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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새로운 시도를 하려 했지만, 무리수가 많았던 이번 아오이 커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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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7, 2018 01:34에 작성됨.

이번 「나아가라! 신데렐라 로드」 이벤트의 아오이 커뮤 번역이 끝이 났으니, 대강의 후기를 적어보도록 하죠.

 


우선, 뚜껑을 막 열었을 때의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1화 번역 후의 후기에서도 적었지만, 기존 모바마스 이벤트 커뮤의 플롯을 그대로 가지고 왔다고 판단이 되었거든요.
물론, 외국인인 우리로서는 모바마스를 직접 접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모바마스에서 나왔던 이야기를 데레스테에서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할 여지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커뮤가 '새로 추가'된다고 한다면, 당연하게도

 

"오리지널 스토리 플롯이 추가되겠구나"

+

("아오이가 새로운 아이들과 친해지겠구나"

or

"기존에 뭉쳤던 유닛과 좀 더 색다른 일을 하며 동료들의 또다른 일면을 알아가겠구나")

 

하고 예상을 할 테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커뮤의 주제 선정은 카드를 선정한 운영진 측이나 커뮤 작가 측의 '성의 없음'으로 비쳐졌습니다.
무작정 커뮤 작가 탓만 할 순 없겠죠. 이미 아이돌 챌린지 이벤트 커뮤가 있는 카드를 데레스테 보상으로 가져온 이상, 플롯이 기존의 스토리에서 많이 떨어지게 만들긴 어려웠을 테니까요.
그러니 앞으로는 이벤트 보상을 내놓을 때 오리지널 카드를 새로 만들진 못하더라도, 아이돌 챌린지 또는 아이돌 프로듀스 보상 카드였던 건 피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첫인상은 이랬고, 이제 "재탕"이라는 문제는 배제하고 이야기를 이어가 보죠.
우선은, 이벤트가 시작되기 전에 저는 이벤트 커뮤에서 "성우의 유무를 막론하고 모든 아이돌들이 기회를 얻었으면" 하고 바랬습니다
그 이유는 "그러지 않으면 유성우 아이돌과 무성우 아이돌 간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기 때문"이었죠.
다행히도 이번 커뮤에서는 무성우 아이돌 뿐 아니라, 유우키, 에미, 스즈호, 아야메, 타마미, 슈사에 등의 많은 유성우 아이돌들이 얼굴을 내비쳤습니다.
대신 유성우 아이돌이라고 해서 보이스가 따로 나오지는 않았죠. 성우 기용 문제, 유성우 아이돌만 말하면 어색해지는 문제 등, 이유는 다양할 겁니다.

 


그리고 이번 커뮤는, 사실 나름대로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단역들이 엄청 많았거든요.
이는 기존의 악곡 이벤트 커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보통 아이돌 5명, 여기서 더해봐야 치히로랑 트레이너 정도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무성우 아이돌을 홀대한다고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이벤트 커뮤에서 풀 보이스를 지향하는 상황에서, 잠깐 등장하고 말 단역 몇 명 더 추가하려면 그만큼 성우들을 더 불러야 하니까요.
그러니 일단 등장하면 적어도 조연 수준의 비중은 두어야지, 엑스트라를 많이 만드는 커뮤 구성은 어려웠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커뮤는 무성우 아이돌이 등장하는 커뮤고, 따라서 성우 문제로부터 자유롭죠. 그래서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일 테죠.
(물론 실상은 무성우 아이돌이 유성우의 1.5배인 반면 커뮤를 받을 기회는 실질적으로 절반도 안 되니 어떻게든 형평성을 꾀하려고 그런 걸 지도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그렇게 새로운 시도를 한 것까진 좋은데, 그게 너무 과했어요.
많은 아이돌들을 커뮤에 등장시키는 데만 초점을 둬서, 인물 간 관계나 감정 묘사가 너무 빈약했단 말이죠.
단적인 예로 2화가 있죠. 딸랑 자기 소개만 하고 커뮤가 끝나는 거 보고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물론 이렇게 짧게짧게 전개되는 패턴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닙니다. 이것도 잘 구성하면 좋은 장면 하나로 기능할 수 있어요.
가령, 4화에서 아오이는 슈사에가 공을 가지고 노는 것을 보고 어떤 장기를 선보일지 답을 찾습니다.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이야기로서도 나름 나쁘지 않은 한 장면이죠.
하지만, 제가 이 부분이 불만일 수밖에 없는 게, 이런 식으로 5화 중 3화를 날로 먹었거든요.
게다가 기존의 악곡 이벤트 커뮤랑 달리, 한 화 한 화가 정말 짧습니다. 제가 날로 먹는다고 말하는 2~4화의 각 화는 거의 에피소드 커뮤 하나 수준이예요.
이러다보니, 같이 방송에 참여하는 멤버인 카코, 야스하, 유우키와의 관계 묘사는 제대로 그려졌겠어요? 역시 메모리얼 커뮤 하나 수준인 1, 5화에서 이들과 함께하는 이야기를 모두 그려내야 하는데...
덕분에 주변 인물 묘사는 카코의 피자 돌리기 정도를 제외하면, 그저 "고생했어요!", "잘 했어요!"를 외치는 역할 정도로밖에 안 나타나게 되었죠.

 


그러니까, 제가 생각했을 때 이 커뮤는

 

* 지금의 2~4화 내용을 2화 하나에 전부 몰아넣고 (솔직히 이 정도 돼야 기존 이벤트 커뮤 1편 정도의 길이가 됩니다)
* 본격적인 연습 및 방송에서 그 동안의 성과를 보여주는 편인 5화를 3~5화로 분할해서, 카코 등 3명과의 관계를 더 진하게

 

우려냈어야 했어요.
가령, 3~4화에서는 각자 자신의 장기를 연습하는 모습과 함께, 자신이 막히는 부분을 서로 상담하고 해결해 주는 묘사를 하는 거죠.
더 나누어서 보면, 3화에서는 레슨 룸에서 각자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4화에서는 더 강도 높은 훈련이 필요하겠다는 4명의 합의에 따라, 카코가 프로듀서에게 합숙 훈련을 제안하여 실제로 훈련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그려낸다든지...
그리고 5화에서 방송 당일에 실제로 관중 및 시청자 앞에서 묘기를 선보이는 모습, 그리고 그 후일담을 그려내되, 지금처럼 단순히 "잘 해내었다"로 끝낼 것이 아니라

 

* 무대에 들어서기 직전의 긴장된 마음, 이에 대해 서로 격려해 주는 모습.
* 무대에 서서 실제로 장기를 선보이는 모습. (이 때 순간적으로 발생한 실수와, 이에 대처하는 방식 묘사도 있으면 더 좋을 듯)
* 일이 완전히 끝난 뒤의 뒤풀이. 이 때, 서로의 묘기에 대해 "잘했다" 정도가 아니라 좀 더 소상하게 평가해 주는 모습이 포함

 

되었다면 좋았을 테죠.

 

 

 

저는 이벤트 커뮤 작가 분들이 인물 간 관계 묘사, 그리고 갈등에 대한 묘사에 자신없어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령, 지난 10월 말에 나왔던 할로윈 코드 커뮤에선 다른 이들의 고민 상담을 하면서 '자기도 할로윈 의상을 입어보고 싶지만 나나랑 미쿠에게 실례가 될까봐 그 마음을 꾹꾹 숨기고 있는' 유우키의 풋풋한 내적 갈등을 보여주고 있죠.
이런 모습이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중학교 1학년 정도 되는 아이에게 충분히 들 수 있는 생각이잖아요.
제가 작가였다면 상투적으로 고민 상담하는 모습'만' 그렸을 것 같은데, 실제의 작가는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어린 유우키의 마음을 표현함으로써 새로운 개성 하나를 만들어낸 거예요.
이렇듯 커뮤를 쓰는 분들은, 충분히 캐릭터에게 개성을 부여하고, 친구를 만들어 줄 능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왜 이번 이벤트에선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요?
어째서 커뮤의 길이는 지나치게 짧고, 내용 전개는 지나치게 상투적이었으며, 인물 간 관계 묘사는 있는 둥 마는 둥이었을까요?
대충 커뮤에 수많은 단역들을 집어넣으면 그들이 모두 아오이의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요?

 

만일 그렇게 생각했다면, 어째서 현재 후미아리나 LiPPS와 같은 조합이 소위 "갓흥조합"이라고 찬양받는 지를 떠올려 주세요.
후미카와 아리스가 단순히 단역으로 잠깐 지나가는 정도로만 접점이 있었다면,
또는 LiPPS의 다섯 멤버들이 이번 아오이 커뮤의 4명처럼 단순히 "넌 잘 할 수 있을 거야!", "잘 했어!" 하고 격려만 하는 관계에 그쳤다면...
과연 이 조합이 "갓흥조합"이라고 추앙받을 수 있었을까요?
사실 이들에 대한 커뮤를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히 나름의 갈등이 있었을 것이고, 교우 관계를 더 깊이 쌓아나갈 수 있는 기회들도 다양하게 가졌을 겁니다.
커뮤를 쓰시는 분들은 이런 점을 분명히 기억해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유성우P 분들 못지 않게, 아니 어쩌면 유성우P 분들보다 더욱, 무성우P들은 자신의 담당 아이돌이 Best Friend를 하나하나 만들어갔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라고 있으니까요.

 


이번 커뮤는, 첫 무성우 커뮤 이벤트이기도 했으니 아직 과도기 단계에 있어서 갈팡질팡하느라 그렇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개선된 모습의 무성우 커뮤를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만일 앞으로도 이 상태 그대로라면... 그 때는 정말로 데레스테에서의 반남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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