이 쉬어갈 때인, 일상의 여백들을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반드시 항상 어떤 거대한 사건이나 큰 행복, 큰 불행들이 일어나야지
살아 갈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처럼...
사소한 일상과 지나가는 구름 같은 감정들 역시
우리 삶의 일부로군요.
슬픈 이야기를 쓰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다 뭔가 횡설수설 해버린 느낌이네요.
글을 쓰는 소재나 연출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이니 어쩌면 공감되지 않는 말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작품의 내용이 슬프더라도 그것이 작품이 말하려는 것에 걸맞는 슬픔이라면
좋은 글이 될 수 있지 않을까.....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부러 과거 시제 선어말 어미를 두개 넣은 이유는?)
쓰시는 환경을 바꿔보시는 것도 방법이지만 환경을 바꾸기 힘들면, 쓸때의 분위기만이라도 조금 바꿔보면 효과가 있으실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