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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레 애니 미시로 상무의 방침에 대한 생각을 써봅니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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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30, 2015 22:52에 작성됨.

데레 애니 미시로 상무의 방침에 대한 생각을 써봅니다. ①과 이어지는 칼럼입니다.

 

IV. 성과주의가 지닌 한계

 1. 성과 설정의 어려움

  앞에서 밝혔다시피 성과(Performance)는 결과(Outcome)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성과는 설정하는 시점에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성과를 구체적으로 설정하여 구성원들에게 납득시키는 것은 성과주의의 성공 조건 중 하나가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성과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테면 정부 조직의 복지 정책은 수익성 이외에도 형평성이나 보편성 등의 여러 가치를 추구해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성과를 구체화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성과를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또 하나의 문제가 남습니다. 바로 장기적인 안목을 갖지 않고 수단이 선택되도록 권장하는 분위기가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원을 투입하여 성과가 나오는 시점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이런 근시안적인 성과 설정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성과주의를 과도하게 추구할 경우, 당장은 더 높은 성과를 올리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성과를 낼 잠재력을 갉아먹을 수 있는 수단이 시행되는 일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2. 성과 측정의 어려움

  성과주의의 취지는 상관이 결과를 평가하는 데 집중하고, 부하 직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성과의 속성 때문에 성과가 이루어졌는가를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성과가 이루어졌는가를 평가하려면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측정 기준을 무엇으로 잡을지가 확실하지 않을 경우, 성과 측정이 여의치 않을 수 있으며 측정을 한다 해도 왜곡될 수 있습니다.

  특히 성과 측정 과정에서 일어나는 왜곡은 과정상의 자율성 부여로 인해 심화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상관이 업무 과정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을 줄인 결과, 업무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정보를 상관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직원은 성과로 측정되기 쉬운 목표만 달성하려 하거나 수행하기 쉬운 성과만 달성하고 다른 업무는 등한시하게 됩니다. 그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성과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상관과 직원 사이의 신뢰 구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상관은 과정상의 통제는 줄여주지도 않으면서 결과에 대한 책임만을 요구하는 모순된 행동을 보이게 됩니다. 

 

V. 작중 상황에 적용 - 단순한 성격 문제인가?

 1. 납득되지 않는 독단성 - 성과 설정의 어려움과 관련하여

  미시로 상무가 아이돌 사업부를 담당하게 된 것은 작중 시점에서 1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휘하 직원들과 신뢰 관계를 쌓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시간적인 문제 외에도 인내와는 거리가 멀다고 스스로 말하는 미시로 상무가 누군가를 신뢰하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기존에 일하던 직원들과의 신뢰 관계를 형성하지 않았을테니, 직원들의 업무 수행 및 구체적인 시장 환경을 미시로 상무가 온전히 알 것이라 보기는 힘듭니다.  

  15화에서 미시로 상무와 독대한 타카가키 카에데가 크고 작은 일은 없다 말한 것은 독단적인 탓에 미시로 상무가 현실을 반영 못한 성과를 설정했음을 지적하는 언행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시 타카가키 카에데가 데뷔했을 당시에 섰던 무대에서 진행했던 팬 미팅 공연은 수용 인원이 적었을 것이므로 기대 매출이 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그 공연은 타카가키 카에데가 초심을 잃지 않았음을 팬들에게 보여줌으로써 팬덤을 더욱 공고히 하는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공고해진 팬덤이 사고를 칠 가능성도 있겠지만, 자발적인 활동을 벌여 매출 확대에 기여할 가능성 또한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타카가키 카에데가 작은 무대에서 팬들을 만나려 한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영업 방안일 수 있으며, 큰 무대를 마련하려 한 미시로 상무의 계획이 근시안적인 영업 방안일 수도 있습니다. 타카가키 카에데의 팬들이 어떤지를 독자인 우리는 알 길이 없으니 명확하게 결론내리기는 힘들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15화 말미에 현장에서 팬들과 대면하는 위치에 있어온 타카가키 카에데가 부드럽지만 신념을 담은 어조로 말한 것을 볼 때, 미시로 상무의  한계를 보여주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담긴 것 같습니다.

 

 2. 언행의 불일치 - 성과 측정의 어려움과 관련하여

  주인공인 프로듀서에 대해서는 성과주의에 부합하는 태도를 보이긴 했지만, 그 외의 다른 등장 인물들에게 미시로 상무가 보인 언행은 성과주의의 본래 의미와도 거리가 있습니다. 이러한 언행의 불일치는 성과주의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인 성과 측정이 안 되는 것과도 관련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문화 산업에는 관객이란 집단에게 감동을 주는 심리적, 외부적 요인에 매출이 영향받는다는 특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투입(Input)에 해당할 노래와 결과(Outcome)에 해당할 매출의 상관 관계를 측정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그런 상황에서 기획자가 투입(Input)에 해당하는 아이돌 육성에 관여하게 되는 것은 성과주의 자체가 지닌 한계 때문에 벌어지는 모순적인 결과에 해당할 것입니다.

  19화에서 키무라 나츠키에게 의상이나 노래에 간섭하겠다 한 언행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돌이 무대 위에서 하는 활동인 춤과 노래는 매출과의 상관 관계를 구하기 매우 힘들며, 설사 구한다 해도 그 결과의 타당성 및 신뢰성에 대한 의심은 필연적인 것입니다. 이렇게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시로 상무가 사업상의 위험을 최소화할 선택지는 아이돌이 무대 위에서 하는 활동을 통제하는 것 뿐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미시로 상무의 나름 합리적인 태도가 빈약한 신뢰마저 깎아 직원들의 반감을 사는 결과를 부를 것이란 점입니다. 실제로 19화 끝 부분에서 키무라 나츠키는 누군가가 시키는대로 하는 게 록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며 미시로 상무의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VI. 맺는 말

  미시로 상무의 행동이 이전과는 조금 다른 양상의 갈등을 불러온 것은 미시로 상무의 개인적 특성과 큰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미시로 상무의 경영 방침인 성과주의가 내재하고 있는 한계 역시 갈등을 증폭하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성과주의의 취지에 어긋난 미시로 상무의 행동마저도 성과주의의 현실적 한계에서 비롯되었다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시로 상무가 예전에 일했던 곳이 신자유주의의 양대 본산지인 미국으로 설정된 것이 우연히 일어난 일로만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반동 인물(Antagonist)로서의 미시로 상무가 자신의 경영 방침이 갖고 있는 한계를 깨달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이야기에서 미시로 상무가 겪을 일은 크게 두 갈래일 것입니다. 첫번째로 상상할 수 있는 결말은 프로듀서가 약속한 성과를 내어 미시로 상무의 '개혁'이 가진 결함을 드러내는 방향일 것입니다. 두번째로 상상할 수 있는 결말은 프로듀서를 본보기 삼아, 미시로 상무가 조직을 장악하는데 성공하는 비극적 방향일 것입니다. 프로듀서가 플레이어의 분신인 게임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에서 두번째 결말이 나오기는 힘들겠지만 말입니다.

[이 게시물은 시압님에 의해 2016-01-01 16:32:30 창작판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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