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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익의 아리아》 커뮤 리뷰 : 『아스카와 엘사, 닮은 꼴의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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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30, 2017 16:32에 작성됨.

짧지만 길었던 쌍익의 아리아 이벤트가 끝이 나고, 이제 슬슬 후미카 이벤트가 시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나간 쌍익의 아리아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저는 굉장히 높게 평가하는 편입니다. 실제로 아스카와 란코의 나이대에 있을 법한 갈등과 해결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스카의 독백을 통해 드러난 내면의 아픔을 볼 때는 꽤 감정이입을 해서 눈물도 흘렸습니다.

 

그러면서 떠오른 것이, 아스카가 겪었던 아픔과 그 해결 과정이 겨울왕국의 엘사가 겪은 것과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트위터에 대충 풀었던 썰을 좀 정리해서 풀어보겠습니다

 

=====

 

1. 문제 발생 : 세상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못함

 

- 엘사 side

엘사는 얼음 마법을 쓸 수 있었고 어릴 때까지만 해도 이것이 족쇄로 작용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마법 때문에 동생이 다치게 된 후, 모든 것이 뒤바뀝니다. 엘사의 능력은 드러나서는 안 되는 것이 되어버렸죠.

13년이 지나 결국 사단이 벌어집니다. 각국의 대사들과 아렌델 시민들이 있는 앞에서 마법을 통제하지 못하고 모든 사실이 드러나 버린 겁니다. 스스로도 놀란 엘사를 향해 위즐튼의 백작은 소리칩니다.

“괴물이다! 괴물이야!”

그 말에 시민들이 술렁입니다. 결국 엘사는 세상으로부터, 심지어 자신의 시민들로부터도 받아들여지지 못하게 됩니다.

 

- 아스카 side

프로듀스 첫 대사부터 아스카는 말합니다. “너는 지금 『이 녀석은 아파오는 녀석이군』이라고 생각했겠지. 정답이야.”라고요.(이는 데레스테 레어 카드도 동일합니다.)

이외에도 “학교와 집 이외의 장소를 찾고 싶은 거야. 나는. 알 거 같아?”, “너는 내게 바깥세상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고 기대되어서. 제멋대로일까.” 같은 대사를 보면 아스카가 스스로를 소외된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그것이 아스카를 중2병으로 이끈 것인지, 중2병 때문에 그렇게 받아들여진 건지의 선후관계는 불명확하지만 말이죠.

 

2. 미봉책 : 도피, 스스로를 가둠

 

- 엘사 side

결국 엘사는 도피를 택합니다. 나중에 FFTF Reprise. 직전의 장면에서 드러나는 바에 따르면 ‘도망치면 상처입을 필요도, 상처 입힐 필요도 없다’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이 명장면 Let It Go 씬인데, 흔히 이 장면을 ‘더 이상 세상의 시선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는 엘사’로 보는 것이 보편적 해석이고, 이것이 Let It Go의 흥행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극중의 상황을 대입하여 살펴보면, 이 장면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합니다.

엘사는 ‘얼음성’을 만들고 그 안에서 살아가기로 다짐합니다. 나중에 안나가 데리러 왔을 때도 엘사는 ‘나에겐 여기가 어울려’라고 말하며 나가기를 거부하죠. 즉 엘사는 ‘스스로를 세상에서 격리’해버린 것입니다. 이것이 엘사가 택한 해결책이었습니다.

 

- 아스카 side

아스카 역시 같습니다. 란코와 격하게 다툰 후 나오는 독백씬에서 아스카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흥미있는 것은 나뿐이야. 나 자신의 손이 닿는 반경 1미터만 괜찮다면 그걸로 좋은 거야.”

1에서 나타난 소외의 결과로 아스카는 스스로의 세계를 ‘나 자신의 반경 1미터’로 한정해버렸습니다. 인간관계를 맺더라도 서로 표면적으로 이해하는 정도면 족하다고 생각했단 것이 란코와의 다툼에서 드러납니다. 나만의 세상이 괜찮다면 그 밖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상관없다는 것입니다.

사춘기에 충분히 느낄법한 고민과 소외감이 스스로를 가두는 쪽으로 표출되어 버린 겁니다. 이것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는지 아스카는 아이돌이 되고 해당 커뮤가 있는 시점까지 이 태도를 유지합니다. (피어라 Jewel 커뮤나 시키 커뮤, 아스카 개인 커뮤, 리틀 리들 커뮤 등에서 나타나는 아스카의 태도와 다소 괴리가 있습니다만, 저는 이 커뮤가 아스카 등장 커뮤 중 시점 상 가장 이르거나, 아예 각 커뮤가 평행세계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받아들이는 중입니다. 아니면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아스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 마음가짐을 풀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3.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인한 갈등 재발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봉책일 뿐이었고, 결국 갈등은 다시 터지게 됩니다.

 

- 엘사 side

도망친 엘사를 찾아 동생 안나가 얼음성으로 옵니다. 그리고 ‘함께 돌아가자’라고 이야기하죠. 하지만 엘사는 자신을 가까이 하면 위험하다며 이를 거절합니다. 이에 안나가 괜찮아질 것이라 말하자 엘사는 안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대체 어떻게? 네게 날 멈추게 할 힘이 있어?”

결국 자매 간의 갈등은 최악의 상황으로 번집니다. 안나가 심장에 마법을 맞은 것입니다. 그 상황에서 등을 돌리고 있던 엘사는 이것을 바로 눈치채지 못했지만, 계속 자신을 설득하려는 안나를 크리스토프, 올라프와 세트로 쫓아내버립니다. 이렇게 갈등의 골은 깊어만집니다.

 

- 아스카 side

본격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내용입니다. 베테랑 트레이너와 프로듀서가 아스카와 란코의 본질적 소통 부재를 지적하고, 이에 아스카는 굉장히 격앙된 반응을 보입니다. 란코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아스카와 이야기를 해보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이미 자제심을 잃은 아스카의 “환상과 같은 네 말을 내가 이해하는 것보다, 네가 나를 이해하는 것이 빠르잖아!”라는 폭언입니다. 여기에 란코도 “너에게 이해받고 있다고 생각한 적 없어!”라고 받아치고(다만 란코의 카드 대사에서 나오는 독백을 보면, 이건 진심이 아닌 걸로 보입니다) 그 말이 꽤 충격이었던 것인지, 아스카는 란코에게서 등을 돌려버립니다.

 

4.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깨달음.

 

- 엘사 side

결국 한스가 병력을 끌고 와서 엘사를 지하 감옥으로 데려가고, 아렌델에서 한바탕 난리가 벌어집니다. 안나를 배신하고 아렌델의 왕좌를 차지할 욕심을 드러낸 한스는 여왕을 반역자로 선언하고(여왕이 어떻게 반역자가 될 수 있는지는 패스합시다) 즉결처형(!)을 명합니다. 그런 상황을 모르는 채 엘사는 그저 아렌델로부터 멀리 떠나기 위해 지하 감옥에서 도망칩니다. 하지만 엘사를 죽이기 위해 쫓아온 한스는 엘사에게 “당신 동생은 죽었어! 바로 당신 때문에!”라고 외칩니다. 이 말에 마음이 무너져버린 엘사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맙니다.

 

- 아스카 side

란코와 다툰 후 아스카는 (참으로 건전한) 방황을 계속합니다. 그리고 오락실에서도 쫓겨난 뒤, 자아성찰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깨닫게 됩니다.

“이해하고 싶어서 가까워지고, 상처받고, 상처 입히고. 이해하지 못해도 그대로 관계를 쌓아 울리는 것도 가능해. 다시 생각해보면, 몇 번이고 반복해 상처를 입혔어. 그저, 바보같이. 아아…… 그런가……. 고슴도치의 딜레마라는 녀석인가. 내 반경은 어느 샌가 넓어져 있었어…….”

자신의 세계는 어느새 넓어져있었고, 자신이 란코를 상처입혔음을 알게 된 것이죠. 커뮤니케이션의 분위기가 반전되는 시점이며 아스카의 정신적 성장이 시작되는 부분입니다.

 

5. 대화, 그리고 화해.

 

- 엘사 side

주저앉은 엘사를 향해 한스는 칼을 내리칩니다. 그러나 그 장면을 안나가 보고 있었고, 언니를 지키기 위해 안나는 칼 앞으로 뛰어듭니다. 때마침 안나의 심장에 박힌 마법은 끝내 안나를 집어삼킵니다. 한스는 튕겨나가고, 안나는 얼어붙고 맙니다.

그 모습을 본 엘사는 안나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립니다. 하지만 안나가 보여준 ‘진정한 사랑의 행동’ 덕분에 얼어붙었던 안나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엘사도 이 마법을 제어할 방법을 알게 되어 아렌델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립니다. 마침내 서로를 마주한 자매가 포옹을 하며, 사건은 일단락됩니다. 이 뒤에 아마 13년 동안 쌓였던 대화를 꽤 길게 나눴겠지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이런 대화가 오갑니다.

 

안나 “성문 여니까 좋다.”

엘사 “이제 다시는 닫지 않을 거야.”

 

자매는 드디어 화해를 했으며, 엘사는 마침내 마음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프로즌 피버, 올라프 어드벤처로 이어지는 좌충우돌 일상이 이어지죠. 갈등의 상처를 딛고 자매의 우애는 더욱 깊어졌고, 무엇도 두 사람을 가르지 못할 겁니다.

 

- 아스카 side

깨달음 뒤에 아스카는 이렇게 되뇌입니다.

“가야 해. 나는, 란코와 이야기 해야 해. 그리고, 프로듀서와도. 하늘도 울고 있나……. 훗. 울고 있는 건 이쪽인데, 어째서일까……. 우습군. 인생은 꼴사나운 것투성이야…….”

한편 란코도 아냐에게 조언을 받고 아스카와 대화를 하기 위해 나섭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엇갈리죠. 란코를 찾는 아스카에게, 아냐가 말해줍니다.

“란코의 말을, 믿지 말아주세요. 말을 믿지 마시고, 마음을, 믿어주세요.”

그리고 이 시간까지 퇴근 안 하고 있던 프로듀서를 통해 두 사람은 만나게 되고,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게 됩니다.

 

아스카 “난 너를 지키는 《기사》고, 너는 지켜지는 약한 《공주님》이라고 범주화했어. 사실은, 다른거였는데. 내가 지키고 있었던건 너를 지키고 있다는 《역할》이었어.”

란코 “나도, 약했으니까……. 중2병 같은 게 아니라고 말하지 못했어. 상상의 세계 속에서는 강한 나였어도, 그 세계를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건, 무서웠어…….”

 

그렇게 다크 일루미네이트는, 『취미의 영역이 가까운 동료로서가 아닌, 비즈니스로 짠 파트너로서도 아닌, 영혼을 겹친 유닛』으로서, 더욱 돈독해지게 됩니다. 그것이, 두 사람에게 있어서 '다크 일루미네이트'인 거죠. 그리고 이어지는 란코의 “달이 예쁘네요”

 

=====


아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과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들이기 때문에 갈등-도피-재갈등-화해로 이어지는 커뮤의 플롯이 유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2화에서 아스카가 보여줬던 모습 때문에 다소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14세 사춘기인 두 사람 사이에 충분히 있을법한 갈등이었고 마무리도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쌍익의 아리아 커뮤를 5화까지 본 뒤, 데레극장 마지막 화를 보고, 커뮤 에필로그를 보고, 그 다음에 MV를 보면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된다는 느낌이랄까요. 특히 평소에 듣기 힘든 아스카의 격노한 목소리가 좋았습니다.

 

이제 다시 새로운 이벤트의 시작이군요. 달리시는 분들,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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