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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相」에 대한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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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3, 2020 19:53에 작성됨.


서론

아이마스에는 수많은 곡들이 있습니다. 사랑을 다룬 노래도 있고, 이별을 다룬 노래도 있습니다. 고유의 캐릭터성을 다룬 노래도 있고, 즐겁게 놀거나 힘내라고 응원하는 노래도 있습니다. 장래의 목표와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한 악곡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마스 내 수 백 가지의 노래 중 형이상학에 다룬 악곡이 있다면 놀랄 겁니다. 바로 「印相」입니다.

「印相」은 'CINDERELLA MASTER 3Chord THE IDOLM@STER CINDERELLA MASTER 3Chord for the Pops!'에 실린 노래로 하마구치 아야메, 시라기쿠 호타루, 미후네 미유 세 명의 명의로 녹음한 노래입니다. 피아노, 스트링 반주를 활용한 잔잔하고 따스한 멜로디가 돋보이며 세 캐릭터 성우 분들께서 뛰어난 가창력으로 아름다운 화음을 쌓아올린 노래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노래의 탁월함은 가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사에 대한 해석으로 이 리뷰를 쓰고자 합니다.


본론

「印相」

먼저 「印相」이라는 제목에 대해 해석하고자 합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인상'을 찾아보면 '어떤 대상에 대하여 마음속에 새겨지는 느낌'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일본어 위키낱말사전에 검색하면 '보고 들은 사물이 사람의 마음에 미치는 직접적인 느낌'이라고 나옵니다. 우리는 흔히 '인상'이라는 단어를 '코스모스에 대한 인상을 받았다', '탁트인 바다는 대단히 인상적이다' 등의 용법으로 사용합니다. 일상적인 용법에서 쓰이는 '인상'은 '강하게 받은 감동'의 의미 정도로 쓰이지만, 저는 「印相」에 나오는 '인상'은 사전적 의미에서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뒤에서 가사를 해석하면 드러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柔らかな昼下がり
"포근한 오후
あなたの隣
당신의 옆

가사의 도입부입니다. 청자는 이 부분을 듣고 노래 속 화자의 상황을 머리 속으로 떠올리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다정하게 노래하는 아야메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나요? 하지만 이 노래의 반전은 바로 뒷 부분입니다

心の中に 絵の具が落ちたら
마음속에 물감이 떨어지면
輪郭はぼけて
윤곽은 흐려지고
世界はやがて
세계는 이윽고
優しい色に染まる———"
부드러운 색으로 물들어---" 

'인상'의 사전적 의미대로 화자는 인상을 받았고 마음 속에 그 느낌이 새겨지게 됩니다. 《心の中に 絵の具が落ちたら 마음속에 물감이 떨어지면》 이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인상을 받는다는 것을 마음 속 도화지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화자가 그리는 게 마음 속 도화지가 아니라 단순한 그림이 아닌가,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이 공간이 따뜻해지는 걸 표현한 게 아닐까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이는 《世界はやがて優しい色に染まる——— 세계는 이윽고 부드러운 색으로 물들어---》 이 부분에서 반박됩니다.

철학에서 쓰이는 '세계'라는 단어는 집단적 범위를 지닌 특정 사회나 영역, 또는 대상이나 현상의 모든 범위 등을 뜻합니다. 개인이 인식하고 경험한 모든 것도 하나의 세계라고 할 수 있죠. 비트겐슈타인은 논리 철학 논고에서 첫 문장으로 '1. 세계는 일어나는 일들의 총체이다. 1.1 세계는 사실들의 총체이지, 사물들의 총체가 아니다'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논리 철학 논고를 전체적으로 놓고 보았을 때, 여기서 말한 사실들의 총체는 개인이 경험하고 상상하고 느낀 것들입니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I부에 나오는 '세계'는 일상 속에서 존재자와 관계하는 세계이며 현존재, 곧 내가 상대를 보고 느끼는 세계입니다. 성리학에서 다루는 이기론은 우주의 원리인데, 사람의 감정과 마음에 따라 이와 기의 작용이 발생한다고 해석합니다. 탈무드의 격언 중에서 '한 생명을 살리는 것은 세계를 살리는 것과 같고 한 생명을 죽이는 것은 세계를 파괴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동서고금의 석학들도 사람이 보는 것을 하나의 세계로 보았으며 이런 해석은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이 노래는 이 부분에서 사람은 인상을 받음으로서 세계를 인식한다는 것을 기저에 놓습니다. 이 뒤의 내용도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죠.

이러한 것들을 미루어 보았을 때,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 받은 감정을 마음 속에 새기면서 이를 마음 속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편의상 화자 마음 속 세계를 내부세계, 화자와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있는 공간을 외부세계라고 부르겠습니다.

絵画みたいな
그림 같은
陽だまりが ただ静かに揺れて
볕드는 곳이 그저 조용히 흔들리고
2人きりの美術室の
단둘뿐인 미술실의
時間だけが進む
시간만 지나가

화자가 있는 외부세계의 진행상황입니다.

ねぇ、絵空事みたいな
있잖아, 거짓말 같은 소원이
願いがもしも叶うなら
만약 이뤄진다면
今だけ手を繋いで
지금만 손을 잡고
そのまま溶け合うように
그대로 녹아버리듯이

絵空事는 거짓말이라는 뜻을 갖고 있지만 상상화라는 뜻도 갖고 있습니다. 중의적인 의미에서 絵空事라는 표현을 썼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주관적인 인상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을 사실화가 아니라 상상화, 또는 추상화라고 하는 게 맞겠지요. '거짓말 같은 소원'은 사랑하는 사람을 알고 싶은 욕구를 비유한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가고 함께 있고 싶다고 표현합니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서는 적극적 사랑의 증거 중 하나로 지식을 듭니다. 적극적으로 사랑하려면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단순히 아는 것에서 나아가 심도 깊게 이해로 이르러야 한다고 본 겁니다. 「印相」속 이 부분에서 화자의 사랑이 적극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赤、青、黄色、白
빨강, 파랑, 노랑, 하양
知りたいよあなたの
알고 싶어 당신의
色彩をすべて
색채를 전부
笑顔のあたたかさ
웃는 얼굴의 따뜻함
透明な涙
투명한 눈물
隠し持った弱さも全部
숨겨진 약함도 전부

빨강 파랑 노랑 하양은 색의 삼원색에 해당되는 질료입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색의 삼원색은 마젠타, 시안, 노랑입니다. 하지만 운율과 대중적인 색상 이미지를 고려하여 빨강 파랑 노랑이라고 표현했고, 색의 삼원색을 섞으면 검정이 되어서 명암을 조절하기 위해 색의 삼원색에다가 하양을 추가했다고 생각합니다.

작중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이해하고 질료들을 이용하여 마음 속 도화지에 채색을 합니다. 

橙、藍、緑、紫の彩り
주황, 남색, 녹색, 보라색을 색칠하고
あふれだす光
넘쳐흐르는 빛

넘쳐흐르는 빛에 대한 해석은 여러가지로 갈립니다.

1. 완성된 그림이 아름답고 훌륭해서 빛이 넘쳐흐른다고 표현.

2. 과학적으로 보았을 때 색깔은 물체의 표면에 파장이 다른 빛이 반사된 것을 시각적으로 감지한 결과.

3. 빛은 진리, 이데아, 순수이성 등을 비유한 표현, 인상을 받는 과정이 형이상학적 진리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은유.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제가 생각한 해석은 이렇습니다.

混ざり合うように
섞이듯이
確かめるように
확인하듯이
あなたのこと描くよ
당신을 그릴 거에요

1절만 놓고 보면 이렇습니다.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첫인상을 비롯하여 함께하는 과정에서 알아낸 모든 것들을 이해한다. 이 과정을 마음 속 도화지에 채색하면서 그림 그리는 것으로 비유하고 있다.

2절도 후렴구가 나오지만 2절에 나오는 후렴구는 1절과 해석이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鮮やかな夕焼けに
"선명한 노을에
世界がみんな
세계가 모두
塗りつぶされてしまったみたいに
칠을 망쳐버린 것 처럼
朱く染まるから
붉게 물들기 때문에
あと少しだけ
조금만 더 앞으로
あなたの近くまで———"
당신 근처까지---"

외부세계의 화자는 곧 있으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함께 있고싶어 합니다.

내부세계의 화자는 조금 다릅니다. 노을은 모든 색깔이 섞인 시간대이며 일본 전통적으로는 인간계과 신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시간대입니다. 내부세계와 외부세계의 경계가 흐려지고 사라져가는 시간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화자는 외부세계의 객관적인 인식이 내부세계의 주관적인 인상을 망쳐놓을 위기에 쳐했기 때문에 불안에 떱니다.

絵画みたいな
그림 같은
黄昏の街切なくなって
황혼의 거리 쓸쓸하게 되어

그러기 때문에 쓸쓸한 황혼의 거리를 그림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1절에 나오는 絵空事에 대응하지만 여기서의 그림은 사실화라고 생각합니다.

あなたを思い出したことを
당신을 떠올린 것을
伝えたくなったんだ
전하고 싶었어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인상을 그렸으니 이제 상대에게 자기 자신에 대해 전해주고자 합니다.

ねえ、あなたとわたしは
있잖아, 당신과 나는
きっと全部分かりあえなくて
분명 전부 알 수 없어서

사람은 고독한 존재입니다. 자기 자신의 감정, 고뇌, 슬픔, 불행을 타인과 공유할 수 없으며 공유하고자 한다고 해도 타인은 결코 그것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것들을 해소하려고 해도 결국은 수포로 돌아가고 다시 불안에 빠지게 되죠. 불교의 색즉시공이나 하이데거가 말한 실존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それでも分かちあいたくて
소레데모 와카치아이타쿠테
그래도 나누고 싶어서
触れようと手を伸ばして
후레요오토 테오 노바시테
만지려고 손을 뻗어

그럼에도 화자는 좌절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과 감정을 나누고 싶어 합니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순환논법이긴 하지만 사랑 자체가 논리와 이성의 영역이 아니니까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赤、青、黄色、白
아카 아오 키이로 시로
빨강, 파랑, 노랑, 흰색
伝えたい私の
츠타에타이 와타시노
전하고 싶은 나의
色彩をすべて
시키사이오 스베테
색채를 전부
好きな物や事
스키나 모노야 코토
좋아하는 물건이나 일
小さな秘密
치이사나 히미츠
자그마한 비밀
あなたに恋してることも
아나타니 코이시테루 코토모
당신에게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후렴구에 해당되지만 1절과 내용이 조금 다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에 대한 걸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1절에서는 겉으로만 드러나는 감정표현을 질료로 삼아서 그림을 그린다면, 2절에서는 겉으로는 드러날 수 없는 경험과 감정들을 인상의 질료로 삼으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橙、藍、緑、紫の彩り
주황, 남색, 녹색, 보라색을 색칠하고
あふれだす光
넘쳐나는 빛
混ざりあうように
섞이듯 섞이도록
確かめるように
확인하도록
あなたのこと、描くよ
당신을, 그릴 거예요

여기까지 놓고보면 2절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모종의 사유로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과 잠시 헤어지거나, 세간의 인식 때문에 위기감을 느낀다.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코 닿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속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된다. 화자의 인상과 사랑하는 사람의 인상이 서로 섞이면서 세계를 구성한다.


결론

미술사의 지대한 영향을 끼친 화풍이 있다면 인상주의를 들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영웅설화, 신화나 사실적인 인물화 등 무엇을 그리는데 치중한 기존의 화풍에 반기를 들고, 어떻게 그리는데에 치중하여 화가가 보고 느낀 그대로의 인상을 그림으로 표현한 화풍입니다. 인상주의의 거장 클로드 모네는 “내게 풍경은 매 순간 그 모습이 바뀌기 때문에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대상의 주위에 있는 빛과 공기는 끊임없이 변한다. 내게 진정한 가치로 다가오는 것은 오직 그 주변 분위기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인상주의 그림에서 중요한 건 화가가 본 그대로의 이미지입니다.

이 노래는 세계를 인식하는 과정을 인상으로 파악했으며, 이 인상이 일어나는 과정을 표현했습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마음 속 그림 그리기로 비유했죠. 이 과정은 상대도 마찬가지로 일어납니다. 두 사람의 인상이 세계를 구성한다는 면에서 이 노래는 매우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사를 쓴 작사가는 어떤 의도로 이런 가사를 썼을까요? 단지 아무 생각 없이 적었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제가 「印相」에서 받은 인상은 매우 강렬했으며, 개인적으로 대중예술로는 드물게 진리의 영역을 다룬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제 인상대로 솔직하게 썼기 때문에 무수한 오류들이 산재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은 이 노래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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