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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레 애니 미시로 상무의 방침에 대한 생각을 써봅니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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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8, 2015 23:49에 작성됨.

I. 들어가는 말

  데레 애니를 관통하는 낱말을 하나 고르라면 저는 '갈등'을 선택할 것입니다. 1화에서 시부야 린이 아이돌이란 길을 걸을 것인지 고민하는 장면이나 5화에서 마에카와 미쿠가 카페를 점거한 장면, 6화와 7화에 걸쳐 혼다 미오가 방황하며 겪는 고민 등은 둘 이상의 생각이 충돌한다는 점에서 갈등이라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3화까지의 갈등이 주로 개인의 내면 속에서 일어나거나 아이돌 개인과 프로듀서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 대 일 갈등이 많았습니다. 반면에, 14화 이후의 갈등은 미시로 상무의 독단적인 개혁 방침이 프로듀서 및 346 프로덕션 아이돌이 기존에 추구해오던 영업 방침과 충돌하는 일 대 다 양상을 보입니다. 갈등이 비단 아이돌 개개인의 행동 뿐만이 아니라 346 프로덕션이란 기업 조직이 나아갈 방향과도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14화 이후의 갈등 중에는 13화까지의 갈등에 비하여 거시적으로 느껴지는 갈등도 보입니다.

  여기서 갈등의 발단이 된 미시로 상무의 방침을 분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시로 상무가 입버릇처럼 성과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방침을 분석하기 위해 성과주의를 토대로 삼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 글은 ①에서 성과의 대두 배경과 그 특징을 간략히 설명한 뒤에 미시로 상무의 방침이 성과주의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살펴볼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②에서 성과주의의 한계를 논하고, 미시로 상무의 방침 또한 같은 한계에 부딪힐 것인가에 대해 알아볼 것입니다.

 

II. 성과주의에 대한 설명

 1. 성과주의의 대두 배경

  1930년대 이후로 복지 정책이나 경제 안정 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정부 조직의 크기는 점점 커졌습니다. 이러한 큰 정부는 규정과 절차에 얽매인 목적 전치주의, 이해관계의 분립으로 인한 부서간 교류 저하, 관료제적 조직에 소속된 공무원의 복지부동 행태 등 관료주의적 폐단을 내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곤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1980년대에 미국에서 집권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에서 집권한 마가렛 대처 수상은 작은 정부를 만들어 성과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조직으로 '개혁'하겠다는 정책을 공공 기관들에 적용합니다. 이런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명분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효율적인 조직 운영이란 조직 내의 인적 자원 및 물적 자원을 투입하여 나온 결과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향상시키거나 같은 결과를 내되 더욱 적은 인적 자원 및 물적 자원을 투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성과(Performance)는 조직 활동의 결과(Outcome)를 뜻하며, 조직 외부에서의 평가가 개입된다는 점에서 산출(Output)과는 구별될 수 있습니다. 

 

 2. 성과주의의 의의 및 특징

  성과주의란 성과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직원에게 재량을 부여하되 결과에 대하여 분명한 책임을 묻는 관리 방식을 가리킵니다. 성과주의에 입각한 조직 운영을 표방하는 상관은 자신이 원하는 성과를 설정하는 업무와 성과를 평가하는 업무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 대신 휘하의 직원이 업무 과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자원 및 수행 방식에 대해서는 통제를 덜어, 직원이 중간 절차가 아닌 최종 결과인 성과 달성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일도 성과주의에 포함이 됩니다.

  이러한 성과주의는 상관이 목표 설정을 하고 목표 달성 정도에 따라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결과에 치중하게 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목표를 이루기까지의 중간 과정에 대한 간섭 및 통제를 줄인다는 점에서 성과주의는 과정상의 자율성을 강조한다는 특징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세번째로 성과를 평가하고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개인 또는 특정 집단에 대해 차등을 두도록 한다는 점에서 성과주의는 직원들 간의 경쟁을 강조한다는 특징도 갖게 됩니다.

  앞에서 제기한 세 특징 때문에 성과주의를 통한 조직 운영이 성공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갖춰질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로, 직원들이 이루어야 할 성과를 상관이 명확하게 설정하고 그 성과를 이루어야 할 정당성을 설명하여야 합니다. 그래야만 직원들이 갈팡질팡 헤매거나 반감을 갖고 업무를 수행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과정상의 자율성을 두도록 한다는 점에서 상관과 직원 사이의 신뢰 관계가 구축되어 있어야 합니다. 직원이 과정상에서 저지른 사고가 상관에게도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뢰 관계가 없으면 상관은 직원의 업무 수행 과정도 통제하고픈 유혹에 빠져 성과주의가 정당성을 잃기 때문입니다. 셋째로, 성과의 측정이 정확하여 결과에 대한 차등이 정당성을 지녀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직원들 사이의 성과 경쟁이 과열되어 새로운 병폐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III. 작중 경영 방침에 적용 - 정말 성과주의적인가?

1. 결과에 대한 평가에 집중하였는가?

  미시로 상무가 지금까지 보여온 경영 행태를 볼 때, 표면적으로는 결과를 중시하는 듯 합니다. 자신에 대한 반론에 대해 항상 성과가 나오는 게 느리다거나 성과를 보장할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또한 17화에서 미시로 상무가 이마니시 부장에게 '아름다운 성에는 그에 걸맞은 공주님을!' 및 '미시로의 이름'을 강조한 점을 볼 때, 346 프로덕션이 이루어야 한다고 간주하는 성과에 대한 비전도 명확하고 구체적인 상이 미시로 상무의 머리 속에는 들어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프로듀서나 346 프로덕션 아이돌들, 이마니시 부장에게 그러한 성과를 이루어야 할 정당성을 납득시키지 못한 점에서 미시로 상무의 경영 방침은 결함을 안고 있습니다. '미시로의 이름'에 어울리는 상은 17화 작중에서 죠가사키 미카에게 요구된 사진 촬영 등을 통해 유추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상을 자기 부하들에게 설명하는 모습은 작중에서 보이지 않으며, 어째서 개성 있는 아이돌이 '아름다운 성'에 걸맞지 않은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상무의 의도를 납득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직원들은 반감을 품게 됩니다. 이는 17화에서 이마니시 부장이 얼굴을 살짝 찡그린 점이나 17화 말미에서 죠가사키 미카가 기존의 컨셉으로 돌아간 것, 16화에서 상부 방침에 의해 버라이어티 일이 줄어든 아이돌들이 프로듀서에게 동참한 것, 15화의 타카가키 카에데와 19화의 키무라 나츠키가 미시로 상무의 제안을 거절한 것 등을 통해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2. 과정상의 자율성을 부여하였는가?

  적어도 16화에서 미시로 상무는 신데렐라 무도회 기획안을 제출한 프로듀서에게 과정상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4분기 말로 기한을 잡은 뒤, 결과를 내라 함으로써 결과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되, 진행 방향과 후속 프로덕션을 재량에 맡긴 점에서는 과정상의 자율성을 부여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작중의 프로듀서가 기획안을 제출함으로써 자신의 용기와 능력을 보여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실제로 미시로 상무는 그와는 상반된 모습을 더욱 많이 보여줍니다. 15화에서 타카가키 카에데의 팬 미팅을 '작은 일'이라 표현한 점은 타 부서의 업무 선택 상 자율성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19화에서도 키무라 나츠키, 호시 쇼코, 마츠나가 료를 모아놓고 노래, 의상을 미리 준비해주고 컨셉을 이해하고 계획대로 라이브만 하면 된다 함으로써 과정상의 통제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15화 초반에 자신이 엄선한 기획에 적합한 아이돌만을 선출하겠다고 밝힌 이상, 각 부서가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의 범위가 크게 줄어들게 되어 자율적인 행동을 제약하는 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미시로 상무의 방침은 결과에 대한 통제도 강화하고 과정상의 통제도 강화한다는 점에서 성과주의의 취지와는 상충된다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게시물은 시압님에 의해 2016-01-01 16:32:30 창작판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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