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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밥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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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08, 2020 01:18에 작성됨.




메카밥은 치하야가 부른 안녕 아침밥을 말합니다. 일명 안녕 메카밥. 앞으로는 안녕 아침밥이라는 명칭 대신 메카밥을 사용하겠습니다.


메카밥은 아이돌마스터라는 IP를 정면으로 거스를 수도 있는 굉장히 아방가르드한 시도이자 치하야라는 캐릭터에 대한 매우 철저하고 원칙주의적이지만, 어떻게 보면 그렇기 때문에 꽤나 어울리지 않게 보일 수 있는 해석입니다. 치하야가 이런 밝은 노래를 귀엽게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제작진이 밍고스의 녹음을 각하한 것이 메카밥의 탄생 비화이기 때문입니다.


치하야가 아무리 시니컬하다고는 하지만, 치하야도 결국엔 인간입니다. 인간은 한 감정만 존재할 수 없고, 양면중 한 면이 부재할 수가 없습니다. 한면만 보여주는 존재라면 인간이라기보다는 로봇에 가깝겠죠. 치하야도 귀여운 면을 뽐내고 싶을 때가 있을 겁니다. 운영진은 그러한 식의 해석을 지양했습니다.


그렇다면 운영진은 치하야가 정말 노래 부르는 로봇같은 모습을 보이기를 원했던 것일까? 거기까지는 제가 알 길이 없습니다. 애초에 안녕 아침밥 같은 곡을 시니컬하게 부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가 않고, 최대한 시니컬한 시도가 바로 이 메카밥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꽤나 기묘한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메카밥이 음정이 심하게 엇나가는 부분이 있나? 아니죠. 메카밥에 박자가 어긋난 부분이 있나? 아니요. 그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메카밥은 이렇게나 심한 악명을 얻게 되었을까요? 음정이 엇나간 것도 아니고 박자가 엇나간 것도 아닌데? 그 이유는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단순히 음정과 박자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음악의 요소가 있거든요. 음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음악이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가. 그 전달하려는 메세지와 보컬간의 시너지가 있는가. 비단 메카밥이 아니라 모든 음악에 해당되는 말일 것입니다. 메카밥은 이런 부분이 굉장히 심각하게 빠져있습니다.


야요이의 안녕 아침밥은 꽤나 따뜻한 곡입니다. 가족을 챙기는 언니라는 느낌이 물씬 나는 느낌이죠. 안녕 아침밥에는 아침밥에 대한 가사만 있지만, 유추할 수 있는 메세지는 가사에는 한 마디도 적혀있지 않은 가족애입니다. 거기서 나름의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추론을 시작했습니다. 치하야는 이렇게 귀엽게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제작진의 생각을 한번 유추를 해보자면, 슬프게도 치하야와 가족애와는 꽤나 거리가 멉니다. 치하야가 가질 수 없는 무언가를 야요이는 가지고 있죠. 하지만, 첫번째 테이크에서 밍고스는 치하야가 가질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진 것처럼 노래를 불렀을 겁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우린 불행히 들을 수가 없겠지만요.


제작진들은 거기서 원칙을 들이댑니다. 치하야는 그런 아이가 아니라며. 치하야는 그렇게 귀엽게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며. 제작진은 그 원칙주의라는 잣대를 위에서 말한 가장 중요한 요소보다 더 중요시했을 겁니다. 치하야를 한 명의 입체적인 인간 대신 한 명의 캐릭터로서 본 선택일 수 있겠지요.


치하야는 확실히 가족애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가족애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고, 치하야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의 감정을 어떻게든 흉내내어 자신은 가족애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음에도 가족애같은 감정을 싫어서 안녕 아침밥을 부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가능성을 제작진은 전부 다 제거를 해버린 겁니다.


그렇게 해서 메카밥이 탄생했고요.


하지만 그렇기에 역으로 메카밥도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교사로서의 가치도 있을 수 있겠지만, 메카밥 그 자체가 전 나름대로 중독성이 있고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무슨 괴상망측한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전 나름대로 좋은 이유가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가장 중요한 요소. 음악이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가. 그 전달하려는 메세지와 보컬간의 시너지가 있는가. 그 요소가 이렇게까지 심하게 결여된 노래는 별로 없거든요. 제가 한 7년간 여러종류의 음악을 들었지만, 메카밥만큼 그러한 요소가 심하게 결여된 노래는 정말 별로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으로 메카밥은 가치가 있습니다. 음악의 틀이나 한계를 깨기 위해서 일부러 그런 시도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시도로 인하여 오히려 커다란 찬사를 받은 사람들도 있거든요. 전 그런 쪽의 움직임이 바로 아방가르드라고 생각합니다.


아방가르드를 의도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렇기에 저는 메카밥이 아이마스 최고의 아방가르드 트랙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방가르드의 정의는 으레 예술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듯 내리기 꽤나 모호하지만, 어떻게든 포괄적으로 기존 예술에 대한 인식, 가치를 부정하고 새로운 예술의 개념을 추구하는 예술운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메카밥은 일단 안녕 아침밥이라는 곡을 부정했고, 그리고 아이돌마스터가 전체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을 부정했고, 기존의 음악을 부정했습니다. 차례차례로 설명하자면, 안녕 아침밥을 부정한 것은 따뜻하고 발랄한 가사와는 다르게 노래를 부르는 톤이 어찌보면 매우 삭막하고 감정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니 원래 음악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를 부정을 했다고 볼 수가 있겠지요.


아이돌마스터가 전체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을 부정했다? 아이돌마스터는 휴먼드라마입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역경이 있으면 뛰어넘고, 사람들이 분열되어 있으면 뭉치게 되어 있습니다. 적어도 아이돌마스터의 세계에선 그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메카밥? 메카밥은 그렇지 않죠.


메카밥이 그렇지 않다니? 이것은 위에서 말한 안녕 아침밥을 부정했다와 연결됩니다. 안녕 아침밥의 메세지는 아이돌마스터 시리즈가 주고자 하는 메세지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습니다. 유대. 사랑. 행복. 메카밥은 꽤나 냉소적입니다. 조소를 날리듯이 그저 음정에 맞춰서 가사를 읽기만 합니다. 그 메세지는 그저 음정에 맞춰서 읽을 정도의 가치밖에는 안 된다는 듯이.


원래 음악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를 부정했다... 이는 위에서 아방가르드 이야기를 하면서 실컷 이야기했으니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위에서 말한 아방가르드에서는 여러 시도가 있었습니다. 가장 유명한 건 존 케이지의 4분 33초겠군요. 4분 33초는 우연성의 음악입니다. 음악의 메세지 자체를 제거를 해버린 겁니다. 제거리가보다는 백짓장이군요. 화목한 가족들 사이에서 재생되는 4분 33초는 화합이라는 메세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전장 한복판에서 재생되는 4분 33초는 참혹함이라는 메세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시도와 같이, 아방가르드의 시도라고 여겨지는 것들은 기존의 것들을 부정합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메세지를 부정한 결과물임에도 음정과 박자를 지켜서 나름의 퀄리티도 있는 메카밥은 가히 아이마스 시리즈 최고의 아방가르드 노래라고 할 만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겠지만, 전 소위 아방가르드 뮤직, 익스페리멘탈 뮤직이라고 하는 것들을 들어보면서도 그 중에서 이렇게까지 심하게 무언가가 부정된 것을 것을 별로 본 적이 없습니다. 메카밥을 듣고난 후 메카밥을 계속 떠올리다 보면은 슈톡하우젠의 소년의 노래를 처음 들었던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슈톡하우젠의 소년의 노래에 얽힌 배경은 성경과 관련이 있습니다. 네부카드네자르 2세의 노여움을 산 소년들이 불구덩이에 던져지지만 다시 살아나옵니다. 그리고 소년들이 주님이 자신을 지켜주었다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소년의 노래는 이 성경 구절에 굉장히 충실하게 만들었습니다.


슈톡하우젠은 실제로 아이들을 모아 해당 성경 구절을 읽게 한 뒤 녹음하고, 그것을 음절 단위로 끊은 뒤 다시 뒤섞는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불구덩이에서 살아나온 소년들? 그 소년들이 멀쩡했을까요? 피부의 일부는 검게 그슬리고, 단백질이 익는 냄새가 진하게 났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말을 했고, 그럼에도 살아있을 수 있었기에, 하느님을 찬양했습니다. 그 부분을 음절 단위로 끊은 뒤 다시 뒤섞는 방식으로 표현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말한 슈톡하우젠의 소년의 노래가 그랬듯이 메카밥도 이와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슈톡하우젠의 소년의 노래가 모티브가 된 성경에 굉장히 충실했듯이, 메카밥도 아이돌마스터라는 원작에 정말 충실했으니까요.


로코랑 한번 아방가르드한 메카밥이 듣고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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