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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애주가]를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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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26, 2018 02:54에 작성됨.

한줄평: 불쑥 솟아오르지도, 깊이 스며들지도 않는, 그저 넘어갈 뿐인.

 

이 글을 이분법으로 평해달라면 분명 잘 썼다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카에데 ss 중에서 이글을 먼저 떠올리거나 남에게 추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ss를 가르는 기준 중 하나는 서사 중심캐릭터 중심이다.

전자를 표현하자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진실이 뭘까?’라는 의문을 독자에게 던져서 끌고온다면

후자는 서사는 포기하고 캐릭터에 집중한다. 문장 한 줄로 쓸 수도 있고 참 별것도 아닌 거 같은 플롯을 가지고 그 안에서 캐릭터의 언행이 어떤가를 조명한다. 독자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단순화된 플롯 속에서 오직 캐릭터 몇 명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이 글은 후자에 속한다. 그리고 부족하다.

플롯은 단순하다. ‘카에데가 술집에 가서 술을 먹었다는 걸 말하고 프로듀서에게 조치를 받았다.’ 그 중 핵심은 역시 술집에서 술을 먹었다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글을 보고 카에데가 먹었다는 인상이 남질 않는다.

단지 맛이 완벽하다 조화가 완벽하다. 맛있다. 아름답다, 황홀하다. 이런 표현으로 글은 구성되어있다. 그런데 사실 술안주 먹으면서 이 정도의 표현을 할거면 미즈키나 미유를 데려다 놓아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다른 음식을 가져다놓아도 할 수 있다. ‘맛있다라고 표현하는 가능한 음식은 많으니까.

일단, 캐릭터 그 자체를 조명하는 글은 캐릭터를 빼면 별거 없는 글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어느 것보다 섬세해야한다. 단지 섬세하고 세세하게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 캐릭터만이 가능한 심상을 보여주어야한다. 예를 들자면, 미치루(성년)가 맛있는 맥주를 먹었다고 하면 빵을 떠올리고 빗댈 것이다. 케이트가 그런다면 영국에서 먹은 맥주랑 비교할 것이다. 이처럼, 같은 상황에서도 각자의 캐릭터성에 따라 태도와 심상의 표현방식은 다르게 나온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그런 특징이 부족하다. 카에데만 가능한 게 뭘까?

애주가 특성을 가진 아이돌이 데레마스에 카에데뿐은 아니다. 그러나 카에데는 단순한 애주가에서 끝나지않는다. 온천을 좋아하고 술 중에서도 일본주와 맥주를 좋아한다. 다쟈레를 좋아하기도 한다. 카에데라면 이런 점을 살려서 맛을 표현하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과의 여행이 아니라 온천여행에 빗댄다든가. 다른 곳에서 맛있는 맥주를 먹었던 기억이 문득 떠올라 비교해본다든가.

맛에 대한 표현 자체가 너무 상투적이고 누구나 가능한 표현들이기에 이것이 카에데가 하는 건가라는 느낌을 받기어렵다. 

카에데만이 가능한, 카에데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올법한 표현이 무엇인지 좀 더 고민해보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캐릭터성을 떠나 맛에 대한 묘사자체도 좀 실망스럽다.

일단, 맛은 혀만을 사용하는 경험이 아니다. 시각, 후각, 청각, 촉각(식감과 온도)까지 동원되고 심지어는 먹는 순간의 외부적 상황과 내부적 심리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더운날먹는 아이스크림과 추운날 먹는 아이스크림은 다르고 3일 굶고먹는 라면 한 그릇과 방금 막 식사 후에 먹는 뷔페 한 상은 다르다. 이 글은 공감각적으로 맛을 묘사하는 것이 부족하다.

 

특히 이런 부족함이 드러나는 게 바로 술집에 들어가는 부분이다. 카에데에게 이 술집은 처음가본 곳이고 그냥 나갈까라고 생각되는 순간에 양파구이 하나가 생각을 바꿨다. ?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는데 양파구이가 그런 역할을 해줬을까? 글에서는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그저 결과만 남은 기분이다. 뒤의 글에서 양파구이가 맛있다고 칭찬해주지않았는가라고 반론한다면, 틀렸다라고 해주고싶다. 카에데는 선술집에 들어간 순간 양파구이를 먹어본 직간접적 경험이 없었다. 맛이 이외의 요소가 카에데를 잡아당긴 것이다. 그것도 망설임이라는 부정적 생각을 바꾸었다. 이 순간에 가장 중요하게 부각된 건 양파구이, 그중에서도 맛 이외의 무언가지만 글은 그걸 부각은커녕 설명해줄 생각도 없이 넘어간다.

 

맥주를 마실때도 차가움이나 목을 타고넘어가는 느낌 등으로 좀 더 풍부하게 살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입 안에서 양파와 소금의 하모니가 공연 되는 동안 공간 그 자체를 장악 해 버린 것만 같은 비법 소스 인 듯한 것의 향기]

양파와 소금의 조화는 어느 정도 잘 설명했다지만, 비법소스인듯한 것의 향기란 말은 사실 먹고나서 당사자가 추론해본 것이다. 소스 그 자체의 향이라고 볼 순 없다. 오히려 비법소스라함은 양파구이의 대단한 특징일 것이고, 그만큼 이걸 부각시켰어야 할텐데 그러지못했다.

 

몇몇 부분들은 읽다보면 맛에 대한 묘사가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먹는 동안 느껴질 맛이 아니라 먹고나서 생긴 결과에만 의존한다. ‘정신차리고 보니 이렇게 되있었습니다라는 전개로 넘어가버린다.

창작물에서 기와 결만 보여주고서 저런 식으로 넘어가진 않는다. 계속 강조하지만, 이 글은 맛과 캐릭터성에 대한 감흥이 없다면 정말 별 것 아닌 글이다. 즉 먹기의 전-과정-후 이 모든게 글의 핵심이다 

물론 당사자야 그렇게 느낄 수 있겠지만, 읽는 제 3자인 독자입장에서는 중간과정을 빼버린 만큼 그 맛에 대한 감흥을 온전히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창작물이 기와 결만 내놓으면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는 거랑 비슷한 이치다

 

결론적으로 (그래도 먹방글을 조금 쓴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이 글은 좋은 점을 가지고 쓰여졌지만, 결과물에서는 많은 아쉬움과 부족함이 보인다크게 고민할 것 없고 공감가능한 플롯, 글의 분위기와 흐름은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소재나 장소 선정에서 카에데스러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그 세세한 부분에서 캐릭터성을 살리지못하고 디테일이 부족해 허전한 인상이 남는다. 글이야 고민할 부분없이 술술 읽히지만, 다 읽고나서 크게 남는 인상이 없다. 그리고 그만큼 안타까움을 준다. 좀 더 신경을 썼다면, 풍부한 글이 될 수 있었는데 라는 아쉬움이 있기에 이 글을 고평가 할 수도 없지만, 어쨌든 이 글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게한 점에서 이 글을 못 썼다고 단언할 수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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