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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기 칼럼] 나는 왜 본가P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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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6, 2017 01:10에 작성됨.

 아이돌 마스터, 특히 본가 시리즈가 올해로 12년째가 되었다. 아이돌을 주제로 한 게임 중에선 가장 긴 시리즈가 아닌가 싶다. 나 역시 본가P로서 이 기간을 함께 걸어왔다. 다만 처음부터 걸어온 것은 아니다. 내가 처음 아이돌 마스터를 알게 된 건 아이돌 마스터 2가 나왔을 때부터였다. 아이돌 마스터 2가 2011년에 나왔으나, 11년 1월에 군대에 가고 12년 12월에 전역을 하고 난 뒤, 13년부터 잡았기에 햇수로 4년차 프로듀서가 된다. 아이돌 마스터 1부터 시작하지 못 했던 건 내가 엑스박스 360이 없어서기도 하고, 아이돌 마스터란 게임을 알지 못 했던 것도 있었다. 아무튼 아이돌 마스터 2는 내 뇌리에 깊게 박힌 게임이 되었다. 난이도가 꽤 높았고, 일본어 때문에 막힌 적도 있었고, 어쩌다 보니 배드 엔딩을 본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돌 마스터 2의 배드 엔딩에서 나오는 ‘i’가 얼마나 슬프게 들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돌 마스터 2는 전작 아이돌 마스터 1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졸작이란 평이 대부분이었다. 류구코마치의 프로듀싱 불가 문제나 JUPITER의 탄생, 난이도의 주범인 미니게임까지 기존 프로듀서들에겐 달갑지 않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서 엑스박스 360판 아이돌 마스터 2는 말 그대로 망했다. 그것도 대차게 망했다. 그 아이돌 마스터를 살려낸 것이 아이돌 마스터 애니메이션이다. 나 역시 애니메이션을 재미있게 봤고, 본가 프로듀서들은 그 애니메이션에서 아이돌 마스터 시리즈의 부활을 점쳤다. 그 바람은 실현되었고, PS3판 아이돌 마스터 2는 아이돌 마스터 1의 판매량만큼 팔렸으며, 시리즈는 올해 2017년까지 꿋꿋이 살아있다.
 나와 아이돌 마스터의 만남은 본가로 시작했으나, 본가만 팠던 건 아니었다. 한국에서 신데렐라 걸즈가 나왔을 때 나 역시 플레이했다. 과금을 많이 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지르기도 했다. 신데렐라 걸즈 스테라이트 스테이지가 나왔을 때도 역시 열심히 플레이했고, 주얼도 열심히 샀다. 2만 위 안에 든 적도 몇 번 있었고, SSR은 운은 없었으나 3장까지 얻은 적도 있었다. 이 와중에도 본가 게임도 잊지 않았다. 아이돌 마스터 원 포 올이 나왔을 때는 ‘이것이야 말로 진짜 아이돌 마스터 2다!’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반남의 DLC질은 변함이 없었고, 시나리오도 DLC로 팔아먹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이랬던 나를 완전히 본가P로 돌려놓은 일이 몇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아이돌 마스터 플래티넘 스타즈가 공개되고, 캐릭터 소개 PV가 하나씩 올라올 때였다. 기존과는 완전히 바뀐 그래픽과 조금 더 부드러워진 애니메이션은 내 눈을 사로잡았다. 과장하면 바비 인형이나 막대 인형에서 Phat!제 피겨로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 여전히 2D인 배경 그래픽이나 엉성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오랜 시간 지켜봐 온 본가P들에겐 둘도 없이 인상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꽤나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폄하였다. ‘움직임이 무슨 로봇 같다.’, ‘그래픽 엄청 안 좋다.’, ‘이것보다 데레스테가 훨씬 잘 만들었다.’ 등 본가를 까 내리는 댓글이 보였다. 그게 한두 번이었으면 웃으면서 지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 폄하 댓글이 나왔고, 내 마음도 탐탁지 않았다.
 아이돌 마스터의 P들은 흔히 ‘우리는 한 가족’이라고 한다. 본가든 분가든 같은 회사에서 나온 작품인데 서로 이렇다 저렇다 할 거 없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저 위의 사례는 대체 무엇일까? 한 가족이면서 뒤에서는 뒷담화를 하는 걸까? 아무리 데레스테가 잘 만든 게임이라고 해도 비교해서는 안 됐다. 데레스테는 데레스테고, 플래마스는 플래마스일뿐이다. 저런 얘기를 한 사람이 어떤 P인지는 알 길이 없다. 본가P가 실망해서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다. 본가P라고 해서 본가 작품을 오냐 오냐 하는 건 아니니 말이다.(9.18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저런 댓글들을 본 뒤로 내 인식이 이상해졌는지, 분가 작품들을 자꾸만 경시하게 됐다. 오랫동안 사귄 친구가 놀림 받는 걸 보고 위로해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알 수 없는 감정이다.
 두 번째는 점점 관심이 줄어드는 본가이기 때문이다. 지금 아이돌 마스터 커뮤니티를 가보면 십중팔구는 데레마스 이야기만이 나올 것이다. 내가 있었던 루리웹 아이돌 마스터 게시판은 1페이지부터 몇 페이지까지 전부 데레마스 이야기로 채워지기도 했다. 본가 이야기? 찾아보기 힘들다. 디씨인사이드 아이돌 마스터 갤러리는 본가파와 분가파가 다툼 끝에 본가가 갤러리를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지금도 아이돌 마스터 갤러리와 765 마이너 갤러리는 사이가 나쁘다.
 왜 그럴까? 본가P들의 알량한 자부심 때문이었을까? 내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다. 지금까지 아이돌 마스터 시리즈를 이끌어온 본가가 어느새 사람들한테서 잊히고, 관심이 적어지고, 무대 뒤로 들어가는 것이 안타까워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본가P들은 9.18 사태 같은 시리즈의 존속 위기도 겪었고, 애니마스라는 기적도 맛봤다. 어떨 때는 실망하고, 어떨 때는 열광했고, 어떨 때는 기뻐했으며, 어떨 때는 슬퍼했다. 그들에게 있어 아이돌 마스터는 본가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러니 존재는 하나 관심이 적어지는 게 슬퍼서 그런 거라 생각한다.
 ‘나라도 본가를 챙겨줘야 한다.’, ‘이대로 본가가 사라지는 건 싫다.’는 생각이 지나쳐서 분가를 깎아 내리는 본가P들도 있다. 빠는 까를 만들고, 까는 빠를 만든다. 항상 지나친 건 비난을 받고, 욕을 먹는다. 이런 강경파 본가P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분가를 깎아 내리는 건 본가를 깎아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란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세 번째는 그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아이돌이라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한다. 13명으로 이루어진 765 올스타즈는 한 명, 한 명의 개성이 뚜렷하다. 퍼스널 컬러라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세련되지도 않지만 수수하지도 않은, 누구라도 보기에 괜찮다 싶은 디자인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캐릭터의 설정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가끔 왜 본가에 집착하느냐, 분가에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있지 않느냐라고 묻는 경우가 생긴다. 대답은 이렇다. ‘대신할 수 없다. 치하야와 아무리 비슷한 캐릭터가 분가에 있다고 해도, 그 캐릭터는 그 캐릭터이지, 치하야가 될 수 없다. 나는 치하야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거지, 비슷하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어쩌면 정말 편협적인 시각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좋아하는 게 다 그런 게 아닌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별로여도 내 눈엔 콩깍지가 낀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13명을 좋아한다. 대신할 수 없는 고유의 캐릭터이기에.
 마지막은 본가와 함께한 시간 때문이 아닌가 싶다. 2005년 아이돌 마스터 아케이드부터 2017년 라이브까지 12년을 옆에서 지켜봐 왔기에, 시리즈의 굴곡을 함께 겪어왔기에, 그리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본가를 조금이라도 곁에서 지켜주고 싶기에 그런 걸지도 모른다. 사카가미P는 20주년을 강하게 어필한다. 하지만 본가 성우들의 나이도 있고, 체력적 문제도 있기에 20주년은 어쩌면 꿈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본가P들은 그런 것에 일절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버텨왔던 아이돌이었기에 그들은 믿는 것이다.
 보통 햇수가 짧거나 신입 P들은 데레마스로 입문하기 쉬운데, 나 같은 경우는 콘솔 유저였기에 본가를 먼저 접한 게 이유였을 수도 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물을 것이다. ‘이제부터 분가를 시작하면 되지 않나요?’ 조금 생각해 볼 일이다. 나는 데레마스나 데레스테를 할 때, 분가 아이돌에게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 했다. 한데마스의 경우에도 항상 키사라기 치하야가 리더였다. 다른 아이돌은 스펙을 보고 채웠다고 해야 할까? 데레스테도 리듬 게임이라서 무심하게 한 걸지도 모르겠다. 천천히 시작하면 되지 않냐고 묻겠지만, 나는 말할 것이다.
 ‘전 본가가 좋습니다. 저는 본가P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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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니 의외로 질렀네요.

별로 안 쓴 것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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