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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루의 복잡한 매력

댓글: 4 / 조회: 2139 / 추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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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23, 2017 22:49에 작성됨.

오오하라 미치루의 프로듀서가 쓰는 개인적 고찰입니다. 비판적으로 수용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저를 못 믿습니다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producer&wr_id=41580

이 링크를 참조하시며 읽으시면 더욱좋습니다

오오하라 미치루, 신데마스에 등장하는 빵순이 아이돌로 잘.....은 아니고 그냥 그렇게 알려져있습니다. 하지만, 인기가 없지요. 유저들에게 그만큼 어필을 못 했다는 것인데... 그 이유 중 하나가, '거의 결점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아닐까 싶습니다. 캐릭터라는 흔히 어딘가 인간적으로 약간의 결점이 있는 것이 오히려 공감대를 형성하고 매력을 만들어내죠. 하지만 미치루는 그게 없어 보인다 이 말입니다.

 

미치루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빵을 뺏으면 죽는다... 라는 언행은 별로 없습니다

 

피곤하시다면 특제응원용 빵을 나누어드릴게요! 많이 먹고 배가 부르게되면 모두 웃을 수 있을테니까요!

함께 빵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좀 더 앞으로도 행복할거야.

후고후고! 빵 휴식 시간입니다! ○○ 프로듀서도 함께하는 게 어떠신가요?

간식 빵, 모두의 몫도 준비해왔으니까

생일에 빵이 빠질 수 없죠, 후고후고후고…아, 함께 먹죠!

가볍고 푹신한 스펀지 식감…최고입니다!자, 함께 다 먹어 치워버리죠!

풀장에 걸터앉아 다 같이 먹는 빵은 더 맛있네요!

사실 이제, 우주에서 가장 맛있는 빵이 무엇인지는 알아요. 그것은...○○ 씨와 같이 먹는 빵!

저 혼자 먹는 것보다 ○○ 프로듀서와 같이 먹는 게 제일 맛있네요!

이 행복, 모두와 함께 맛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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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면 무지 많습니다.

미치루의 여러 언행을 보면 빵은 행복, 더 나아가 세계라고 하기도하죠. 이런 점을 고민하면, 미치루가 빵을 나누어준다는 건 상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또는 자신과 상대의 세계를 공유하는 행동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미치루는 아이돌 이전에 이미 빵집 아가씨를 꿈꾸었지요. 아이돌이 되기전에도 나름대로 사람들에게 빵=행복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아이돌의 근본적 역할이자 당연한 마음가짐. '행복을 모두에게 나누어주고싶다' 이런 점이 미치루에게는 이미 거의 완성되어있었던 거죠.

 

아이돌의 측면이 아니라, 개인적 성격면에서도 '사람인가'싶을 정도로 착합니다.

 

미치루는 분명히 집안일을 돕느라 동아리 경험을 하지못했다. 학창시절 내내.... 미치루는 대략 중3...그리고 중3인 시점에 제빵을 능숙하게 해낼 줄 압니다. 어디서 배웠을까. 집에서겠죠. 일하면서

일하면서 배웠는지 아니면 남몰래 독학했는지는 알수없지만, 아이돌을 해낼 정도의 몸을 가꾸면서 제빵 작업을 해내는 건 간단히말해서 '불가능'입니다. 가능하다 하더라도, 중노동임은 분명하죠. 자영업, 그것도 중노동에 속하는 빵집의 일을 초등학생 때부터 도와준다라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치루는 불평없이 단지 '그냥 부러웠다'로 자신의 어린시절을 축약합니다.

실수도 많고, 무엇하나 신뢰하기 어려운 나이에 집안 가업을 돕고, 제빵일을 중학교 이전부터 해온 아이. 그리고 정작 자기가 하고싶었던 일(빵집 아가씨)는 해보지도 못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구김살은 커녕 아이돌로서 거진 완성된 마음가짐을 가졌죠.

부모님 영향은 어쩔지 몰라도...현실적으로 볼때, 무결점에 가까운 대인배입니다. 보는 대부분의 사람도 '약간 개그스럽지만 착한 아이'로 받아들이게 되지요.

 

빵에 대한 상당한 집착적 호감, 프로듀스 이전에 아이돌로서 거의 완성된 마인드, 개인적 성품으로도 충분히 대인배

 

때문에 사람으로서 공감대를 누리거나, 보호본능을 이끌긴 어렵습니다.

 

근데, 제가 말했죠? '결점이 없어보인다'라고.

 

미치루는 진지하게 파보자면, 결점이 없는 아이가 아니라 긍정적으로 뒤틀린 아이일지도 모릅니다

 

먼저 아까 위에서 말했다시피 동아리 경험이 없지요. 허나, 동아리 활동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면 어느정도는 또래아이들과 유리된 시절을 보냈을 것입니다. 가게에 앉아 보이는 거라곤 손님과 부모님 그리고 빵. 이것이 미치루 안에서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세계의 전부입니다. 미치루는 빵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환경적으로는 '좋아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부모님은 언제나 놀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손님은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죠. 결국 무한정으로, 원하는 시간에, 깊은 교류가 가능한 건
'빵'뿐입니다. 미치루는 해피니스 카드 이벤트에서 빵은 세계 그 자체인 것으로 여기는 대사를 합니다. 이를 거꾸로 보면 미치루에게 세상이란 빵이 전부라고 볼 수도 있지요.

 

그리고 미치루와 연결되는 사람은 빵으로서 만나고 헤어집니다. 빵을 만드는 사람들, 빵을 먹는 사람들, 빵을 사는 사람들....

미치루가 보는 사람은 무엇일까. 아마도 대부분은 행복했을 겁니다. 맛있는 빵을 사먹어서 행복하고, 부모님은 그걸 팔아서, 또는 미치루가 도와주는게 고마워서 행복하게 웃었겠지요. 빵이란 행복이다. 이런 마인드는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너무 무리수 아니냐 할지도 모르지만, 미치루는 적어도 초등학생 시절부터 빵집에 쭉- 틀어박혀있었습니다. 자아정체성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기 전반은 빵집 안에서만 보낸거죠.

 

미치루에게 빵이란, 유일하게 자신 이외의 세상이자,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창문이었던 겁니다. 많은 것들을 빵에 비유하고 느끼는 미치루의 기묘한 언행의 원인도 이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냥 문자 그대로 '미치루 안에는 빵 이외의 무언가'가 없는겁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과의 제대로된 교류는 못해봤지요.

 

미치루의  스카웃 커뮤를 보면 기존의 미치루와는 다르면서 동시에 사람으로서도 뭔가 이상합니다.

자신의 빵을 나누어주지않겠다. 라는 발언. 위에서 보여준 미치루의 모습과는 다르죠.

그리고 모르는 사람은 안 되지만, 명함은 괜찮아. 개그적인 연출입니다만, 위에서 본 해석으로 쭉 내려보면...미치루는 제대로 된, 모르는 사람과의 직접적 교류가 이번이 처음일지도 모릅니다.

가게 안의 점원과 손님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만나는 것은 어느정도 정형화되어있고, 안전함을 보장하는 만남입니다.

적어도 명함을 받고, 스카웃하겠다~라는 느낌의 교류와는 동떨어져있지요.

미치루는 대부분의 시간을 가게에서 보냈다라고 하면, 사람과의 교류에 대한 실질적 교류는 적고 부모님이 말하는, 어린이에 대한 당부나 이론적 지식만이 축적되어있을 겁니다.

 

거기다가, 음식을 받아도,
모르는 사람은 따라가면 안 된다고,
배웠습니다.

......응? 그래도, 명함을 받았으니까 괜찮을지도?
괜찮으니까! 그렇구나! 괜찮아!

 

그러니까 이런 반응이 가능하죠.

[모르는 사람이지만, 명함을 받았으니 안 모르는 사람.]

나이에 비해서 유아적 형태를 벗어나지못하는 대응법입니다.

 

미치루의 카드 대사를 보면 1번째 노말카드나 커뮤에서는 빵을 주지않겠다, 빵을 더 먹을 수 있는가? 라는 식의 이기적 행태를 보입니다.

어쩌면 모순이고 이상합니다. 행복을 나누어준다는 말에는 확실히 이끌립니다. 그러나 빵을 나누어주지는 않겠다. 미치루에겐 빵이 행복이 아닌가?

역시 어린 생각입니다. 물질적 이득은 남겨두면서도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 어린아이에게서 종종 볼 수 있지요.

그러나 도이치 카드를 보면 자신의 빵을 프로듀서에게 나누어주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빵=행복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나누어줄 수 있게됩니다.

그 이후로는 개인적으로 선물하기도하고, 프로듀서를 자신의 공간 '오오하라 베이커리'에 들이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미치루는 기묘하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뒤틀린 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타인과의 교류 없이 빵집 안에서만 그 정체성이 돌았기에 유아적이고 이기적이며 이타적인...많이 모순된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빵을 나누어주고, 직접 만들어주고 싶다고 하고, 그리고는 세상을 비로소 자신만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다시 자신의 원점과 만나게되지요. 링크에 나온 것처럼 새로운 한 획이자 새로운 시작입니다. 빵집을 걸어나가 아이돌이 되고, 세상을 보고, 사람을 보고, 다시 자신의 빵집으로 되돌아옵니다. 마치 한 명의 우상(아이돌)이 여정을 끝내고 더 성숙한 자신으로서 자신의 집에 돌아오는 것처럼.

 

미치루가 아이돌을 하는 과정은 스스로를 가둬두었던 빵집의 문을 열고 세상과 마주치고 성장해가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미치루의 이런 이야기는 난해하고 얄팍합니다. 빵이라는 키워드가 얼마나 그 안에서 중요한 것인지 의미를 곱씹지않으면 생각하기도 어렵고, 대사의 흐름과 변화를 모두 따라가지않으면 발견하기 힘듭니다.

 

카렌이나 후미카처럼 극적이며 압축적인 변화의 명언이 존재하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미치루는 너무 난해했습니다. 소셜카드게임, 등장인물만 180여명이 넘어가는 캐릭터게임에서 이렇게까지'고찰'이 요구되는 캐릭터는 당연히 무시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당시 데뷔 동기는 '사기사와 후미카' 비주얼적으로도 인간적으로 공감하거나 보호하고싶은 점이 확연히 드러나는 아이입니다.

결국 미치루는 실제 캐릭터성을 제작진이 한눈에 알기쉽게 극적으로 드러내는데 실패했다는 점에서 어필하는데 실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야야야...저도 머릿속에 있는 걸 쓰다 보니 많이 횡설수설 했네요.....

 

모쪼록 여러분들이 미치루에 대해 한 번이라도 재고하시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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