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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으로서의 로코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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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05, 2022 20:12에 작성됨.

아마 이어지는 글: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25d&wr_id=3000




운이 좋게 어떻게 저번학기에 신청한게 잘돼서 예술쪽 강의를 융합학부 수업으로 들을 수 있게 됐습니다.


저번에 쓴 글은 잡설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번엔 학부생 레벨로나마 프로젝트도 하고 작가 섭외해서 직접 인터뷰도 하는 식으로 여러 활동을 했기 때문에 나름 고찰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수업들 중 하나에서 교수님이 수업 첫 날에 제시한 담론은 바로 '천재의 시대는 끝이 났다'입니다. 미켈란젤로가 천지창조를 뚝딱 만들어낸것마냥 혼자서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내는 시대가 끝이 났대요.


천재의 시대는 왜 끝났는가? 그리고 현대 예술의 조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현대 예술의 조류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이 특징이고, 예술이 여러 분야. 기술이나 새로운 것들과 융합하는 경우가 많으며, 관객이 객체나 관조자의 시선이 아닌 주체로서 참여하는 것이라고 해요.


아무리 천재라 할지라도 현대에 와서는 정보와 배울 것들이 너무나도 광범위해졌어요. 하지만 그렇게 광범위해진만큼 접근성도 좋아지고 배움 자체를 못 받는 상황이 사라졌죠. 범재와 천재의 스타트 라인 간격이 좁아진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재능이 있다 할지라도 앞에서 말한 융합과 새로운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든, 아니면 스타트 라인의 간격을 더욱 넓히기 위해서든, 재능을 펼치기 위해서는 공부가 선행되어야 하는 상황이 온 거에요.


이제 예술가의 작품은 오롯이 예술가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고, '작가'라는 타이틀이 범접못할 벽이 있는 것과는 거리가 있게 되었기에 천재가 아니라도 예술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반대로 천재라도 천재의 시대에서 천재만이 할 수 있던 것들. 작가라는 타이틀이 범접못할 벽이었을 시기에 혼자서 할 수 있던 것들을 지금시기에선 온전히 다 보여주지 못 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거죠.


개인적인 생각인데, 앞에서 말한 천재의 시대가 끝났다는 건 이제 나올 것은 웬만하면 다 나와서 이제 온전한 자신의 것이란 것이 나오기 힘들어서도 아닐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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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말한 현대예술의 조류에 관한 예시인데, 이 사진 속의 전시회는 부산에서 치뤄졌고요. 전시 이름은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에요. 알려진 건 그게 다에요.


참여 작가도 누군지 몰라, 작품명도 몰라, 언제 만들었는지도 몰라. 존재하는 건 작품과 감상을 남기는 창구 뿐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관객의 손으로 남겨진 감상평도 전시에서 하나의 볼 거리로서 모두 공개돼요. 그러니까 이제 관객이 주체가 되는 예술을 한번 해보겠다 하는 아주 노골적인 시도죠. 예술가가 관객에게 '각자 이 텔레비전와 led 모니터에 담긴 풍경에 한번 이름을 붙여봅시다' 하는 거에요.


이게 어찌보면 관객에게 짬처리 하는거라고 볼 수도 있고, 교수님은 그런 것 때문에 참여형 전시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을 했어요. 실제로도 수업 중에 그런 의견이 나왔고요.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게 로코와 무슨 상관이 있냐고? 당연히 있지요. 로코 노말카드 각전 대사를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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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는 뉴 제너레이션의 인스털레이션을 아이돌이란 형태로 액추얼라이즈하고 싶어. 프로듀서, 많이 도와줘요!"


위에서 로코가 말한 인스털레이션은 설치미술을 뜻합니다. 즉 신세대 미술을 아이돌이란 형태로 현실화하고 싶다. 는 것이지요.


굉장히 인상적인 대사 아닙니까. 로코의 지향점, 캐릭터성, 심지어 다른 단어는 다 영어인데 형태는 폼이라고 안하고 그냥 형태라고 한 것까지.


레퍼런스 다 찾았다고 발표할 ppt는 안 만들고 안하고 밀리나 하다가 저 대사를 보며 든 의문이 이 세개였어요. 로코가 말한 신세대 미술은 과연 위에서 말한 조류와 관련이 있는가? 관련이 있다면 어떤 부분에서 얼마나 있는가? 현실화한다면 왜 아이돌이라는 형태를 선택했는가?


로코의 예술관은 첫울음 커뮤에서 나름 드러난다고 생각하는데, 로코의 예술관을 잘 집약하는 대사로 이 두가지 단락을 꼽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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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대사가 왜 로코의 예술관을 잘 보여주는 것이냐? 후자는 당연히 로코의 예술관을 잘 나타낸다는 것이 보여요. 예술은 느끼는 것이다!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 바로 아트다! 이런 말이지요. 상당히 정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자는 사람에 따라서 의문이 들 수도 있어요. 디피컬트하지 않다면서 서브미레이션같은 단어를 쓰고 앉아있네 그래서 그 인스털레이션 아트가 뭔데?


해석을 해봅시다. '컨템포러리 댄스란 감정을 포괄하여 춤으로 승화한 행위이다. 그 표현은 폐쇄적이지 않고 개방적이며, 컨템포러리 댄스는 댄서와 공간으로 구축된 설치미술로 볼 수도 있다.'


사람이 춤추는 것이 설치미술? 무슨 말일까 싶겠지만, 이 말이 의미하는건 로코에게 있어서는 예술이라는 것에 있어서 바운더리라는 것이 아주 적다는 거에요.


로코의 말을 말미암아서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겠지요. '예술의 목적이 결국 작가가 내면에 지닌 표상이나 감정을 재현하는 데 있는 것이라면, 춤추는 것이나 설치미술이나 다를 것이 무엇인가?' 이러한 담론이 앞에서 현대미술을 언급하면서도 잠깐 나왔죠. 이와 관련된 현대미술 작품도 하나 존재합니다.




윌리엄 포사이스의 "Nowhere and Everywhere at the Same Time"은 한 건물 안에 여러개의 진자가 움직이는 "안무"에요. 관객들은 80개의 진자가 오가는 설치 미술품 안에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어요. 단 진자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조건 하에.


그리고, 사람들이 진자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하는 움직임은 그 자체로 "안무"가 되죠. 그렇다면, 그 관객들의 움직임은 어떤 단어로 잡을 수 있을까요? 작가가 말한 대로 안무? 몸을 움직이는 것이니 무용? 혹은 관객이 진자와 같이 설치미술품의 일부로서 작용하기 때문에 설치미술? 답은 정할 수 없어요. 로코가 위에서 말한대로 각자의 마음 속에서 솟아오르는 느낌이 바로 답입니다.


이에 맞춰서 로코의 작품활동이나 작품의 조류나 경향 등을 살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로코아트는 작중에서 자세한 묘사가 안 된 경우가 매우 많으므로(일단 내가 아는 한에서 가장 자세히 묘사된 로코 아트는 shs 각전에서 무너지는 초콜릿 케익 탑입니다.)언급하기가 애매하네요.


굳이 언급하자면 어 그 로코아트는 아주 상징적입니다 로코의 아트에 대한 의지의 궁극적 심볼이에요 같은 소리나 지어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서 다른 부분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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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가 아티스트로서 가진 강점을 논해 봅시다. 일단 무엇보다도 가장 강한 장점이면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은 역시 넓은 스펙트럼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으로 로코는 현직 아이돌인만큼 아이돌 쪽에 일가견이 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볼 수 있듯 edm, 히피 문화, 글램 락이나 포스트모더니즘(포스트모던이라고 했지만 그냥 찰떡같이 알아먹어 주자), 그리고 컨템포러리 댄스까지 매우 많은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라면 여러 소재를 취사선택하여 자기 맘대로 써먹을 수가 있다는 것은 아티스트로서 굉장한 강점이에요. 위에서 말한 로코는 바운더리가 적은 아티스트라는 것과도 연결되지요.


로코가 아티스트로서 가진 또 다른 강점은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 그리고 그 경험을 예술 활동에 접목하는 데 능하다는 것입니다. 톨킨이 아닌 이상 사람이 혼자서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경험이 풍부하다는게 무슨 소리냐... 하면은 그동안 친구가 없던 로코가 친구도 생기고 프로듀서 치즈루 타카네같은 믿을 수 있는 연장자도 생기고 아이돌 활동도 하고 했으니 여러 경험을 했다고 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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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피셜로 로코 아트란 로코의 크리에이티브 스피릿의 결정체입니다. 그렇다면 로코의 창작혼의 종착지는 로코아트라고 치면, 그 창작혼은 어디서 발현되는가? 로코의 경험과 내면의 영감과 감정이이 종합되는 그 지점이 바로 창작혼이 발현되는 지점입니다.


그 창작혼을 기점으로 해서 로코아트가 만들어집니다. 그렇다면, 과연 로코의 창작 활동을 통해 탄생한 구체적인 결과물인 '로코 아트'와 '로코가 하는 예술'을 구분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하지만, 그 의문도 쉽게 해결할 수 있어요. 로코 아트는 로코 퍼스널리티의 아이콘이라고 또한 로코 본인이 대답하였고, 아티스트로서의 로코 또한 경계짓는 것을 추구하지 않으니 구체적으로 구분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로코아트'랑 '로코가 하는 예술'을 따로 보지 않는다면, 로코의 목표가 '신세대의 예술을 아이돌로서 현실화'하는 것이라고 했으니 삶의 과정 자체, 아이돌 활동 자체가 로코에게 있어서는 예술 활동이고, 그렇다면 로코의 예술은 형태도, 장르도, 경계도 없는 총체적인 예술이라고 볼 수 있겠죠.


이정도면 앞에서 말한 이 세 질문. 로코가 말한 신세대 미술은 과연 위에서 말한 조류와 관련이 있는가? 관련이 있다면 어떤 부분에서 얼마나 있는가? 현실화한다면 왜 아이돌이라는 형태를 선택했는가? 중에서 앞의 두 가지는 답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에 대해 답해볼 차례에요.


로코는 왜 아이돌 활동을 통하여 예술을 하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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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합니다. 그냥 아이돌 무대가 마음을 움직였고, 지금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왜 아이돌 무대가 마음을 움직였냐고? 로코가 보기에 아이돌의 무대에는 로코가 아직 모르는 예술이 있기 때문이에요.


로코는 아이돌 활동 자체를 일종의 예술로 여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밀리 세계관에서의 아이돌 활동은 앞에서 말한 현대 예술의 조류와 어느정도 통하는 면이 있어요.


위에서 말한 세 가지 특징.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하고, 예술이 여러 분야. 기술이나 새로운 것들과 융합하는 경우가 많으며, 관객이 객체나 관조자의 시선이 아닌 주체로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로코의 마음도 동하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그냥 자기가 좋아서 하는 거죠.


프로듀서도 좋고 모두와 만나는 것도 좋고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경험을 쌓고 자신의 세계가 넓어지는 것도 좋다는데 거기에 이유를 들이대며 따지는 것도 경우가 없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예술인으로서의 로코의 현황을 알아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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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서의 로코는 성공했다는 묘사가 있어요. 일단 자신이 가진 예술적 재능을 어필하는 데도 성공한 듯 보이고, 자신이 리스펙트하는 아티스트와도 대담하고 인터뷰할 기회를 얻는데도 성공하고. 본가 13명이 벌어준게 얼만데 765가 아직도 쿠로이한테 겐세이나 당하는 중소기업인만큼 로코또한 아직 톱 아이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두각을 나타내는 블루칩이라고 할 수 있을 거에요.


그렇다면 예술인으로서의 로코는 성공한 사람인가?


사람들의 반응도 좋고, 주변인들이나 청중들도 로코 아트를 보면서 좋아해주고, 로코를 아티스트로서 인정해주는 듯 하지만, 결국 아이돌이라는 후광을 등에 업고 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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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 또한 이러한 고민이 있었어요. 그래서 한 가지 시도를 합니다. 익명으로 자신의 아트를 파는 거에요. 예술가가 정체를 숨기고 활동하는 경우는 꽤 있었어요.


여러 사례가 있겠지만, 내가 아는 가장 대표적이고 유명한 사례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입니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을 자기 이름으로 투고 안 하고 에밀 싱클레어라는 필명으로 투고했어요. 사람들이 다 누가 이런 엄청난 책을 뚝딱하고 써냈나 궁금해했고, 데미안은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죠.


프로듀서나 치즈루나 타카네같은 주변 사람이 사줬다는 해석도 있긴 하지만, 나는 그냥 로코가 아예 관련없는 누군가에게 한명의 아티스트로서 꽃병을 팔았다는 해석이 더 마음에 들어요.


데미안을 헤르만 헤세의 지인들끼리만 다 사가지고 돌렸더라면 헤르만 헤세는 어떤 느낌이 들었겠어요. 그 꽃병이 데미안급 꽃병일까 하는 의문은 차치하더라도 말이죠.


그렇기에 내가 내린 결론은 아이돌로서의 후광을 가려버리더라도, 로코의 작품을 예술로서 바라보고, 그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기 때문에, 로코는 예술가로서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로코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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